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식단' 올바른 농사가 해결책

기자 2016. 12. 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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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댄 바버가 자신의 농장에서 식재료를 수확하고 있다. 글항아리 제공
저자가 직접 키운 채소들. 글항아리 제공

제3의 식탁 / 댄 바버 지음, 임현경 옮김 / 글항아리

댄 바버의 ‘제3의 식탁’은 매력이 철철 넘치는 요리책이면서 요리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농사에 대한 책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인류가 걸어온 음식의 역사에 대한 책이면서 지구의 생태적 미래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음식과 농업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혁신한다. 요리사로서 저자는 좋은 식재료의 지속적 생산에 큰 관심이 없는 현대의 음식문화를 격렬히 비판한다.

사실, 오늘날처럼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대는 역사상 존재한 적이 없다. 그러나 묻고 싶다. 음식에 대한 관심 덕분에 우리는 과연 더 안전하고 더 맛 좋은 음식을 먹게 된 것일까?

문제는 요리가 아니다. 요리는 재료가 본래 담고 있는 맛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일 뿐이다. 훌륭한 요리는 좋은 재료 없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심지어 요리사를 포함한 사람들 대부분은 식재료의 진짜 맛을 알지 못한다. 지난 수세기 동안 농업은 급격히 공업화의 길을 걸었다. 대량생산에 적합한, 맛과는 별로 상관없이 병충해에 강하면서 짧은 시간에 더 많이 수확할 수 있는 품종들이 집중적으로 육성된다. 이 과정에서 식재료 본연의 맛을 간직한 품종들과 그 재료를 이용하는 요리 문화가 빠르게 사라진다. 인류 전체가 진짜 음식 맛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일종의 미맹(味盲)에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대량으로 생산된 맛없는 재료를 억지로 맛있게 먹으려 하니 맛을 위장하는 식품 첨가물을 쓸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자연 환경에 맞추어 지역별로 발달해 온 식탁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지구 어디에서나 비슷비슷한 ‘제1의 식탁’이 나타난다. 제1의 식탁은 ‘단백질’에 정향되어 있다. 지방을 적당히 제거한 큼직한 고깃덩이가 한가운데 놓여 있고 감자, 가지, 토마토 등 몇 가지 채소를 같이 곁들인다. 때때로 빵이나 밥 같은 탄수화물이 허기를 보충한다. 고기 대신 양식으로 살을 불린 생선이 놓인다 한들 큰 차이는 없다. 모두가 제 맛이 아닌 걸 알기에, ‘자연산’이라는 특별 상품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은 “내 주변 농부들이 더 맛있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재료를 수확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그들이 생산한 재료를 이용한 맛 좋고 훌륭한 요리를 개발해 운영하는 식당이다. 이 식당들은 식재료의 선택에 엄격해 신토불이는 기본이고, 주로 유기농법으로 생산한 재료를 쓰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주변에서 자주 눈에 띄는 유기농식당을 떠올리면 비슷할 것이다. 이 책에선 이를 ‘제2의 식탁’으로 부른다. 유기농이나 자연산을 쓴다는 점에서 ‘제1의 식탁’과 커다란 차이가 있지만, 유기농으로 대량생산된 식재료를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아직 적다.

‘제3의 식탁’은 ‘유기농 담론’을 넘어선다. 맛있는 음식은 올바른 농사 없이는 생산되지 않는다. 그런데 올바른 농사는 단지 농약을 쓰지 않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류가 오랫동안 먹어온 본연의 식재료는 환경과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서 빚어내는 복잡한 생태계의 산물이다. 최상급 하몬을 위한 이베리코 돼지와 자연산 푸아그라를 생산하는 스페인의 데에사처럼 최고의 식재료는 자연과 동물과 인간이 순환하면서 함께 땅을 가꾸는 오랜 역사를 통해서만 만들어진다. 자신의 농장에서 재배한 것들로 음식을 차려내는 요리사로서 저자는, 전 세계 최고의 농장들을 찾아다니면서 비로소 그 비밀을 깨닫는다. 올바른 식재료를 지속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명 공동체를 반드시 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생태적으로 건강한 지구만이 질 높은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고, 지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농법만이 건강한 지구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준다. 지속 가능성을 우선하는 건강한 농법이 가능하려면, 사람들이 건강한 식재료로 된 요리를 즐길 줄 알아야 하고, 건강한 요리를 먹는 사람이 늘어나야 지구의 생태 건강이 파괴되지 않는다. 어느 한 부분의 노력만으로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 긴밀한 연쇄로 이어졌기에, 이는 일시적 유행이라기보다 오랫동안 노력을 기울여서 구축해야 하는 문화에 해당한다. 우리가 무엇을 먹을까를 말하는 것은 단지 식탁 위 요리의 맛이나 그에 관한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명 전체의 변혁으로 꿈꾸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장은수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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