[재계는 지금] 3세 승계 마무리 국면 세아그룹, 해외 진출 박차..실적 개선은 숙제
재계 자산 기준 38위 세아그룹이 마무리 국면의 승계작업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아그룹은 특수강, 선재, 냉간압조용 선재(CHQ Wire), 가전‧자동차용 강관 등을 생산하는 철강전문기업이다. 강관, 특수강, CHQ Wire 등의 분야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세아그룹 오너 3세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는 지난해 12월 13일부터 20일까지 세아제강 주식 11만주를 장내에서 매각해 101억원을 마련한데 이어 같은 달 23일부터 29일까지 3만7003주를 더 팔아 34억6700만원을 추가 확보했다. 이 전무는 지난해 1월과 4월에도 세아제강 주식을 각각 4만주, 2만1000주씩 팔았다. 이 전무가 세아제강 주식을 내다파는 이유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서다. 이 전무는 2018년까지 완납해야 하는 상속세 대부분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무는 아버지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이 2013년 급작스럽게 작고하면서 세아그룹 계열사 주식을 물려받았다. 이후 막대한 상속세를 한 번에 내는 것이 어렵게 되자 국세청에 상속세를 나눠서 내겠다며 연부연납을 신청했다. 이 전무는 고 이 회장이 둔 1남3녀 중 막내다.
이 전무가 그룹 모태기업인 세아제강 주식을 매각하는 이유는 세아제강이 그룹 지배구조와 큰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세아그룹은 세아베스틸, 세아창원특수강, 세아특수강 등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순수지주회사 세아홀딩스와 강관사업과 해외 자회사 관리를 맡고 있는 세아제강으로 나눠진다.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은 그룹의 양 축이지만 서로 지분이 얽혀있지 않다.
세아그룹은 이 전무의 상속세 납부 등 승계 이슈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인수합병(M&A)과 해외진출 등 외연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러나 세계 경기 장기 침체로 철강재 수요가 급감한 것은 세아그룹이 넘어야 할 산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올해부터 자동차용 특수강 생산을 본격화하는 것도 세아그룹으로선 큰 부담이다.

◆ ‘2세 형제 경영’에서 ‘3세 사촌 경영’으로
세아그룹은 창업주 고(故) 이종덕 회장이 1960년 부산 감만동에 세운 부산철관공업(현 세아제강)이 모태다. 1988년 창원강업(현 세아특수강), 2003년 기아특수강(현 세아베스틸)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세아그룹은 가족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종덕 창업주의 장남 고 이운형 회장과 차남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은 1990년대부터 각각 회장과 부회장을 맡아 역할을 분담했다. 이운형 회장이 작고한 이후에는 3세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태성 전무가 세아홀딩스 경영을 맡고 있는 한편 이순형 회장의 장남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는 세아제강 경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동갑내기 사촌인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전무는 각각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의 사내이사를 맡아 책임경영을 하고 있다. 세아그룹의 2세 형제경영이 3세 사촌경영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태성 전무의 세아홀딩스 지분율은 35.12%다. 상속 직후인 2013년 32.05%에서 지난해 35.12%로 더 늘었다. 이 전무의 어머니 박의숙 세아네트웍스 회장도 세아홀딩스 지분율을 2013년 7.69%에서 지난해 10.65%로 확대했다.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전무는 세아홀딩스 지분율을 17.66%, 17.95%씩 갖고 있다.

반면 이태성 전무가 보유 중인 세아제강 지분은 2013년 19.1%에서 지난해 12월 29일 14.82%로 낮아졌다.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전무는 세아제강 지분을 각각 11.34%, 11.2%씩 보유 중이다. 세아홀딩스 경영에 집중하고 있는 이태성 전무가 세아제강 지분을 추가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아그룹은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이 각각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전무 중심으로 분리될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계열 분리할 수 있을 정도로 그룹 규모가 크지 않다”며 “업종이 다르면 모르겠지만, 같은 철강제조업체끼리 분리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 보호무역주의를 ‘상수(常數)’로 판단…”해외 매출 비중 30%까지 늘린다"
세아그룹은 해외 진출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순형 회장, 박의숙 회장, 이휘령 세아제강 사장, 이태성 전무, 이주성 전무 등이 참여하는 경영회의에서 해외 진출 등 그룹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적으로는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전무가 해외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세아그룹은 그동안 국내 강관, 특수강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었기 때문에 해외 진출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 불황으로 내수시장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고, 현대제철 등 경쟁사들이 특수강 사업에 새롭게 진출하면서 더 이상 국내시장에만 머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보호무역주의 추세를 더 이상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로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세아그룹은 현재 15%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3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세아제강은 지난해 11월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OMK 튜브’, ‘라구나 튜블라 프로덕트 코퍼레이션’ 등 유정용강관(OCTG) 전문업체 두 곳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인수로 세아제강은 미국 현지에 OCTG 제품 생산부터 후처리까지 가능한 일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됐다.
세아베스틸은 지난해 2월 해외 첫 판매법인인 SGI를 미국 텍스사에 설립했다. 이외에 유럽, 동남아 지역에 법인을 추가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아특수강도 중국 남퉁(2008년), 톈진(2014년)에 이어 태국(2015년)에 공장을 세웠다. 그 결과 해외 판매 비중이 2013년 17.5%에서 올해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2017 정유년(丁酉年) 과제는 실적 개선
세아그룹의 올해 과제는 실적 개선이다. 국내 특수강 1위 업체인 세아베스틸의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은 11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경기 침체 여파로 특수강 수요가 줄고 가격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제철이 올해부터 자동차용 특수강 생산을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엎친데 덥친격’이라고 할 수 있다. 세아베스틸은 최대 수요업체인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강력한 경쟁업체의 등장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관생산업체인 세아제강도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이 5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다. 중소업체들이 강관 시장에 대거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됐을 뿐 아니라 저유가로 해외 수요마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이 지속되기 쉽지 않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 세아제강의 실적 우려 요인지만 미국 내 강관 수요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악영향의 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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