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boots.. 학다리 아니라도 신는다, 무릎 덮는 '연예인 부츠'
추운 날씨에도 하의는 짧게, 긴 양말처럼 롱부츠 신어
다리 길어 보이는 효과에 '겨울멋쟁이' 보온도 챙겨
뮤지컬 '킹키부츠'가 관객 10만명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폐업 위기의 구두 공장을 물려받은 주인공 찰리가 드래그 퀸(여장 남자 가수) 롤라를 만나 새빨간 롱부츠 '킹키부츠'를 만들면서 회사를 다시 일으킨다는 내용. 무대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부츠다. 주인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The Most Beautiful Thing in the World)'이라 노래하는 것도 바로 '슈즈'. 여장 남자들이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80㎝ 길이 부츠를 신고 춤추는 장면은 요염 그 자체다. 허벅지까지 타이트하게 감싸주는 부츠는 육중한 몸집의 배우 정성화도 단숨에 S라인 자태로 탈바꿈시켰다.
섹시한 여성의 심벌, 롱부츠는 원래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간호섭 홍익대학교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롱부츠의 역사를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설명한다. "하이힐, 스타킹 등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패션용품이 실은 남성들 것에서 출발한 게 많아요. 롱부츠도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보듯 로마 시대 군인들이 신는 '솔저 신발'이었죠."
허벅지까지 오는 롱부츠, 일명 사이하이부츠(thigh-high boots)의 섹시미를 일깨워준 이도 남자였다. 1970년대 '글램록(전위적 음악과 패션 스타일로 유명한 록 음악의 하위 장르)'의 선구자 데이비드 보위는 짙은 화장과 높은 힐의 사이하이부츠 패션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후 마돈나, 레이디 가가 등 유명 팝스타들이 사이하이부츠룩을 선보이며 섹시한 여성의 상징으로 각인시켰다.

스타킹이야? 부츠야?
사이하이부츠는 올가을 새로운 변혁기를 맞이했다. 20~30대 여성들의 ‘데일리룩’으로 자리 잡았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찔한 힐, 번쩍이는 가죽 등 ‘센 언니’들만 신는 줄 알았던 사이하이부츠가 대중에게 친숙한 스타일로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하이패션 브랜드에서도 새롭게 변신한 사이하이부츠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지미추는 밀리터리룩을 접목했다. 사이하이부츠에 군장 같은 버클을 달아 화려한 멋을 더했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초록색 호피 무늬 부츠로 튀는 비주얼과 함께 보온성을 더했다. 쥬세페 자노티는 이번 시즌 사이하이부츠를 메인 아이템으로 정했다. 부드러운 블랙 스웨이드 소재의 사이하이부츠는 발목 부분에 버클 장식을 달아 여성미를 살렸다. 지암바티스타 발리는 글래디에이터의 전사를 연상시키듯 부츠에 고무 밴드를 달아 스타일은 살리면서 종아리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발렌시아가의 사이하이부츠는 예술에 가깝다. 금색, 은색으로 화려한 꽃무늬를 수놓은 사이하이부츠는 신발장에 패션 장식품으로 놓아두어도 손색없을 정도다. 발렌티노는 검은색 스웨이드 부츠에 우주 그림을 그려넣어 독특한 개성을 연출했다.
스타킹인지 부츠인지 헷갈리는 제품도 있다. 지방시는 구두에 레깅스를 신은 듯 발 부분만 가죽이고 나머지는 스웨이드로 만들어 착화감을 높였다. 형형색색 원뿔 형태의 뒷굽으로 포인트를 더한 것도 특징. 펜디는 펌프스, 부티와 매치해 사이하이부츠처럼 연출할 수 있는 가죽 양말을 선보여 화제다. 2016 가을·겨울 컬렉션쇼에서 많은 패션업계 종사자가 사이하이부츠로 착각했다는 후문. 신고 벗기 편리하면서도 사이하이부츠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로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에선 이미 완판됐다.

‘어깨 깡패’ 패션 맞물려 인기
간호섭 교수는 사이하이부츠 인기가 최신 패션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고 말한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핫한 패션 브랜드가 ‘베트멍’ ‘자크뮈스’입니다. 프랑스의 뒷골목을 연상시키는 스트리트 패션이 대세죠.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보면 ‘어깨 깡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깨에 각을 넣거나 품이 커지는 등 상의가 커졌어요. 상대적으로 패션 밸런스를 맞추고자 하의는 스키니해지고 짧아졌죠. 그런 면에서 사이하이부츠만 한 것이 없습니다. 상의는 박시하고 짧은데 앵클부츠를 신으면 허해 보이거든요.”
“패션의 전복이 왔다”고 할 만큼 하위 문화로 여겨지던 스트리트 패션이 상위 문화인 하이패션으로 떠오른 요즘, 착 달라붙는 가죽 부츠에 채찍 하나 들으면 어울릴 듯한 퇴폐적 분위기의 사이하이부츠는 옛말이다.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도 격식을 갖춰야 하는 공식 석상에서 종종 사이하이부츠를 신어 패셔너블한 정치인으로 각인시켰다.
패셔니스타인 공효진도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사이하이부츠를 ‘잇 아이템’으로 등극시켰다. 스키니진과 플레어 스커트 같은 일상복에 사이하이부츠를 매치해 일반인이 따라 하기 쉬운 코디법으로 히트했다. 공효진이 신고 나온 스튜어트 와이츠먼의 굽 낮은 스웨이드 소재 사이하이부츠 ‘로우랜드’는 매장 문의가 쇄도하는 중이다.
학처럼 다리가 가늘다는 ‘학다리’ 연예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사이하이부츠를 즐길 수 있다. 직장인 김진이(34)씨는 “과거 사이하이부츠는 허벅지까지 꽉 끼는 사이즈, 높은 힐로 패셔너블한 연예인들이 신는 ‘연예인 부츠’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최근 사이하이부츠는 걷기 편안한 낮은 굽의 형태도 있고 앞뒤 소재를 가죽과 스웨이드를 섞어 신축성을 높이는 등 착화감이 좋아져 일상에서 신기 부담스럽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김지영(28)씨는 “사진 한 장으로 패션을 말하는 인스타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요즘엔 누구나 패션 스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추운 날씨에도 하의를 짧게 입고 긴 양말처럼 사이하이부츠를 신는 게 친구들 사이 유행이에요.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도 있어서 인스타그램용으론 딱이죠.”
한혜연 스타일리스트는 “예전 사이하이부츠는 한겨울에 신는 신발이라는 인식이 강해 가죽 소재가 주를 이뤘다면, 요즘 사이하이부츠는 초가을부터 많이 신기 때문에 이번 시즌엔 스웨이드처럼 부드러운 소재나 개성있는 스타일로 자유롭게 연출해보라”고 조언했다.
[부츠 길이별 용어]

① 부티(bootie): 복숭아뼈 아래까지 오는 부츠. 발목이 살짝 드러나 섹시한 느낌이 있지만 보온성은 떨어져 가을철 주로 신는다.
② 앵클부츠(ankle boots): 명칭 그대로 발목까지 온다. 발목을 덮어주기 때문에 따뜻해 가을·겨울철 ‘데일리 슈즈’로 제격이다. 청바지에 매치하면 보이시하게, 스커트에 매치하면 여성스럽게 보인다.
③ 미들하이부츠(middle high boots): 발목 위부터 종아리 중간 길이의 부츠를 통칭한다. 최근 떠오르는 스타일은 앵클부츠보다 살짝 긴 길이로, 스커트와 매치하면 세련됨과 귀여움을 동시에 연출할 수 있다. 색깔 있는 양말과 매치해 롱부츠처럼 연출하는 것도 좋다.
④ 니하이부츠(knee-high boots): 무릎 바로 아래나 무릎을 살짝 덮는 길이의 부츠. 롱부츠 스타일로는 가장 대중적인 아이템이다. 겨울철 한파에도 끄떡없는 보온성은 물론 사이하이부츠에 비해 신고 벗는 것이 편리한 게 강점.
⑤ 사이하이부츠(thigh-high boots):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부츠. 무릎 위로 올라온다고 해서 ‘오버 더 니부츠(over the knee boots)’라고도 한다. 다리의 각선미를 최대로 살려주기 때문에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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