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허망한 '사망 선고'
장부상 채무 3조5000억원인데
자산 1조7900억원.. 빚잔치해야
40년 대표 해운기업 역사 속으로

'1966년 6월, 조중훈 회장은 베트남 퀴논 항에서 미국 화물선의 하역을 지켜보며 넋을 잃었다. 눈앞에선 거대한 크레인이 기관차만 한 철제 궤짝을 하나씩 부두에 내려놓고 있었다. 조중훈 회장은 귀국하자마자 해운사 설립에 착수했다. 그리고 이듬해 한진해운의 모태가 된 대진해운을, 그리고 1977년 한진해운을 설립했다.'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 회장의 일대기에서 한진해운 설립 순간을 기록한 대목이다. 한국 원양 해운업의 시초(始初)이자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설립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삼일회계법인은 13일 '한진해운은 기업으로 존속할 수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제출했다. 삼일 측은 지난 9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법원으로부터 기업을 살릴지 문 닫게 할지를 판단할 수 있는 실사(實査) 작업을 해달라는 요청받아 진행해 왔다. 삼일 측은 한진해운의 청산가치(기업을 청산할 경우 채권자가 받을 수 있는 금액)를 1조7900억원으로 추산한 반면, 존속가치(사업을 계속할 경우의 기업 가치)는 '산정(算定) 불가'라고 결론 내렸다. 삼일 측 관계자는 "아시아~미주 노선과 전문 인력 등을 대거 팔거나 내보낸 상태에서, 한진해운이 기업으로 존속할 때 얼마의 가치가 있을 것이냐 따지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법원에 따르면, 현재 장부상 한진해운의 총 채무액 3조5000억원 달한다. 하지만 '물류 대란'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등이 진행되면, 채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은 1조7900억원의 한진해운 자산으로 이른바 '빚잔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진해운은 2011년 글로벌 해운시장의 무한 경쟁 속에서 경영난이 심화됐다. 2015년에도 영업 이익을 냈지만, 올해 들어 해운 운임이 급락하면서 영업 적자에 시달렸다. 지난 5월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으나, 채권단이 요구한 '용선료 재협상과 채무 재조정'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지난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한진해운의 역사는 수출 주도 한국 경제의 성장사와 궤도를 같이한다. 1972년 부산과 일본 고베 간에 국내 첫 컨테이너 정기 항로를 개설했고, 1973년 1차 오일 쇼크로 '대진해운'은 문을 닫았지만 조 회장은 1977년 한진해운을 설립하며 '해운업의 꿈'을 이어갔다. 그리고 한국이 수출로 급속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한진해운도 글로벌 해운사로 발돋움했다. 1997년에는 세계 7위 해운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9월 법정관리 전까지 한진해운은 우리나라 전체 항만 물동량의 약 7%를 책임졌다. 한진해운의 선박에 실리는 품목도 가발·섬유에서 컬러TV, 자동차 부품 등으로 발전했다. 박명섭 한국무역경영학회 회장(성균관대 교수)는 "한진해운은 우리나라 해운업뿐 아니라 무역의 대명사였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1990년대 초만 해도 외국에 가면 '코리아'는 몰라도 '한진'은 알 정도였다"며 "한국 대표 기업이 1년 만에 허망하게 무너진 것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與 박성준, 정성호 ‘조작기소 특검’ 우려에 “너무 비평의 영역으로 가”
- ‘서해 피격’ 무죄 확정 서욱 전 국방장관...1140만원 형사보상
- 세계은행 부총재에 엄우종 전 ADB사무총장…두 번째 한국인 진출
- ‘탈석탄’ 독일도 LNG 투자... “한국도 재생E 간헐성 극복해야”
- 부산 찾은 외국인 관광객 393만명… 9개월 만에 작년 기록 넘어서
- ‘특정 후보 옹호·피해자 2차 가해 글’ 진혜원 부장검사, 정직 5개월
- 조국 “조작기소 특검, 파견 검사가 수사 주도하면 위헌·위법 소지”
- “사법체계 사유화 결정판” 野 ‘조작기소 특검법’에 반발...7일부터 장외투쟁
- 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 이달 30일로 앞당긴다…‘사법부 독립’ 논의할듯
- 백화점 날고 마트도 뛰었다... 롯데쇼핑 영업익 34.5% 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