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마이스터 철학' 스포츠카 메르세데스 AMG, 서킷을 달구다
스포츠카는 모든 운전자의 로망이다. 반복되는 일상과 고단한 삶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고성능 스포츠카를 타고 한껏 배기음을 울리며 끝없이 이어진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꿈을 꾸곤 한다.

오랜 기간 스포츠카의 ‘불모지’와 같았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최근 스포츠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판매량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메르세데스 벤츠의 스포츠카 전문 서브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AMG는 탁월한 주행성능을 갖추고도 페라리, 포르셰 등 경쟁사에 비해 한 단계 낮은 가격을 내세운 결과, 국내 시장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AMG는 전통의 스포츠카 명가(名家)들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도전적인 두 명의 이름 없는 엔지니어들의 손에 의해 창업된 지 50년만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포츠카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고성능 엔진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각 엔지니어가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제작에 참여하는 특유의 품질 철학이 결실을 본 것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지난 17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자동차 담당 기자와 예비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AMG를 직접 운전해 볼 수 있는 ‘AMG 퍼포먼스 투어’ 행사를 개최했다. 국내 스포츠카의 저변 확대와 판매량 증진을 위해 AMG의 주행성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에버랜드 서킷 달군 AMG의 폭발적 가속력…‘백미’는 GT S
이날 행사는 호주에서 초빙한 메르세데스 AMG 레이싱팀 선수들이 인스트럭터로 참여해 선두에서 자동차 담당 기자들이 운전하는 AMG 차량을 리드해 서킷 코스를 주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퍼포먼스 투어에 나온 메르세데스 AMG 모델은 C 63, C 63 S, CLS 63 4MATIC, GT, GT S 등 총 5종류였다. 호주 메르세데스 AMG 레이싱팀 선수들이 선두에서 대열을 이끌었고, 기자들이 5대의 차량을 나눠타고 서킷 코스를 주행했다. 기자들은 정해진 코스에 대한 주행이 끝나면 순서대로 차를 바꿔 타고 다시 주행을 시작해 총 5번에 걸쳐 5종류의 AMG 모델을 모두 체험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탑승한 모델은 C 63이었다. 주행 모드를 ‘컴포트’에서 ‘스포트플러스’로 전환한 뒤 가속페달에 밟자 큰 배기음과 함께 차체는 포구를 떠난 포탄처럼 곧바로 치고 나갔다. 주행을 시작한 지 불과 약 4초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속 150km를 넘어섰다.
서킷 코스에서의 질주는 처음이라 첫번째 주행에서 다소 애를 먹었지만, AMG의 앞선 성능과 안전기술은 오히려 더욱 확실히 체험할 수 있었다. 앞차와의 간격이 다소 벌어져도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바로 폭발적인 힘을 내면서 간격을 좁혔다. 급격히 꺾이는 곡선주로에서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해 차체가 바깥쪽으로 쏠렸지만, 스티어링휠의 반응이 좋아 차체는 금방 안정을 찾고 차선을 이탈하지 않았다.
간혹 속도를 너무 급하게 높여 앞 차와의 간격이 지나치게 좁혀졌을 때는 계기판에서 경고음이 울리면서 자동으로 좌석과 안전벨트가 운전자 보호를 위해 몸을 조여 주기도 했다.
이날 주행의 ‘백미(白眉)’는 역시 AMG의 두번째 자체 개발 모델인 GT S였다. GT S는 메르세데스 AMG 라인업 가운데 성능이 가장 좋은 모델로 꼽힌다. 최대출력은 510마력, 최대토크는 66.3kg·m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310km에 이른다.

처음 주행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앞서 경험한 AMG 모델들에 비해 묵직한 차체와 탁월한 접지력에서 오는 안정감이 느껴졌다. 가속페달에 힘을 조금 싣자 이내 웅장한 배기음을 토해내며 질주를 시작했고 4초도 안 돼 시속 100km를 넘기며 탁월한 가속력을 과시했다.
GT S의 주행성능이 특히 눈에 띄었던 점은 급격히 꺾인 곡선주로를 돌 때였다. 접지력이 워낙 좋아 급하게 스티어링휠을 꺾어도 큰 쏠림 없이 차체의 균형을 유지했고 매끄럽게 차체는 다시 직선주로에 진입했다. 곡선주로가 연이어 계속되는 구간에 들어온 뒤에는 굳이 제동장치를 밟지 않은 채 제 속도로 주행해도 안정감 있게 차체를 제어할 수 있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GT S는 AMG의 두번째 자체 모델인 만큼 첫번째 자체 모델이었던 SLS의 단점과 한계를 개선했고 양산차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카들에 비해서도 한 차원 높은 성능을 갖췄다”며 “최근 세계 주요 모터스포츠 대회에서도 최상위권의 성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 고성능 스포츠카 제작의 꿈 위해 독립한 두 명의 엔지니어, AMG 역사의 문을 열다
메르세데스 AMG의 역사는 약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7년 다임러 벤츠의 엔지니어로 일하던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흐트는 당시까지 나왔던 자동차를 한 차원 넘어선, 획기적인 성능의 엔진을 갖춘 차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거대 자동차 기업의 말단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오랜 고민 끝에 아우프레흐트는 마침내 동료 엔지니어 에버하르트 멜허와 함께 회사를 박차고 나와 고성능 엔진 개발과 튜닝에 주력하는 업체를 설립한다. 회사의 이름은 AMG. 공동 창업자인 아우프레흐트(Aufrecht)와 멜허(Melcher), 그리고 아우프레흐트의 고향인 그로사스파흐(Großaspach)의 이니셜을 조합해 만든 이름이었다.
AMG는 설립된 지 몇 해 지나지 않아 굵직한 모터스포츠 대회를 연이어 제패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1971년 벤츠 300 SEL 6.8 AMG가 벨기에 스파프랑코상 서킷의 24시간 내구레이스에서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AMG가 개발한 고성능 엔진을 탑재한 벤츠 모델들은 크고 작은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 트로피를 따냈다.
AMG의 기술력을 눈여겨본 벤츠는 1988년 AMG와 공식 업무제휴를 체결했고 1993년에는 지분의 50%를 사들였다. 결국 벤츠는 2005년 AMG의 모든 지분을 인수해 정식으로 고성능 스포츠카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서브 브랜드 ‘메르세데스 AMG’를 출범시켰다.
◆ ‘벤츠 위의 벤츠’ AMG…한 사람의 엔지니어가 하나의 엔진을 책임지는 품질 철학

메르세데스 벤츠를 포함한 전 세계 내로라하는 자동차 업체들은 대부분 사전에 짜여진 설계도를 바탕으로 공장에서 대량으로 차를 제작한다. 그러나 메르세데스 AMG는 설립 초기부터 벤츠의 자회사로 운영되는 지금까지도 엔지니어 한 사람이 하나의 엔진을 만들고 전 공정을 책임지는 ‘1인 1엔진(one man-one engjne)’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AMG의 엔지니어는 독일 아팔터바흐 지역에 위치한 AMG의 엔진 생산라인에서 하나의 엔진을 혼자서 수작업으로 만든다. 공정에는 엔진 블록 내 크랭크샤프트 설치부터 캠샤프트 조립, 케이블 삽입, 오일 완충 등이 모두 포함된다. 제작이 끝난 뒤에는 담당 엔지니어의 이름이 해당 엔진의 플레이트에 새겨진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모든 AMG 모델에는 엔진을 직접 제작한 엔지니어의 이름이 있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AMG는 최초의 독자 모델인 SLS AMG를 출시하기 전까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양산형 모델을 기반으로 고성능 엔진을 탑재한 스포츠 차량을 생산하는데 주력해 왔다.
그러다 AMG는 2009년 SLS AMG를 출시하면서 고성능 스포츠카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SLS AMG는 전통적인 세단의 모습을 한 기존의 벤츠 양산차들과 달리 보닛이 긴 스포츠카 형태의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큰 화제가 됐다.
2014년 AMG의 두번째 자체개발 모델로 나온 메르세데스 AMG GT는 더욱 강화된 성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GT와 상위 모델인 GT S는 알루미늄 경량 구조의 차체에 신형 AMG 4.0 리터 V8 바이 터보 엔진과 AMG 스피드시프트 듀얼 클러치 7단 스포츠 변속기를 탑재해 기존 AMG 모델보다 가속력과 주행성능이 크게 높아졌고, 모터스포츠 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국내 스포츠카 시장 공략도 활발…3년만에 판매량 4배로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고성능 스포츠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메르세데스 AMG의 판매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메르세데스 AMG는 페라리, 포르셰 등 대표적인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수준의 성능을 갖춘데 비해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아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뛰어나다. GT 기준 가격이 1억원 후반대에서 2억원 초반대 수준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메르세데스 AMG의 국내 시장 전체 판매량은 2013년 446대에서 2014년 776대, 2015년 1688대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 들어 10월말까지 판매된 차량은 1760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5% 늘었다.
국내에서 출시되는 AMG 모델의 종류도 지난해 4종에서 올해 들어 11종으로 확대됐다. 최하위 모델인 A클래스부터 GLA, GLS, GLE, G클래스, C클래스, S클래스 등 국내에서 판매 중인 거의 모든 모델에서 고성능 AMG 차량이 함께 출시됐다. 올해 내로 GLE 64 4MATIC 쿠페도 판매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마틴 슐츠 세일즈 담당 부사장은 “퍼포먼스 데이를 포함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AMG의 성능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고성능 스포츠카 시장에서 AMG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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