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은 '보금자리론' 못받는다..'적격대출'로 가야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8일 정부가 내놓은 ‘정책 모기지 개편 방안’은 사실상 ‘보금자리론 요건 강화’로 요약된다. ‘실수요자 지원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내는 ‘보금자리론 축소’다.
제도 개편의 출발 지점부터 그렇다. 올해 정책 모기지 공급량은 41조원으로 지난해(31조원) 대비 32%나 늘었다. 8·25 가계부채 대책 이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둔화된 반면 주택금융공사 정책 모기지의 증가폭은 오히려 확대됐다. 실제 올 11월까지 은행권 주담대 증가액 중 주금공 모기지 비중은 28.5%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5.6%)의 5배 이상이다.
정책 모기지 ‘쏠림 현상’이다. 게다가 금리 상승, 입주 물량 증가 등 쏠림 현상을 갈수록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반면 재원의 한정적이다. 정부가 손질에 나선 이유다.
정책 모기지 상품은 △디딤돌 대출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 세가지다. 무주택 서민(연 소득 6000만원 이하)을 대상으로 하는 디딤돌대출은 대상주택 가격을 6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추는 게 전부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5억원 이하 비중이 50% 수준인 것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칼날은 ‘보금자리론’을 향했다. 소득 요건 신설(연소득 7000만원), 주택가격 하향(9억원→6억원), 대출한도 하향(5억원→3억원) 등 요건이 대폭 강화된다. 도 국장은 “소득요건이 없고 주택가격 기준도 높아 고소득 자산가들도 이 상품을 이용한다”며 “서민층 실수요자에게 공급되도록 개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수요자’를 강조하는 이면엔 ‘투기 수요’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정부가 대출 요건뿐 아니라 일시적 2주택 처분 기준을 강화한 게 좋은 예다. 최대 3년인 일시적 2주택 허용기간 내에 주택 처분기한을 대출 약정때 선택하도록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최대 0.4%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부과한다. 지금은 3년 동안 2주택 보유가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해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저리 보금자리론 대출을 받아 추가로 집을 사는 경우가 많다.
제도 손질이 이뤄지면 대상자와 대출 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약 3조원 정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금자리론 평균 대출금액을 1억5000만원으로 가정하면 단순 계산해도 2만명이 보금자리론에서 적격대출로 옮겨가야 한다. 연소득 7000만원(부부합산)이면 소득 8분위(80%)까지 포함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실제 수요층의 체감도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내년도 적격대출 공급 규모를 3조원 늘린 것도 같은 이와 무관치 않다. 보금자리론 공급 규모는 올해(15조원) 수준을 유지한다. 2년 한시적으로 도입되는 입주자전용 보금자리론이 축소분을 상쇄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박재범 기자 swal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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