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콩글리시] '레미콘', 건설 코리아의 역군

2016. 11. 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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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올해 초 전국레미콘운송업자들이 '8.5제'를 내걸고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8.5제란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레미콘을 타설해 건설 현장에 운반하고 정시에 출퇴근해서 '저녁 있는 삶'을 보장받겠다는 취지로 내세운 투쟁 목표였다.

"레미콘은 어디서 온 말입니까?" "아, 그거 ready-mixed concrete의 준말이지요." 평소 궁금하게 생각하던 차에 현대시멘트대표를 목욕탕에서 만난 김에 물어봤다. 시멘트와 자갈 등을 물에 섞어 공사현장으로 싣고 가는 콘크리트를 레미콘이라고 한다. 레미콘 차는 천천히 돌아가는 원통형의 드럼 속에 콘크리트를 싣고 건축현장으로 달린다. 이 원통드럼이 시멘트 믹서(cement mixer)다. 시멘트 믹서란 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해 시멘트와 다른 재료들을 섞는 큰 회전 드럼통(a machine with a large revolving drum in which cement is mixed with other materials to make concrete)을 가리킨다. 이런 시멘트 믹서가 부착된 트럭이 레미콘차(cement mixer truck)다. 이 속에 든 재료가 ready-mixed concrete인데, 일본의 시멘트회사가 머리부분만을 따서 레미콘(re-mi-con)이라고 했고 우리도 이를 차용했다. 우리말로는 양회(洋灰)반죽이다.

로마 그리스 터키의 고대 유적을 탐방하면 누구나 몇 가지 의문을 갖는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그 옛날에 어떻게 거대한 돌덩어리를 산 위로 옮겼을까, 그리고 날카로운 도구가 없던 시절 정교한 조각상을 살아 있는 양 실물처럼 빚었을까. 게다가 웅장한 건축구조물을 무슨 수로 견고하게 쌓아 올렸을까. 근래 <세계의 역사:테크놀로지(World History: Technology)>를 읽으면서 이런 의문의 하나가 풀렸다. 기원전 600년 전부터 고대인들은 건축물에 오늘날과 같은 시멘트를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 옥스포드대학 출판부가 간행한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로마인들이 거대한 건물과 구조물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화산회(pozzolana)의 발견이었다. 화산회는 화산흙으로, 석회석과 혼합하면 시멘트로 변해 물이나 불에 잘 견뎠다. 시멘트 만드는 기술은 5세기에 로마제국이 멸망하면서 사라졌으며 19세기까지도 재발견되지 않았다. 벽돌이나 돌로 치장한 당시의 많은 콘크리트 구조물들은 2000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건재해 있다."

We are surrounded by many buildings, which are usually just concrete structures(우리는 수많은 빌딩에 둘러싸여 있는데, 대개 콘크리트 구조물들이다). 100% 맞는 말이다.

철골과 시멘트는 현대 건축의 중요한 재료다. 가장 널리 쓰이고 대단히 견고하고 값싼 재료가 바로 콘크리트다. 건물뿐 아니라 시멘트 벽화, 시멘트 조각품 등 예술작품의 소재로도 애용되고 있다.

시멘트가 단단해지는 것은 물과 섞기 때문인데, 모래와 혼합하면 외장이나 마무리에 쓰이는 모르탈(mortar)이 되고, 자갈이나 부순 돌과 섞으면 콘크리트가 된다. 드라이 모르탈은 물만 부어 바로 쓰는 즉석 시멘트를 말하는데, 주로 건물 외장이나 욕실, 주방의 타일 시공 후 이음새 등에 사용된다. 앞서 지적했듯이 수경성(水硬性) 시멘트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그 원료는 물과 접촉하면 느린 속도로 경화하는 석회와 화산재였다.

오늘날과 같은 포틀랜드(portland) 시멘트를 발명한 사람으로는 영국의 조지프 애스프딘(Joseph Aspdin)을 꼽는다. 1824년 그는 석회암과 점토의 합성 혼합물로부터 얻은 물질에 대해 특허를 획득했다. 이것이 바로 포틀랜드 시멘트다. 포틀랜드라는 말이 붙은 것은 그 색깔이 영국의 섬 포틀랜드에서 나는 석회석과 매우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쓰는 시멘트의 원조다.

레미콘이 외래어든 우리가 만든 조어든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널리 쓰이고 있고, 그것이 무슨 뜻인지 서로 이해하고 있으면 그만이다. 다만 그 형성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영어로 말할 때 올바로 쓸 줄은 알아야 한다. 외래어나 조어는 그만큼 우리 언어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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