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정현 "당장 사퇴는 없다"..'폐족' 거부한 친박

박순봉 기자 2016. 12. 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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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힘 얻은 비박 “인적쇄신 등 재창당 수준 혁신”…새누리 미래 ‘안갯속’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오른쪽에서 네번째) 등 의원들이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김창길 기자

새누리당 친박계 지도부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압도적으로 가결된 즉시 사퇴를 거부했다. 촛불 민심에 끝까지 저항하다 결국 탄핵을 당하고서도, 마지막 권력을 바로 놓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친박계 일부까지 이탈한 가결 결과로 비박계가 새로운 구심으로 떠올랐지만, 친박계가 ‘폐족’의 길을 거부하면서 당의 미래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친박계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뒤 당이 ‘빈사 상태’에 빠져드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당권을 쥔 채 탄핵 반대를 외쳤다. 하지만 압도적인 탄핵안 가결로 쇄신 ‘칼날’ 앞에 서는 운명이 됐다. 탄핵안 표결에서 당 소속 의원 128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6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앞서 비박계는 집단탈당과 창당 등을 고려해왔다. 하지만 이날 예상을 넘는 결과로 비박계의 정치 경로도 달라질 공산이 크다. 당내 확장성과 주도권을 확인한 만큼 당에 남아 강력한 쇄신에 돌입하는 카드도 유력해졌다.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가결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로서 우리는 새누리당을 해체하는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박계 쇄신의 첫 분수령은 비상대책위원장 추천이 될 가능성이 크다. 비박계는 이 과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고, 이후 인적쇄신 등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비박계는 ‘친박 부역자 5적’ 등을 대상으로 출당을 추진해 ‘타협 없는 인적쇄신’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선두에 섰던 친박계 의원들을 인적 청산한 뒤 당 재산을 모두 국고에 환수하는 수준의 반성이 필요하다”며 “‘차떼기’ 당시 천막당사를 차린 이상으로 재창당 수준으로 당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계가 끝까지 저항할 경우 사생결단의 ‘당권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탄핵안 가결 후 기자간담회를 요청해 “(사퇴 시점이 약속했던) 12월21일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면서도 “최소한만이라도 당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면 그만두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다시 당 수습을 이유로 즉각 사퇴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다른 친박 지도부도 거취에 대해선 “유구무언”(이장우 최고위원) 등 입을 닫았다.

당권 싸움이 장기화할 경우 민심 이탈이 더 커질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촉박한 대선 일정을 고려해 비박계가 ‘집단탈당→분당’의 그림을 그릴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선도 탈당파를 흡수할 수 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이나 국민의당과의 연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비박계의 분당은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촉발시키는 뇌관이 될 공산이 크다.

비박·친박 어느 계파가 주도권을 쥐든 새누리당은 탄핵 책임론 속에 당을 재건해야 하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한 비박계 의원은 “당권을 떠나 심폐소생부터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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