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9 촛불집회] 권력자는 아둔하지만 촛불시민은 지혜로웠다

김원진·이유진 기자 2016. 11. 19.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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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일당의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19일 서울 경복궁역 인근 경찰벽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준헌 기자

19일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 공식 집회가 50만 촛불시민의 성원 속에 마무리됐다. 전국적으로는 100만 촛불이 타올랐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10시 30분쯤 4차 촛불집회가 공식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오후 8시 기준 주최 측 추산 50만명(오후 7시 50분 기준 경찰 추산 18만명)이 모였다. 부산(10만명), 광주(5만명), 대전(3만명), 대구(2만명) 등 전국 각지에서도 촛불집회가 진행됐다.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에 참여한 시민들이 19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행진을 펼치고 있다. 정지윤기자

100만 시민이 모인 지난 12일 3차 촛불집회 이후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박 대통령은 말을 바꿔가며 이번주 검찰 조사를 거부했다.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해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촛불은 촛불일 뿐 결국 바람이 불면 꺼지게 돼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특히 이화여대가 조직적으로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부정입학시킨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분은 더욱 커졌다. 이를 위해 정유라보다 성적이 좋았던 2명의 수험생을 강제탈락시킨 것도 밝혀졌다.

가수 전인권씨가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정지윤기자

분노는 들끓었지만 촛불 시민들은 이날도 절제감을 잃지 않았다. 시민들은 지난 12일 촛불집회와 마찬가지로 끝까지 평화시위를 유지했다. ‘하야가’가 울려퍼졌고, ‘레임닭’ 모형이 등장했다. 시민들은 분노를 풍자와 해학으로 승화시켰다.

참석자들 중에서는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에 분노한 고3 등 10대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가족과 연인 참여자도 많았다.

이날 오후 8시쯤 본 집회 무대에 오른 가수 전인권씨는 “지금 이 모습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세월호 (유족이) 단식투쟁할 때 피자먹고 그런 일이 기억나더라도 싸우지 말라. 혹시라도 박사모가 한 대 때리면 그냥 맞아라. 세계에서 가장 폼나는 촛불시위가 되게 하자”고 말했다. 시민들은 촛불을 흔들며 화답했다.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촛불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라인 앞에 떨어진 ‘박근혜 퇴진’ 손팻말. 이준헌 기자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종로 일대와 청와대 인근 내자동 로터리까지 행진했다. “박근혜는 범죄자다” “범죄자는 퇴진하라”, “경찰도 동참하라” 등 다양한 구호가 등장했다.

경찰은 청와대로 가는 길 초입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시위대의 진입을 막았지만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과 시민 모두 “비폭력”을 외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려는 시민도 거의 없었다. 시민들은 내자동 로터리, 광화문 광장 등 도심 곳곳에서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내자동 로타리에서는 시민이 한 경찰관에게 분홍색 장미꽃을 전달했다. 시민들은 고생하는 경찰을 위해 박수를 치기도 했다. 연행자는 오후 10시 40분 현재 0명이다. 길거리에는 종량제 봉투를 들고 쓰레기를 치우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촛불집회를 마무리하며 오는 26일 5차 촛불집회에서 다시 모일 것을 약속했다. 이렇게 19일 4차 촛불집회가 마무리됐다.

권력자는 아둔했지만 시민들은 지혜로웠다. 19일 오후 10시 45분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청와대에 있다.

<김원진·이유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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