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지역 부동산 시장 판도 변화
인구 40%가 해안가에 집·직장..일부 주에선 부동산업자에 홍수이력 등 정보공개 의무화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해변의 집을 팔려는 부동산 업자들은 문을 나서면 바로 바다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구매자들은 반대로 해안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해수면보다 얼마나 높이 있는지, 폭풍 해일을 막는 방파제는 잘 돼 있는지, 비상전력과 배수펌프 시설은 갖춰져 있는지를 묻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미국 전역의 해안지역 부동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0일 전했다.
바닷가 주택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하고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계속 바닷가에 집을 짓고 있지만, 미국 전국의 주택 소유자들은 기후변화 영향에 취약한 지역의 집을 사는 것에 점점 신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석유, 석탄, 농업, 설비 등 여러 산업분야가 이미 영향을 받고 있지만, 특히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산업도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폭풍해일로 인한 홍수와 침수 등의 재해 위험을 투자 손익계산에 넣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국 인구의 40%가 집이나 직장을 해안가에 두고 있다.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부동산 산업에서 기후변화 요소에 대한 인식이 더 빨리 확산해야 하며 주택 구매자들에 대한 관련 정보 제공 역시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바다나 강 등 물가의 부동산 시장이 붕괴할 경우 지난 2000년의 닷컴 경제 붕괴나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를 부른 부동산 거품 붕괴보다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는 분석가들도 있다. 주택 소유주나 개발업자, 임대업자 뿐 아니라 이들 부동산을 담보로 한 금융상품을 파는 금융기관들도 그 낙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지난 5년간 상습 홍수지역의 주택 매매는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증가율이 약 2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해안가 주민들중 더 안전한 지역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애미 해변 주민인 브렌트 딕슨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최대 만조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해안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할 계획이라면서 "물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런 우려는 기후변화 회의론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새삼 높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트럼프가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남플로리다 여러 곳에 거대 부동산을 여럿 소유하고 있는 점을 상기시켰다. 트럼프의 이익과 기후변화론이 상충하는 점을 가리킨 것이다.
매사추세츠와 뉴저지 같은 주에선 매매 대상 물건이 홍수 피해를 입은 적이 있는지 등 기후변화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부동산 업자 등에게 의무화하는 입법을 하기도 했다. 은행과 보험사들도 담보물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을 더 적절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이를 공개하는 표준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경제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국책 모기지 보증기관인 프레디 맥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해수면 상승과 폭풍해일로 인해 사람들이 해안을 떠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암울하게 전망했다. 이들이 모기지를 포기하게 되면 주택시장 붕괴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으며, 주택 가격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일부는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금으로 청산하고 떠날 것이지만 일부는 그럴 재정능력이 안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현재 기부변화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해수면 상승 속도가 어떻게 되느냐에 쏠려 있지만, 정말 문제는 "해안가 부동산이 물 아래로 잠기기 전에 부동산 가격이 먼저 수면 하로 잠기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신문은 "밀물로 인한 침수를 가리키는 이른바 '성가신(nuisance)' 홍수가 부동산 가격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높이 30-60cm 정도만 물이 밀려 들어와도 교통이 두절되고 지하실이 물에 잠기며 차량이 손상되고 지하수가 오염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해 미국 전국의 주택 매매는 2.6% 증가했으나,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홍수 위험이 높은 지역에선 약 7.6% 감소했다고 신문은 예시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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