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브리핑] To be or not to be '이대로냐 아니냐'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올해는 셰익스피어가 세상을 떠난 지 400주년이 되는 해…올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햄릿을 주제로 한 공연만 스무 편이 넘었습니다.
그 많은 작품 중. 왜 하필 햄릿이었을까.
'너는 어느 편인가'
격동의 시대를 버텨오면서 늘 어느 한편인가를 택해야 했던…우리가 지나쳐온 그 역사와 '사느냐 죽느냐'를 택해야 했던 햄릿의 실존적 고민이 겹쳐서 읽힌다면 그것은 너무 과한 해석이 되는 것인지요.
그리고 여기, 그동안 선택에 기로에 놓여있었던 이들 역시 오늘(21일) 결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이른바 비박의원 35명은 결국 당을 떠나겠다 말했습니다. 그들만의 오월동주는 그렇게 끝이 날 모양입니다.
그리고 또 한명의 오래된 햄릿. 정치 반 외교 반. 늘 반반씩 몸을 담그고 있다 하여 '반반'이라 불렸고…어떤 질문에도 요리조리 빠져나간다 하여 '기름장어' 라 불렸던 사람.
한때는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는가 싶더니 이제는 그 정부가 국민을 배신했다고 비난한 사람. 그도 오늘 대선출마 의지를 밝혔습니다.
고뇌하던 햄릿들의 방황은 이제 모두 끝이 난 것인가.
학자들은 말합니다. 햄릿의 그 유명한 대사 To be or not to be 는 사느냐 죽느냐의 한번으로 끝나면 그만인 선택이 아니라.
"이대로냐 아니냐" 즉, 지금의 이 현실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넘어설 것인가. 삶의 근원적 변화를 뜻한다는 것이지요.
탈당을 하거나 그대로 남거나를 택하는 것도, 이런저런 계산 끝에 몸을 불사르겠다고 한 것도, 당사자들에게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볼 수 있겠지만 어찌보면 그저 정치공학에 속하는 문제일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건을 겪어내고 버텨낸 이 땅의 시민들이 바라보는 지향점은 적어도 그런 정치공학을 넘어서는 더 먼 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
그 지향점에는 우리가 구성해온 국가와 시민사회가 '이대로냐 아니냐' 라는 보다 근원적 고민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
그래서 다시 읽어보는 햄릿의 한 구절. To be or not to be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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