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반출 불허] 벽에 부딪힌 구글의 야망..가슴 쓸어내린 네이버·T맵
한국 지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던 글로벌 IT 공룡 구글의 야망이 결국 좌절됐다.

18일 국토교통부 소속 국토지리정보원은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은 남북이 대치하는 안보 여건에서 안보 위험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축척 5000분의1 정밀 지도 반출을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구글은 앞으로도 국내에서 자동차 길 찾기와 도보 길 찾기 및 실내 지도, 3차원 지도 등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 보인다.
구글의 지도 서비스 야망이 좌절된 반면 국내 인터넷 업체들은 한시름을 놓게 됐다. 특히 국내 지도 앱 시장 1위 사업자인 네이버(NAVER(035420))와 내비게이션 1위 업체인 SK텔레콤(017670)은 현재의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 데이터 개방 대신 ‘보안’ 택한 정부
구글 지도 해외 반출 불허는 데이터의 글로벌 개방보다는 보안에 무게를 둔 결정이다.
이날 국토지리정보원 측은 “구글 위성 영상에 대한 보안 처리 등 안보 우려 해소를 위한 보완 방안을 제시했지만 구글 측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며 정밀 지도 반출을 불허한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향후 구글측의 입장 변화 등으로 재신청이 있을 경우, 반출 허용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국토지리정보원의 결정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나왔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지난달 14일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은 “미국과 일본에서 구글이 서비스 중인 지도의 축척은 1대 2만5000, 중국은 이보다 훨씬 낮은 1대 5만”이라며 “왜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높은 축적을 가진 1대 5000의 정밀 지도를 사용하느냐”고 질문했다.
신 의원은 또 “구글은 지도 반출 규제 국가가 한국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하면 중국과 이스라엘 또한 이를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요구와 관련, 해외 전문가들도 보안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 전 프랑스 중소기업·디지털경제장관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정밀 지도를 구글에 제공하는 것이 국가 안보와 주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정밀 지도 반출 반대 논리에 힘을 보탰다.
펠르랭 전 장관은 “민감한 한반도 국제 정세로 봤을 때 상세 지도는 국가 안보와 주권이 연관된 중요한 자원에 속한다”며 “경제 주체인 일부 기업에서 국민의 일상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독점적으로 보유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면 국가 안보, 주권과 관련해 아주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의 결정에 대해 구글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조선비즈는 여러 차례 구글코리아 관계자와의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 “스타트업 성장하려면 글로벌 지도 플랫폼 필요”....경제적 손실 우려도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좌절은 국내 IT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보안 문제를 둘러싼 우려는 해소됐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글로벌 IT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전세계 IT 인구 10명 중 9명이 구글을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한국 지도를 서비스하는 데 제약을 받는다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만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원활한 지도 서비스가 중요한 상황이다.
물론 중국에서도 구글 지도의 서비스가 제약을 받고 있어 바이두·알리바바 등 현지 업체가 만든 지도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으나, 중국과 한국은 시장 여건이 다르다. 중국은 인구가 13억명이 넘는 대국인 만큼 자국민의 수요만으로도 충분히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다.
구글은 이 외에도 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이 가능해지면 지도 API를 활용한 무궁무진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구글의 실내지도를 국내 스타트업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되면, 포켓몬고 같은 증강현실(AR) 기반 게임이나 주차장 앱과 같은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며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글로벌 플랫폼(구글 지도)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듯, 국내 스타트업들도 구글 지도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일이 좀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IT 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 목적이 결국 자율주행 및 무인 자동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있다고 분석한다.
현재 무인차 시장에는 GM과 포드, 테슬라 등 완성차 업체 뿐 아니라 중국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 IT 대기업들이 뛰어들어 각축전을 벌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글이 이런 상황에서 무인차 시장 내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정밀 지도 데이터에 자유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 네이버·T맵 2强 체제 굳건해질 전망
구글이 지도 서비스에 있어 계속 제약을 받게 됨에 따라, 지도 시장에서 기존 사업자들의 지위는 더 확고해질 전망이다.
앱 사용자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7~13일 네이버 지도의 사용자 수는 486만명에 달했다. 구글 지도 사용자 수는 243만명으로 네이버 지도 이용자의 절반 수준이었으며, 다음 지도(카카오맵)의 사용자는 178만명에 그쳤다.
내비게이션 앱 가운데서는 SK텔레콤의 T맵이 278만명의 이용자를 확보, 시장 지배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카카오내비(옛 김기사)의 이용자 수는 194만명이었다.
앞서 네이버와 카카오 등 기존 사업자들은 구글의 지도 해외 반출 허용을 적극적으로 반대해왔다.
반(反) 구글 진영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업체는 바로 네이버였다. 앞서 지난 7월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일본 자회사 라인(LINE)의 상장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구글처럼 자금력 있는 회사가 한국에 서버를 두고 지도 서비스를 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구글이 한국에 데이터 서버를 설치하는 대신 지도를 해외에 반출하려는 데 대해 못마땅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17일에도 “구글이 한국에서만 자동차 길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명분으로 정밀 지도를 반출하고 있지만, 현재 여러 국가에서 2만5000분의1 축척보다 질 낮은 지도로도 자동차 길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정밀 지도를 해외에 반출하지 못해 길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생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카카오내비를 만든 박종환 카카오 이사 역시 지난달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구글을 비난했다. “구글이 한국 지도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하려면 한국에서의 고용 창출·세금 납부·관련 분야의 생태계 확산 등이 우선시돼야 하지만, 구글이 지도를 갖고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비지니스를 한다고 해서 세금이 늘어나거나 고용이 늘어날 리가 만무하다”며 “한국의 지리정보서비스(GIS) 및 위치정보서비스(LBS) 생태계 훼손이 불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사도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구글도 카카오·네이버 등 다른 업체들과 똑같이 경쟁했으면 좋겠다”며 구글의 지도 반출 반대 의사를 간접적으로 나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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