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계몽주의 시대의 사랑의 철학자'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 2016. 12. 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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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일요일의 역사가: 주경철의 역사 산책'
"그는 자신의 삶의 방식을 스스로 정한 자유인이었다. 그 어떤 권위 혹은 도그마에 집착하지 않은 채 세상을 두루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무엇보다 많은 여인들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가 죽으며 남긴 말은 "나는 철학자로 살았지만 기독교도로 죽는다"였다. 그가 어떤 기독교도로 죽었는지는 알쏭달쏭하지만, 철학자로 살았던 것은 분명하다. 분명 그는 새 시대를 알리는 강렬한 사랑의 철학으로 한세상을 살고 갔다." -본문 '카사노바'에서

<일요일의 역사가>는 주경철 교수(서울대 서양사학과)가 문학을 통해 읽은 역사, 역사를 통해 읽은 문학 이야기로서 총체적인 문화사이다. 생생한 역사적 장면들에 신화와 고전소설, 영화 등 풍부한 예술 텍스트들을 곁들여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은 열한 편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부터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를 시대별로 배열하고, 역사와 문학을 교차해서 읽으며 인류와 문명에 대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

'카사노바 : 계몽주의 시대의 사랑의 철학자'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희대의 바람둥이 돈 후안과, 한 시대를 몸으로 관통하는 행동가의 삶을 살면서 문필가로 생을 마친 계몽주의 시대의 자유인 카사노바, 그 둘의 이질적인 사랑의 철학을 대조했다.

'고양이와 여인 : 근대 유럽의 저항 문화'는 16세기의 화가 피터르 브뤼헐의 그림 <악녀 그리트>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역사의 현장에서 질서의 전복을 나타내는 18세기 '고양이 대학살 사건'이 폭로하는 근대 사회의 억압적 문화와 저항 문화를 조명했다.

'바타비아 : 유럽 문명의 무덤'은 인간 심성의 밑바닥에 존재하는 공포와 야만을 확인하게 해주는 바타비아호 좌초 사건은 <로빈슨 크루소>, <파리대왕>과 교차해 읽히면서 세계로 팽창해가던 근대 유럽 문명의 야만적이고 사악했던 이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광기에 찬 차르 : 이반 뇌제의 러시아 만들기'는 잔혹한 통치자였던 러시아의 이반 뇌제를 다룬 영화 <폭군 이반>이 오랫동안 러시아에서 개봉되지 못한 연유는 무엇이었는지, 미스터리로 가득 찬 이반 뇌제의 행적과 그가 남긴 러시아의 역사적 그림자에 대해서 날카롭게 추적해본다.

'신은 목마르다 : 아스테카 제의와 기독교의 만남'은 아스테카 문명의 인신 희생 제의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과달루페의 성모’로 대변되는 멕시코의 독특한 기독교 문화에 대한 설명은 우리와 다른 문명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치즈와 구더기 : 큰 세상을 작게 보기'는 중세의 베스트셀러들을 두루 섭렵한 이탈리아 산골 마을의 기인 메노키오를 통해 발견되는 작고 섬세한, 그러나 역사의 한 지점을 구성했던 현장을 돌아본다.

'마녀에게 가하는 망치 : 악惡의 고전'은 15세기에 출판된 마녀에 대한 개념서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이 악의 고전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과 거기에 깔린 문명의 어둠을 파헤쳐본다.

'문명의 어두운 빛 : 아프리카와 서구의 조우'는 대서양에서 인도양까지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한 최초의 유럽인 리빙스턴, 그리고 그를 추적한 기자 스탠리, 식민지 팽창에 힘을 쏟은 벨기에의 국왕 레오폴드와 콩고의 비극. 조셉 콘래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에서 읽어내는 제국주의적 팽창이 내세운 인간 진보 계획 이면에 숨어 있던 탐욕과 악행을 들여다본다.

'밤과 안개 : 홀로코스트 · 이미지 · 기억'은 현대사의 치부이자 살아남은 자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한 역사적 사건 중 하나인 홀로코스트를 다룬 세 영화 「쉰들러 리스트」와 「쇼아」 「밤과 안개」에 대한 분석은 우리에게‘역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라는 쉽지 않은 물음과 함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삶의 문제를 던진다.

책 속으로

1580년대에 유행한 마녀 및 마술에 관한 총서들을 보면 대개 제1권의 자리는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이 차지하고 있다. 이 책은 마녀에 관해서는 누구든지 준거로 삼아야 하는 고전이 된 것이다. 누구든 마녀재판에 관한 저서를 쓸 때면 이 책을 주요 전거로 내세웠다. 예컨대 피코 델라 미란돌라도 마녀에 관해 논할 때 이 책을 길게 인용하면서, 저자를 아우구스티누스 및 그레고리우스와 동렬의 인물로 거론했다. 16세기 후반이 되면 작가들은 더 이상 마술이 무엇이냐에 대해 고민할 필요 없이 이 책 내용을 전제로 했다. 마녀의 존재에 대한 반대론을 펼치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이 책 내용을 공격했고, 이에 대해 재반론하는 사람도 이 책 내용을 옹호하는 논지를 펼쳤다. 이렇게 이 책은 마녀 문제에 관한 한 가장 영향력 있는 악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p. 165.

『로빈슨 크루소』나 『파리대왕』과 같은 문학적 허구가 아니라 실제 무인도에 사람들이 남겨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타비아호 사건은 그런 질문에 답을 제공할 실마리를 준다.

‘바타비아호의 무덤’에서 인간은 결코 조화로운 사회를 건설하지 못했다. 디포가 예상한 것과 달리 유럽의 우수한 문명 요소들이 낯선 환경, 위기의 순간에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지는 못했다. 인간의 이성, 혹은 좁게 보면 유럽의 이성은 만능의 열쇠가 아니다. 유럽 대륙 본거지에서는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관성에 따라 자기 기능을 발휘할지 모르지만 다른 대륙 혹은 낯선 자연 상태에서는 그들의 이성이 결코 행복한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 그들의 신앙 역시 그리 단단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적도를 넘어서는 순간 십계명은 눈 녹듯 사라지는 모양이다. (……)

바타비아호 사건은 세계로 팽창해가는 근대 유럽 문명의 다이내믹한 힘의 이면에 얼마나 사악한 힘이 도사리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먼 이국의 섬은 이성과 신앙에 의해 에덴동산으로 변화된 게 아니라 오히려 유럽 문명의 무덤이 되었다.
―pp. 192~194.

기억은 끊임없이 다시 창조된다. 기억을 놓아버려서도 안 되며, 기억을 독점해서도 안 된다. 기억은 우리 존재의 핵심 구성요소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가 껴안고 있는 가장 고통스러운 문제 중 하나인 홀로코스트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이런 문제를 환기시킨다. 홀로코스트라는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사건에 대해 영화는 여러 방식으로 접근했다. 극영화, 다큐멘터리, 혹은 인터뷰 등 각각은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홀로코스트 문제만이 아니라 더 일반적으로 영화는 과거 역사 사실에 대해 증거를 모으고 해석하고 서술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p. 306.

주경철 지음 | 현대문학 | 308쪽 | 14,800원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 grea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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