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016 리뷰] ② 전설의 복서 입담꾼 '위대한 알리'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다. (Float like a butterfly, sting like a bee.)'
그가 링 위에서 '주먹'을 날리는 장면을 실제로 본 적은 없어도 그가 했던 이 말은 잘 알고 있다. 그의 명언은 세대를 넘어 전 세계로 퍼져 사람들에게 무하마드 알리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20세기 최고의 복서로 평가받은 미국의 무하마드 알리가 올해 세상을 떠났다. 향년 74세. 긴 투병 생활을 끝냈다. 세계 스포츠의 큰 별이 졌다.
'영원한 챔피언' 헤비급 타이틀 19차례 방어
1960~70년대를 풍미한 알리는 영원한 헤비급 챔피언이었다.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고 통산 19차례 방어에 성공했다. 1967년에는 베트남 전쟁 참전 통보를 받고도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해 타이틀을 박탈당하고 프로복서 자격마저 잃었지만 3년 뒤인 1970년 링에 복귀했다. 1974년 조지 포먼을 8회 KO로 물리치고 세계 챔피언에 복귀했다. 프로 통산 전적은 56승(37KO) 5패이다.
링 밖 싸움 '인종 차별' 강에 던진 올림픽 금메달
알리는 링 안에서보다 링 밖에서 더 위대했다. 인종 차별과 전쟁 반대 등에 적극적이었다. 알리는 1942년 1월 17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태어났다. 인종 차별이 심한 곳, 가난한 집안 신분 탓에 차별과 무시 속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열두 살에 복싱을 시작해 18세에 아마추어 복서로서 로마올림픽 라이트헤비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의기양양하게 고향인 루이빌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극심한 인종 차별을 받았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사려다 거절당했고, 백인 갱들로부터 위협까지 받았다. 환멸을 느낀 알리는 금메달을 오하이오 강물에 던져 버린 뒤 곧바로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알리는 당시를 회상하며 "미국을 대표해 금메달을 따냈다고 생각했던 환상이 그때 사라졌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남자 농구 결승전 하프타임 때 그에게 다시 금메달을 수여했다. 복서 자격을 박탈당했던 1967년 베트남전 참전 거부 이유는 "난 흑인이라는 이유로 이 나라에서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데, 남의 자유를 위해 싸울 순 없다." 였다.
감동의 올림픽 성화 점화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낸 알리는 은퇴 후 힘겨운 투병 생활을 견뎌야 했다. 선수 시절 얻어맞아 생긴 충격으로 파킨슨병을 얻었다. 1984년부터 32년 동안 투병했다. 그러나 그는 지루한 병과의 싸움에서도 당당했다. 54세였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성화 최종 주자로 나와 전 세계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예전의 민첩함이 사라진 느리고 흔들리는 걸음걸이, 의지와 관계없이 쉴 새 없이 떨리는 손. 그러나 그는 침착하게 성화대에 점화했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전달됐다.

재치 만점 입담꾼과 '알리 스텝'
알리는 복싱 실력만큼이나 감탄을 자아내는 입담으로도 유명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습니다."
알리의 첫 번째 챔피언 도전은 명언 그대로였다. 가드를 올리지 않는 대신 '알리 스텝'이라 불리는 빠른 발기술로 리스턴을 제압했다.
"내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내가 제일 위대하다."라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하게 표현하기도 했던 알리는 조지 포먼과의 대결을 앞두고도 입담으로 상대를 먼저 압도했다.
"전 너무 빨라서 어젯밤 전등 스위치를 끄고 불이 꺼지기도 전에 침대에 누웠습니다."
당시 포먼은 24살의 젊은 나이로 전성기를 누리던 세계적인 복서였다. 알리는 8살이나 어린 포먼을 상대로 7라운드까지 수세에 몰렸지만, 8라운드 종료 직전 단 한 번의 반격으로 포먼을 이겼다. 최강 알리에게도 숙적은 있었다. 조 프레이저. 1승 1패를 주고받은 뒤 열린 프레이저와의 3차전은 혈투 그 자체였다. 14라운드까지 간 대접전, 체력적 한계를 딛고 숙적 프레이저를 제압한 뒤 알리는 특유의 입담으로 소감을 밝혔다.
"오늘은 저의 마지막 경기가 될 가능성이 있던 밤이었습니다."
링 안에서 누구보다 뜨거운 파이터였고 링 밖에서는 흑인 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무하마드 알리. 위대한 복서 알리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확고한 신념과 패배를 모르는 열정, 그리고 명언은 우리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쉰다.
박주미기자 (jj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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