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차세대우주망원경, 우주탄생의 비밀 밝힌다
|
|
NASA의 위대한관측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2003년 8월 발사된 델타II 로켓에 실린 스피처우주망원경이다. 우주에 망원경 계획을 최초로 제안한 라이먼 스피처에서 이름을 따서 지었다. 스피처우주망원경은 이전의 세 개의 망원경과는 달리 태양을 중심으로 궤도 운동을 하며 적외선 영역을 관측한다. 매년 0.1 천문 단위씩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적외선은 작은 별이나 멀어지는 은하,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천체를 관측하는 데 적합하다. 2005년 스피처 우주 망원경은 외계 행성으로 ‘뜨거운 목성’으로 불리는 ‘HD 209458b’ 와 ‘TrES-1’으로부터 오는 빛을 직접 검출했다. 이전까지는 태양계 밖의 행성은 간접적으로 유추한 것뿐이었는데, 외계 행성을 최초로 직접 영상으로 관측한 것이다.
위대한관측프로그램으로 인해 감마선에서 적외선까지의 영역을 모두 관측할 수 있게 됐다. 아주 멀리 떨어진 은하를 선명하게 담아낸 ‘울트라 딥필드’와 같은 사진도 지상에서라면 불가능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2003년 9월부터 2004년 1월까지 똑같은 영역을 찍은 결과 울트라딥필드 같은 환상적인 사진이 나왔다. 위대한관측프로그램의 후계자들도 나왔다. 이미 임무를 마친 콤프턴감마선망원경의 역할은 NASA의 페르미감마선우주망원경과 스위프트감마선우주망원경, 유럽우주국(ESA)의 인테그랄감마선우주망원경이 뒤를 잇고 있다. 가장 오래된 허블우주망원경도 후계자가 등장할 예정이다.
2008년 발사된 페르미감마선우주망원경은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초신성 폭발, 감마선 폭발 등 우주 현상을 관측한다. 또한 우주의 중력원인 ‘암흑 물질’의 정체를 규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성자별인 펄서에서 전파뿐만 아니라 감마선도 나온다는 것을 밝혔다. 스위프트도 2004년 임무를 시작한 이래 600개 이상의 감마선 폭발을 찾아냈다. 그 중에는 지금까지 관측한 가장 밝은 감마선 폭발도 있고, 빅뱅 이후 6억 3,000만 년 뒤에 일어나 우주 초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감마선 폭발도 있었다. 2002년에 발사된 ESA의 인테그랄은 가장 가깝고 희미한 감마선 폭발을 관측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감마선으로 본 은하 평면 지도를 만들었다.
|
|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NASA, ESA, 캐나다우주국(CSA)이 공동으로 제작했다. 완전히 펼쳤을 때 18개의 육각형 거울로 벌집 모양처럼 생긴 직경 6.5m의 반사경이 달릴 예정이다. 이 반사경은 허블(2.4m)보다 2.7배 크기로 7배 많은 빛을 모을 수 있다. 우주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거울은 베릴륨으로 제작됐고 표면에 반응성이 낮은 금 박막이 코팅됐다. 로켓에 탑재하기 위해 접힌 채 쏘아 올렸다가 우주에서 펼쳐지도록 설계됐다. 허블망원경 발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NASA의 2대 국장인 제임스 웹(1906~1992)에서 이름을 땄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지상 610㎞에 위치하는데 비해 제임스 웹은 이 보다 훨씬 높은 ‘라그랑주(L2)’ 지역(150만㎞ 높이)에 머물며 더 먼 우주를 관찰할 예정이다. 라그랑주 지역은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상쇄되는 지점으로 매우 안정된 곳이다. 태양풍의 영향, 운석 회피 등으로 불가피하게 제임스웹을 이동시킨다 해도 저절로 본래 자리로 되돌아오는 장점이 있다. 또 태양이 항상 지구 뒤에 가려 태양 빛 방해 없이 먼 우주를 볼 수 있고 망원경에 설치되는 가림막은 지구와 달에서 반사되는 빛도 막아준다.
제임스웹의 목적은 빅뱅 직후 초기 우주의 상태를 연구하는 것이다. 지상의 천체 망원경이 20억 년 전, 허블이 80~120억 년 전 우주 모습을 관찰했다면 제임스웹은 138억 년으로 추정하는 우주의 첫 천체를 찾아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적외선을 관찰하기 때문에 허블우주망원경이 볼 수 없는 성운의 ‘속살’도 들춰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별은 먼지와 가스가 모인 성운 안쪽에서 탄생하기 때문에 일반 망원경으로 관측이 불가능했다. 제임스웹은 미국 고다드우주비행센터 등 기관에서 진동, 소음, 진공 상태 내성을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 후 2018년 10월 아리안-5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2019년 봄이면 제임스웹이 촬영한 먼 우주의 실제 사진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한국인 유전자 지도, 질병 치료의 신기원 연다
- [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한국형 발사체, 달까지 난다
- [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슈퍼컴으로 1년 걸리는 소인수 분해 30분에..양자 컴퓨터 시대 열린다
- [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 '썩는' PET병, 바이오 플라스틱 시대 열렸다
- [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서울-부산 30분에 가는 초고속 교통 수단 나온다
- [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 공격·감시에서 농사·레저까지 '척척' ..집집마다 드론 날리는 시대 열린다
- [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 제 2의 '신의 입자'를 찾아라..가열되는 입자 가속기 경쟁
- [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장기 망가지면 돼지 장기로..장기 이식 새시대 열린다
- [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사라지는 빙하, 우리의 미래는 안전한가?
- [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한국도 환태평양 '불의 고리' 에 들어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