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귀열 영어] Plain English for Global English 쉬운 영어로 세계 영어를
지금 세계인이 배우는 것은 ‘Global English’다. ‘배우면 통하는 세계적 영어’의 개념으로 하는 말이 ‘global English’다. 그런데 세계 영어의 현 주소는 Internatioanl English다. 두 개념의 차이를 보면 전자가 ‘가상의 통일된 영어’이고 후자는 다양한 영어의 집합일 뿐 각 나라별 영어를 그대로 인정하는 영어를 말한다. 남아공이나 케냐의 영어는 영국이나 호주의 영어와 차이가 있고 이들 영어는 또 미국 영어와 크게 다르다. 싱가포르의 영어는 실용 영어로 정착했지만 원어민 영어와는 크게 다르다. 이를 모두 아우르는 하나의 세계 영어가 있다면 그것을 global English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강제로 표준화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이론상 존재하는 ‘목표 영어’(target English)일 뿐이다. 다양한 영어가 혼재하는 지금 과연 어떤 영어가 바람직한 학습 목표의 영어이어야 할까. 그 문제는 비원어민뿐만 아니라 원어민들도 자연스럽게 주장하는 개념이다.
지난 20~30년 사이에 Global English 얘기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영어 원어민의 숫자보다 비원어민으로서 배우는 second language(SL)나 외국어로서 배우는 영어(Foreign Language, FL) 인구가 훨씬 많아진 지금 원어민 고유의 영어만이 영어가 아니라는 관점은 마치 세력 싸움이라도 벌이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World English 명칭은 다소 모호한 것이지만 세계 영어와 국제 영어의 중간 개념이다. 일부에서 말하는 ‘Common English’ 나 ‘General English’ 명칭은 어딜 가나 통할 수 있는 영어를 지향하기 때문에 global English의 하위 개념이고 1950년대에 일기 시작한 Plain English도 쉬운 영어로 세계인 누구나 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는 같은 것이다. EU에서 사용하는 공식 언어의 영어를 EU English라고 부르기도 하고 싱가포르처럼 업무 영어로서의 영어(English as associate language, EngAs)도 영어 판도의 일부분을 차지한다. 다양한 영어가 소통에 문제가 없으려면 기준이나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런 배경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 영어에서 ‘Standard English’는 나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미국과 영국에서조차 이러한 용어는 쓰지 않고 있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표준이라고 통하는 ‘General American English’ 명칭은 ‘보편적 미국 영어’를 말하고 영국에서 사용하던 Received Pronunciation(RP)도 ‘사투리 없이 잘 받아들여지는 발음’으로 ‘잘 통하는 영어’를 말한다. 이것은 가상의 표준일 뿐 누구도 ‘표준’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Basic English나 Common English 혹은 Plain English 운동의 공통점은 ‘쉬운 영어’를 하자는 것이다. 1920년대 Ogden이 주장한 850 단어로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는 Basic English나 1979년 이후 나온 Simple English나 plain English의 배경에는 기본 2,000 단어가 구어체 문어체 모두에서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쉬운 말’로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어떤 영어가 정착을 하든 그것은 ‘소통에 편리한 영어’가 될 것이다.
Global English가 혼잡한 영어가 아니라 소위 ‘English as a lingua franca (ELF)’ 이상이 되려면 지향점이 필요하다. 즉 과거에 동지중해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어의 혼합어가 상업 언어로서 ‘누구나 통하는 언어’를 꿈꾸었던 것처럼 오늘날의 다양한 영어를 ‘쉬운 영어’로 통일하자는 것이 Plain English나 Global English의 핵심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쉬운 단어는 한국식 수험용 어휘력이 아니라 국제 실용 단어이므로 선정 기준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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