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단체들 "국정 역사교과서 '함량 미달' 교과서"

(서울=뉴스1) 김현정 기자 =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장 검토본에서 기초적인 사실 오류가 발견돼 '함량 미달' 교과서라는 역사학계 분석이 나왔다.
역사학계 교사·학술 7개 단체로 구성된 역사교육연대회의는 30일 국정 역사교과서 긴급 분석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적인 사실 오류를 보여주는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Δ고고·고대 Δ세계사 Δ전근대 Δ일제강점기 Δ해방~이승만 시기 Δ박정희 시기 이후로 나눠 국정 역사교과서의 1차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기본부터 잘못된 교과서"…각 분야 연구자 공통 지적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국정 역사교과서에서 기초적인 사실을 잘못 기술한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고·고대 분야를 분석한 김장석 고고학고대사협의회장은 "선사시대에서만 3쪽 분량의 오류가 발견됐다"며 "교과서 내용에 대해 세부적으로 언급하는 것조차 불필요할 정도로 기본부터 잘못됐다"고 말했다.
고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20페이지의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금속도구는 청동기' 라는 단락을 대표적인 오류로 밝혔다. 청동에 앞서 순동이 먼저 사용돼 '초보적인 수준의 오류'라는 것이다.
현장검토본에서 '함무라비 법전'을 세계 최초의 법전으로 기술한 것을 명백한 오류의 예로 제시했다.
세계사 분야를 분석한 강성호 한국서양사학회장은 "함무라비 통치보다 400여년 앞선 우르남무 법전이 발굴됐기 때문"이라며 "그리스사와 관련해 기원전 477년에 결성된 델로스동맹을 기원전 500년 직전에 결성된 펠로폰네소스 동맹보다 앞서는 것으로 잘못 기술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20년 전 상태로 후퇴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급변하는 세계가 한국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일제 강점기를 서술한 부분에서는 친일파의 범주를 대폭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친일파 관련 서술에서 '친일 인사나 단체' '친일 세력' '친일파' 등 혼동되는 용어를 뒤섞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해방 이후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친일파는 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과 반민족 행위를 했다고 결정한 김성수 동아일보 사주, 방응모 조선일보 사주 등을 친일파 범주에서 뺐다"고 밝혔다.
◇1948년 '대한민국 수립' 뉴라이트 핵심주장 수용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한 점도 뉴라이트의 핵심 주장을 수용했다고 지적했다.
배경식 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무시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뉴라이트의 핵심 주장을 수용한 것"이라며 "지난 2008년 뉴라이트 주류들이 집필한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에서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서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에 입각한 교과서'라는 편찬 기준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이 박정희 관련 서술을 크게 늘리고 '공'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서술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현대사 영역에서 박정회 관련 서술은 6페이지에서 9페이지로 크게 늘리는 대신 6월 항쟁이후 30년 세월은 4쪽 안팎으로 기술했다"며 "거의 모든 교과서에서 등장하던 쿠데타 당일 군복 입은 박정희 사진이 산업 현장의 박정희 사진으로 교체했다"고 지적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학습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비슷하게 서술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 회장은 "교과서가 학생들이 공부하는 책이란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모습"이라며 "중, 고등학생 모두에게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실을 나열하는 것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hjkim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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