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치는 순간, 올해의 다독왕 예약이요..만화카페 입문 서적
유리문 한가득 무협 만화 신간 포스터가 붙어있고, 어쩐지 자장면이나 라면을 시켜먹어야 할 것 같은 옛날 만화책방이 아니다. ‘즐거운 작당’ ‘청춘문화싸롱’ 등 카페와 만화책방의 모습을 띤 만화카페는 홍대를 중심으로 젊은이들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햇빛이 비추는 테라스, 나만을 위한 골방 공간, 편안한 소파, 집중하기 좋은 테이블석…. 내 취향에 맞는 곳에 들어가보자. 남의 눈치 안보고 축 늘어지기 좋은 소파 방석과 담요는 당연히 필수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만화책은?

▶추억거리? 종이 만화책은 현재 진행형이다
에디터가 가장 처음 만화책방을 간 것은 초등학교 2학년때였다. 상가에 위치한 5평 남짓한 공간은 내 아지트였고, 엄마 몰래 빌려온 만화책을 방에서 읽던 그 시간은 아홉 살 인생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그것은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만화를 좋아하고, 오래된 명작의 신간 소식에 반가워하며(<명탐정 코난>과 <유리가면>은 언제쯤 완결이 날 지 도저히 모르겠다), 엄마는 여전히 만화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을 철이 덜 든 자식 마냥 바라본다. 달라진 것이라곤 만화책을 읽을 시간이 줄면서 만화책방을 찾는 대신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늘었다는 점이다.
그런 내가 만화책방을 다시금 찾게 된 계기는 만화카페의 등장에 있다. 젊은 분위기와 다양한 서적 보유, 그리고 함께 즐길 만한 간식거리까지 옛 추억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오는 주말 데이트 장소를 물색하거나,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일단 이곳을 찾아보자. 만화책에 문외한이고, 결정장애에 빠져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 모르는 독자들도 안심해도 좋다. 아까운 시간을 책장 앞에서 보낼 것 같은 당신을 위해 지금 당장 읽어도 좋은(혹은 아직도 안 읽었어? 할 만한) 만화카페 입문서를 소개한다.

다들 아는 유명 만화를 무엇 하러 추천하나 싶은 독자들에겐 양해를 구한다. 하지만 시각과 청각으로 고문을(?) 하던 드라마 <심야식당>의 원작 만화는 원래 장판 위에 배를 깔고 누워 봐야 제맛이다. 신주쿠 골목의 작은 식당. 밤 12시에 문을 여는 ‘밥집’(원작 속 이름 ‘메시야’)엔 ‘ㄷ’자의 홀이 전부다. 무뚝뚝한 사장님은 얼굴과 달리 선보이는 음식에서 소박하고 따뜻한 맛이 느껴진다. 요리 만화이지만 그렇다고 <미스터 초밥왕>을 상상하면 안 된다(먹고 박수를 치거나 턱이 빠질 듯한 리액션은 찾아보기 힘들다). 밥집은 정해진 메뉴 없이 손님이 원하는 것을 선보인다. 하루 지나 먹는 어제의 카레, 고양이 맘마, 비엔나 소시지, 김에 싸먹는 떡 등 다양한 콘셉트의 음식을 보다 보면 독자들 역시 어느새 허기가 느껴진다. 이때 자연스럽게(?) 간식을 주문하면 된다.

주변 남자 지인들에게 물었다. “남자들에게 만화책방 필독도서는 뭐야?” “남자라면 무협이지.” 미처 이해하지 못하는 에디터에게 친절히 설명을 덧붙였다. ‘학생 때 무협소설 안 읽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인데 특히 <사조영웅전>은 중국문학 내 정통무협 고전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책은 김용 작가의 사조3부작의 시작으로, 중국인들의 망몽 의지를 무협으로 풀어냈다. 역사적 배경은 송 말기. 평범하지만 선량한 청년 곽정이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수많은 등장인물 사이에 얽히고설킨 갈등 구조와 화해를 담았다. 후속작인 <신조협려><의천도룡기>보다 방대한 스케일과 섬세한 묘사로 비교적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편이다.

여자 독자들이라면 단연 심쿵할 작품이다. 공포 영화 캐릭터 ‘사다코’를 연상시키는 비주얼의 여고생 쿠로누마 사와코. 사실 사와코는 누구보다 순수하면서도 긍정적인 아이다. 주변에선 그녀를(무서워) 피하지만, 그런 사와코를 남들과 똑같이 대하는 동급생 카제하야 쇼타로 인해 사와코 스스로가 바뀌기 시작하고 진짜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그러던 중, 사와코와 카제하야는 서로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깨닫는데. <너에게 닿기를>은 말 그대로 겨울의 추위도 녹이는 달달한 청춘 순정만화로(외로움에 옆구리가 더 시릴 수도 있다), 주인공들의 풋풋한 모습에 마음속 어딘가가 꿈틀꿈틀거린다. 하지만 가끔 나오는 답답한 스토리엔 고구마 먹은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흔한 직업 만화가 아니다. 작가 소다 마사히토가 자신의 이름을 알린 작품으로, 이후 일본에서는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이 되었다. 줄거리는 어려서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에 의해 구조된 아사히나 다이고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초보 소방관이 된 다이고가 한가 시의 출장소에 배치된다. 이곳은 한때 가장 편한(일이 없는) 구조대였지만, 시의 개발 이후 가장 사건사고가 많은 곳이 된다. 소방사 업무에 있어 베테랑인 동료들과, 현장을 다니는 주인공의 천재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만화다.
이곳을 찾은 당신을 위한 책

앉아서 또는 누워서 비치된 만화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청춘문화싸롱엔 만화책뿐만 아니라 잡지책, 그래픽 노블 등이 비치돼 있다. 특히 공간 구성이 눈에 띄는 곳으로, 양쪽으로 문이 활짝 열리는 테라스 공간이나, 다락방 같은 공간은 주말엔 항상 붐빈다. 때론 강연이나 공연이 열리기도 하니 페이스북을 살펴볼 것.
위치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9바길 19 삼이빌딩
운영시간 11:00~23:00
-Editor’s Pick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사한 직장에서는 온통 여자뿐이다. 무서운 선배, 인기 많은 동기들, 막강 파워 파트타임 아주머니들까지…. ‘여자들의 세계’에 입문한 신입사원 에미코의 웃음과 고민 섞인 나날이 시작된다.

대학로에서 연극이 아닌 놀거리는 적다고 생각하는가. 대학로 만화카페 연극보다 만화는 깔끔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다. 곳곳에 손으로 쓴 엽서나 아트토이 등이 눈에 띈다. 정면을 바라본 채 늘어진 소파나, 벌집모형의 8각형 공간이나, 2층 계단 위 등 좁은 공간에서도 혼자서 여유롭게 책을 읽는 고객들을 고려했다.
위치 서울 종로구 동숭길 64 지하1층
운영시간 11:00~23:00
-Editor’s Pick

12세 나이에 팬텀하이브가의 당주이자 완구·제과회사의 사장이기도 한 시엘. 그를 모시는 박식하고 유능한 집사 세바스찬은 못하는 일이 없다. 사실 그 둘은 영혼을 대가로 계약을 맺은 관계다.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남은 어린 당주와, 악마 집사가 해결하는 사건들을 만나보자.

만화카페 브랜드 놀숲. 만화를 보는 휴식 체험 공간이 되기도 하고, 데이트도하고, 군것질도 하는 문화공간이 되기도 한다. 카페형 구조로, 과자나 한 끼 식사를 팔기도 한다. 골방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도 해방이 된다. 원하는 만화책이 있으면 신청란에 남겨볼 것.
위치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75 이화타워 6층
운영시간 10:00~익일 오전 2:00

<4월은 너의 거짓말> 아라카와 나오시 저/ 학산문화사 펴냄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 천재소년 아리마 코세이. 목표도 없이 지내는 그의 일상은 마치 모노톤처럼 색이 없었다. 하지만 친구의 들러리로 나간 데이트에서 자유로운 소녀 바이올리니스트와의 만남을 계기로 소년의 잿빛 인생이 바뀌게 된다.
Tip
▷‘청춘문화싸롱’ ‘놀숲’ ‘연극보다 만화’ 만화카페 이용방법
1. 방문 시 신발은 신발장에 넣고, 카운터에서 이용 시간을 이야기한다.
2. 결제 방식은 후불제로, 카페에 따라 가격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간식 역시 카드 번호를 얘기해 후불로 결제하거나, 즉석에서 구매를 할 수도 있다.
3. 골방이나, 테라스 존, 2층 공간은 늦게 방문하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으니 서두를 것.
4. 시간을 따로 공지 안 해주기 때문에, 시간이 훅 지나가 있는 걸 나중에야 알 수 있다. 입장 시간에 맞춰 이용시간 알람을 맞춰놓는 편이 좋다.
5. 독서를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시끄럽게 이용하거나, 책에 음식물을 묻히지 않도록 주의하자.
6. 무엇을 볼 지 모르겠다면, 추천 도서 공간에서 새로운 재밋거리를 찾아보자.
[글과 사진 이승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포토파크, 청춘문화싸롱·놀숲·연극보다 만화 페이스북]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58호 (16.12.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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