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촛불] 기적의 '100만 평화촛불'..어떻게 가능했나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지난달 29일 이른바 '최순실게이트'로 성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후 26일까지 총 5차례에 걸친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에 대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어 집회 또한 장기화될 전망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장기간 외쳤다는 점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진행된 민중총궐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새다. 하지만 2016년 촛불집회는 그 모습과 성향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비슷하지만 다른 양상…1차 집회 물대포 vs 촛불
지난해 11월14일 제1차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민주노총을 주축으로 하는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가감 없이 '투쟁'의 목소리를 냈다. 폭력 투쟁도 불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최대 규모였던 13만 대규모 집회에는 시민사회·노동·빈민 단체 등 주로 민주노총 소속 산하기관 인원들이 주를 이뤘다.
참가자들은 경찰이 설치한 차벽을 넘어 광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차벽을 훼손하거나 경찰에 폭력을 가해 연행됐다.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가 상당 시간 동안 참가자들을 향했고 이 과정에서 끝내 숨진 농민 백남기씨(69)가 쓰러져 의식을 잃기도 했다.
백씨가 쓰러진 뒤 '폭력 진압'을 문제 삼는 목소리와 더불어 사회시민단체 내에서 '폭력 집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이 한동안 양립했다.
이로 인해 제2차 민중총궐기 당시에는 규모가 약 5만여명으로 현격히 줄었다. 폭력집회, 폭력진압 문제가 불거지자 이후 이어진 집회에서는 풍물패의 거리공연, 평화행진 등이 주를 이뤘다.
이번 '100만 촛불집회'는 지난해와 그 양상과 성격 모두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지난달 29일 처음 열린 '촛불집회'에서부터 '전국민적' 참여가 이어졌다. 중·고교생 중심의 청소년과 대학생으로 시작된 사전 집회에 이어 오후 6시쯤 2만여명의 시민이 결집하면서 절정에 다다랐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문화 공연이나 발언 위주의 집회를 이어갔고 차벽을 설치한 경찰도 강경 대응을 자제하고 경고방송 위주로 막아서며 시위대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일 열린 2차 촛불집회에는 20만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일주일 전보다 더욱 커진 분노를 반영했지만 시민들은 평화롭고 질서있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시민들은 촛불과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고 비록 집회 신고와는 다른 장소로 행진을 향하기도 했지만 경찰 역시 이를 유연하게 대치하면서 충돌없이 평화롭게 집회가 마무리됐다. 캡사이신과 물대포 역시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건국 이래 최초 광화문 차로 전체 행진…키워드는 '평화·축제'
이어진 3차 집회인 12일, 시민들은 건국 이래 처음으로 광화문 앞 전체 차로를 평화적으로 행진했다. 참석인원은 역사상 최대 인파인 100만여명이었다.
이날 인파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중 역대 최다 인원이 모였다는 6월10일의 주최 측 추산 70만명을 경신한 기록이다.
법원은 이날 행진을 허용하면서 "기존 집회들이 지금까지 평화롭게 진행됐고 이 집회 역시 그동안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 등에 비춰볼 때 평화적 진행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예상, 시민의 의지대로 이날 하루 서울 도심 곳곳에 진행된 집회와 행진은 평화롭게 진행됐다.
사상 최대 인원이 모인 집회는 오히려 '축제'와 같았다.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를 코스프레하는 풍자 분위기도 곳곳에서 연출됐다.
집회와 행진에 이은 문화제에는 연예인도 동참해 축제 분위기를 더욱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방송인 김제동씨, 가수 이승환씨, 가수 정태춘씨, 가수 조PD 등의 사회와 공연에 시민들의 손에 들린 '촛불'은 꺼지지 않고 거대한 물결처럼 출렁였다.
정치성향, 나이와 성별 등은 그동안 한국사회를 갈라놓은 차이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모두 하나되어 시민으로서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중간중간 폭력적인 모습이 보일 때 이를 자제시킨 것도 시민들이었다. 시민들은 차벽 위로 오른 일부 시위대를 제지하고 경찰을 보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00만 촛불집회는 지난 19일에도 이어졌다. 시민들은 "우리 의경 동생들, 아들들 자게 이제 집으로 갑시다"라며 스스로 먼저 집회를 해산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음 주에 또 봐요"라는 서로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지만 집회는 시작부터 유쾌했다. 사물놀이패, 공연,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의 발언, 퍼포먼스 등이 종일 지속됐다.
26일 5차 촛불집회, 한 달간 타오른 촛불이 헌정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민들의 평화 집회 역시 새로운 집회 문화로 기록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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