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보다 신나요" 송년회 장소로 인기 끄는 볼링장의 화려한 부활

최은경 기자 2016. 12. 2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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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의 한 볼링장에 들어서자 알록달록한 조명과 커다란 클럽용 음악이 귀를 때리듯 울렸다. 평일 저녁이었지만 볼링장 레인(lane)은 빈 곳이 없었다. 연말 송년회를 색다르게 즐기려는 인근 직장인들과 20~30대가 볼링장으로 몰려든 덕분이었다.

회사 부서원 8명과 함께 이 볼링장을 찾은 김모(25)씨는 “클럽 분위기 나는 곳에는 처음 와본다는 40~50대 상사들이 좋아해 송년회 분위기가 성공적”이라며 “20년 전 대학생 시절 볼링을 좀 쳐봤다는 상사들이 볼링 점수 순위 상위권을 독식해서 특히 좋았다”고 전했다.

유행은 돌고 돈다. 이번에는 볼링 차례다. 다양한 레저 활동에 밀려 ‘한물간’ 스포츠 취급을 받던 볼링이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최근 볼링장은 20~30대 젊은이들의 모임 장소로는 물론, 직장인들의 건전한 회식 장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볼링펍(pub)’, ‘록(rock)볼링장’이라고도 불리는 볼링장이 특히 인기다. 기존 볼링장과 규모나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클럽처럼 어두운 공간에 일렉트로닉이나 댄스 음악을 크게 트는 것이 특징이다. 화려한 레이저 조명을 쏘거나 공과 레인을 야광으로 칠해 빛나게 하고, 전자오락기나 보드게임 공간을 따로 마련한 곳도 있다. 간단한 술과 안주를 함께 파는 것은 기본이다.

2010년쯤 서울 강남·홍대·성수 등에 속속 등장한 볼링펍은 유행에 민감한 20대 청년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볼링에 빠져 개인 볼링공까지 마련했다는 김모(여·30)씨는 “클럽만큼 신나는데 훨씬 건전하다”고 볼링펍의 매력을 전했다. 그는 “음악을 들으면서 술도 마실 수 있고, 이 사람 저 사람 부딪히며 춤추는 대신 볼링으로 운동까지 할 수 있어 친구들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볼링 인기의 부활엔 ‘복고(復古) 열풍’도 한몫 거들었다. 1980·90년대를 배경으로 한 TV 드라마 등이 인기를 끌면서 당시 대학생·직장인이던 이들의 향수를 자극한 것이다.

실제 볼링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대학생과 직장인들의 최고 인기 스포츠로 통했다. 갤럽이 1988년에 한 여론조사에서 볼링은 ‘가장 경험률이 높은 문화·레저 활동’ 7위에 올랐을 정도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96년 전국 볼링장 수는 1216개까지 늘어나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볼링 역시 IMF의 유탄을 피하지 못했다. 볼링장이 줄도산하면서 볼링 인구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나서도 사람들은 대학생과 직장인은 볼링장 대신 PC방과 스크린 골프장 등을 찾았다.

전국 534개까지 줄어든 볼링장 개수 2012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볼링펍’의 등장과 복고열풍이 맞물린 결과다. 2006~2011년 6년간 700억~800억원대에 머물던 매출액 규모도 2014년에 1200억원대로 늘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취미로 볼링을 즐기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프로 볼링리그도 뜨거워지고 있다. 남자 프로 볼링대회는 2013년 4개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방송에 중계되는 리그만 13개로 늘었다. 이 중 총상금 규모가 1억원을 넘는 메이저 대회도 4개나 된다.

프로 선수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2010년 프로볼러(Pro-bowler) 선발전엔 남자 아마추어 도전자가 62명이었지만, 올해는 114명으로 두 배 가까이 됐다. 지난 10월 열린 2016년 프로 선발전엔 한류스타 김수현(28)과 아이돌그룹 FT아일랜드 보컬 이홍기(26)가 출전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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