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C "미·중 무역전쟁, '상호확증파괴' 초래할 것"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 간 무역전쟁이 발발할 경우 양측이 모두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수준의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CNBC방송은 5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 간 경제적 거래는 규모도 크고 내용도 복잡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서로 간 경제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양측 모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4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규모 군사 복합 시설을 건설해도 되는지 우리에게 양해를 구한 적이 없다"는 도발적 글을 올렸다.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앞서 2일 트럼프는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전화 통화를 했다. 미국대통령 혹은 대통령 당선인이 대만 지도자와 통화를 한 것은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었다.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3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국은 이번 사안에 관해 이미 미국 측 당국자에 엄중 항의했다. 세계에는 '하나의 중국'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표명해야 한다.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한 일부"라고 밝혔다.
CNBC방송은 미‧중간 갈등의 증폭이 양국간 경제에 큰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NBC는 5일 “상대방 경제에 타격을 입히려는 목적으로 입안된 정책들은 ‘상호확증파괴’만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상호확증파괴란 1960년대 이후 미국·소련이 구사했던 핵전략으로 적이 핵 공격을 가할 경우 적의 공격 미사일 등이 도달하기 전에 또는 도달한 후 남아 있는 보복력을 이용해 상대편도 전멸시킨다는 보복 핵전략이다.
워싱턴에 있는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국제안보센터(the Brent Scowcroft Center for International Security)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내 생각에는 모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의 양대 경제대국이다. 양대 경제대국이 서로 물어뜯고 싸울 경우 세계경제는 더욱 나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물량은 4820억 달러(약 563조9400억 달러)에 달했다. 같은 해 미국은 중국에 1160억 달러(약 135조7200억원)를 수출했다. 미국의 대(對) 중국 무역적자는 3660억 달러(약 428조2200억원)에 달했다.
많은 미국기업들은 중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제품을 생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저가의 중국산 제품들은 거대한 소매 체인점들을 통해 미국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중국은 올 9월 기준으로 1조2000억 달러(약 1404조원) 어치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CNBC는 중국이 보유한 막대한 미 국채는 미국 경제를 겨냥한 ‘핵 옵션(nuclear option)’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BC는 “중국은 (미국 경제에 대한) 핵 옵션을 지니고 있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를 덤핑으로 팔아버릴 경우 달러 가치와 이자율이 급등하는 등 미국의 금융시장은 일대 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매닝은 그러나 중국은 이런 조처를 통해 자신들도 이득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을 포함한 세계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사들이는 이유는 안전자산이기 때문이다. 만일 중국이 미 국채에 투자하는 돈을 유로존 국가의 불안정한 국채를 사들일 경우 중국은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잡아먹고 있으며, 중국산 제품의 시장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에도 이런 자세를 누그러트리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이 중국에 강한 경제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4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로저 베이커 미국 스트랫포(Stratfor) 부사장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보복은 분명 중국의 기업과 중산층 등에 타격을 입힐 것이지만 미국의 기업과 농부 등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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