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강동원 김우빈과 술 마시고 운동한 것 말고는 없다" (인터뷰)

뉴스엔 2016. 12. 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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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이름만으로도 신뢰감을 주는 배우 이병헌(46)이 신작 ‘마스터’(감독 조의석)를 통해 연기 변신에 도전한다. 조희팔을 모티프로 한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 회장을 맡아 지능범죄수사대 형사 김재명(강동원), 생존을 위해 위태한 줄타기를 잇는 박장군(김우빈)과 연기 대결을 펼친다. 사람을 홀리는 미소와 속내를 감춘 날카로운 눈빛을 오가는 변신을 거듭하며 영화의 재미를 한껏 업그레이드시킨다.

갑자기 추워진 초겨울 소격동, 뜨뜻한 커피를 사이에 두고 ‘명품 배우’ 이병헌을 만났다. 영화 속 싸늘한 눈빛을 걷어내고 눈을 마주친 그는 과거 ‘내 마음의 풍금’ 순수 청년의 모습과 꼭 닮았다.

Q. 첫 장면부터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물론 사기를 위함이지만(웃음), 몰입도를 확 높인다.
A. 그 장면은 나 스스로도 너무 마음에 드는 장면이다. 사람들의 마음과 지갑을 동시에 노리는…(웃음) 첫 장면부터 이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딱 보이는 느낌이다. 시사 끝나고서도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는 분들이 많았다. 이미 진 회장이 나쁜 놈이라는 배경 지식이 있으니까, 관객들이 피해자나 김재명의 마음으로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그 장면을 위해 대본 수정만 한 달을 했다. 정성이 들어간 신이니까 관객들도 ‘저 정도면 당할만 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Q. 그 동안 악역을 많이 맡았지만, 스타일리쉬하거나 사연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마스터’에서는 진짜 아재 같은, 딱 봐도 나쁜 사람 같다.
A. 시나리오만 읽을 때는 그냥 재밌었는데, 막상 결정되고 분석하다보니 나 스스로도 설득이 잘 안 됐다. 왜 그가 나쁜 놈이 됐는지 이유나 과거의 경험 같은 게 없어 이입이 좀 힘들었다.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평면적인 역할로 고정될까봐 걱정이 됐다. 그래서 택한 게 혼잣말로 “그럼 어떡해?”라고 말하는 거였다. 얼핏 인간적인 죄책감을 느끼나 싶다가도 “그럼 어떡해?”라고 악행을 합리화시키는 장치였다. 이기적인 진 회장만의 사고 시스템인 거다. 그렇게 접근하니까 그림이 그려졌다.

Q. 강동원, 김우빈 잘 생기고 연기도 잘하는 후배들과 함께 공연했다. 주연급 배우 3명이 만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호흡이 어땠는지 꽤 궁금하다.
A. 사실 셋이 시간이 맞을 때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시간을 맞춰서 함께 보냈다. 근데 사실 술을 마시거나 운동한 것 말고는 한 게 없다.(웃음) 딱히 연기나 영화에 대해 깊이있게 이야기하진 않았다. 별로 질문을 안 하더라. 나 혼자 붙들고 갑자기 “연기는 말이야...”하면 이상하지 않나.(웃음) 어쨌든 셋이 성격도, 스타일도 다 달라서 서로 관찰하면서 재밌게 지냈다.

Q. ‘내부자들’에서도 꽤 애드리브가 많았다. 특히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은 아직도 회자되는 유행어가 됐다. ‘마스터’에서도 번뜩이는 애드리브를 만날 수 있을까.
A. ‘모히또’ 애드리브 같이 눈에 띄는 애드리브는 없다.(웃음) 극 초반부에 진 회장, 김엄마(진경), 박장군 셋이 손을 맞잡고 손등에 뽀뽀하는 신이 애드리브이긴 했다. 처음엔 잃어버린 초심을 되찾자는 뜻으로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를 부를까도 고민했는데 뽀뽀가 임팩트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서로 싸운 꼬마애들 화해시킬 때 “서로 안아줘”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웃음) 사실 원래 애드리브를 좋아하진 않는데 ‘내부자들’ ‘마스터’는 애드리브로 장면을 풍성하게 할 만한 부분이 많았다. 분위기를 이으면서도 신의 목적을 훼손시키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Q. 작품이 나올 때마다 점점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 늘어간다. 심지어는 ‘밀정’ 특별출연 때도 극찬을 받았다. 조금 부담 될 것도 같다.
A. 사실 굉장히 기분 좋은 거지만, 스스로 ‘진짜 잘하나?’라고 반문하게 된다. 솔직히 이 정도로 칭찬 들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는 마음을 품고 있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 어느 순간 ‘사람들은 내가 굉장히 잘 한다고 아는데...’라는 생각이 어깨를 짓누른다. 연기하면서 가끔 경직되기도 한다. 요즘에는 ‘못하면 어때’라는 마음가짐으로 자유롭게 뛰놀려고 시도한다. 부담과 편안함 그 선상에서 늘 발버둥 치는 것 같다.

Q. 청룡영화제에서 수상 후 “지금은 현실이 영화를 이긴 것 같은 상황”이라는 소감이 화제를 모았다.
A. 지금 사실 어떤 영화를 봐도 현실이 더 센 것 같다. 만약 ‘내부자들’이 지금 개봉했으면 ‘나 그냥 뉴스 볼래’ 이런 반응이 나올 것 같다. 오히려 ‘마스터’의 경쾌함과 속도감이 지금은 더 적당한 것 같다.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도 있고, 판타지스런 결말이 딱 적당한 것 같다.

Q. 올해 유독 열일 했다. ‘미스컨덕트’ ‘매그니피센트7’ ‘밀정’ ‘마스터’까지 4편이나 선보이고, 상 복도 터졌다. 바쁘게 살다보니 가족과의 휴식이 그리울 법도 하다.
A. 솔직히 휴식이 고프기는 하다. 요즘엔 서울 근처에서 일하고 있으면 틈이 날때마다 집에 가서 아들과 논다. 마냥 신기하다. 아이가 없을 때는 아빠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조금 공감이 간다. 만약 휴식이 주어진다면 따뜻한 나라에 가족들과 놀러가 그냥 가만히 쉬고 싶다. 늘 지금 할 일, 앞으로 할 일을 고민해 왔던 것 같다. 근데 또 막상 쉬고 싶어도 좋은 작품이 계속 보인다. 배우로서 놓칠 수 없어 계속 하고는 있다.(웃음)

Q. 과거 인터뷰에서 “특별한 목표를 세워두진 않는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할리우드-한국을 오가면서 그 마음엔 변함이 없는가.
A. 지금도 특별한 목표는 없지만, 할리우드에서는 내가 어디까지 가는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여전히 문화적인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같다. 표현 방식도 달라서 곤란한 적도 많았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매그니피센트7’ 때는 배우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내 목소리를 조금이지만 내곤 했다. 이때 ‘아 내가 좀 늘었나’ 싶었다.(웃음)

Q.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예비 관객들에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A. 이 영화 ‘마스터’는 현실적인 부분과 꽤 맞닿아있고, 많이 봐왔던 비리를 다루고 있다. 다른 영화와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만이 전달하는 속도감과 경쾌함으로 최근 꽤 오랫동안 지쳤던 마음을 시원하게 위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이병헌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엔 객원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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