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포위' 행진 주최 측 "경찰차벽으로 막으면 오히려 위험"

유태영 2016. 11. 2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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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도심에서 열릴 5차 주말 촛불집회에서 청와대 턱밑까지 행진을 허용한다는 취지의 법원 결정문을 받아 든 주최 측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들은 “경찰이 차벽 등을 동원해 행진을 막으면 안전사고 위험이 오히려 높아진다”고 행진 자유의 보장을 촉구했다.

5차 범국민대회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 함께 하고 있는 참여연대는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집회·시위의 자유가 교통 소통보다 우위에 있음을 법원이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경찰이 청운효자동사무소, 정부청사 창성동별관 등 도로에서 집회, 행진을 교통소통 또는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라는 근거로 금지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26일 본집회가 시작되기 전인 오후 4시부터 ‘청와대 인간띠 잇기’를 하겠다며 주최 측이 낸 4개 코스(그림상 ⑤∼⑧번)의 행진·집회 신고에 대해 △좁은 도로의 안전사고 위험 △교통마비 우려 등을 이유로 “율곡로 이남까지만 행진하라”고 조건을 달았다. 또 행진로상에 있는 청운효자동주민센터 등 4곳(①∼④) 인근 집회는 금지통고했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는 청와대에서 불과 200m, 창성동별관은 청와대와 직선거리로 460여m 지점에 있는 곳이다. 주최 측은 경찰의 이같은 결정에 맞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장순욱)은 이날 주최 측이 신고한 행진과 집회를 모두 허용했다. 다만 일몰시각 이후에는 안전사고 우려가 커진다는 이유 등으로 행진은 오후 5시30분까지, 집회는 오후 5시까지만 하라고 시간 제한을 뒀다.

재판부는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한 불가결한 근본요소”라며 “이번 집회·행진의 목적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항의와 책임을 촉구하는 데 있으므로, 항의의 대상과 집회·행진 장소는 밀접한 연관관계에 있다”고 판시했다. 또 “일부 구간은 다수의 행진 참여자가 몰릴 경우 병목현상으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는 하다”면서도 “지난 대규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확인해 준 건강한 시민의식과 질서있는 집회문화에 비춰 보면 자제와 배려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이 시위 함성을 들을 수 있는 청와대 턱밑을 행진 참가자들이 동·서·남쪽에서 포위하며 구호를 외치는 일이 가능해졌다. 대규모 시위 군중이 청와대 코앞까지 진출하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참여연대는 법원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야간에는 안전사고 위험이 주간보다 높을 수 있고 이들 장소에서 집회·행진 경험이 축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이 일몰 전후인 ‘오후 5시30분까지’라는 단서를 붙인 점은 아쉽다”며 이에 대해 즉시항고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을 향해서는 “(집회) 금지사유로 제시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라는 추상적 위험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며 “경찰이 차벽과 경력으로 행진 경로를 막는 것이야말로 대규모 인원의 흐름을 갑자기 막아 안전사고 위험을 더 높이는 것이며, 행진대열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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