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손글씨를 스마트폰으로, 와콤 뱀부슬레이트
<아이뉴스24>
[강민경기자] 태블릿 전문업체 와콤이 지난 9월 초 IFA에서 공개한 뱀부슬레이트(Bamboo Slate)를 써 봤다. 이 제품은 종이 위에 남긴 펜의 흔적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실시간으로 전송해 주는 장치다.
슬레이트(slate)란 공책과 연필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아이들이 학교에서 글씨를 쓰는 데 사용했던 작은 석판을 말한다. 애니메이션 '빨강머리앤'의 주인공 앤이 자신을 당근이라고 놀리던 길버트의 머리를 세게 내리치는 데 썼던 바로 그 물건이다.
뱀부슬레이트의 외형은 석판과 비슷하게 생겼다. 네모난 모양의 평평한 판이다. 기기와 함께 들어있는 구성품은 ▲A5 크기 노트패드 ▲전용 디지털 펜 ▲여분의 볼펜심 ▲볼펜심 제거용 기구 ▲마이크로USB 포트 등이 있다.

◆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따라온다
먼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야 한다. 구글플레이 또는 앱스토어에 들어가서 '와콤 잉크스페이스(Wacom Inkspace)'를 검색해 보자. 네모난 종이 위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아이콘이 보인다면 그 앱이 맞다.
앱을 실행하면 뱀부슬레이트와 연동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기기의 버튼을 6초 동안 누르라는 등, 눌러서 확인하라는 등의 설명이 뜨는데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기기에 이름을 붙인 뒤 확인을 누른다. 와콤 계정은 안 만들어도 된다.
이후 사용자의 스마트폰(또는 태블릿)과 뱀부슬레이트를 어떤 방식으로 배치할 것인지 질문이 나온다. 기자는 스마트폰을 왼쪽에, 뱀부슬레이트를 오른쪽에 놓고 사용해 보기로 했다.

설정에 들어가 '라이브 모드'를 켰다. 이 기능은 종이 위에 쓴 모든 내용이 스마트폰 화면에 똑같이 표시되게끔 해 준다. 펜촉의 움직임을 따라 사용자가 제작한 글이나 그림을 실시간으로 스마트폰 화면에 띄운다. '안녕하세요'라고 글씨를 써 봤다. 스마트폰을 보니 똑같은 글씨가 써 있는 게 신기했다.
그림도 그려 봤다. 펜촉이 굵어서 그런지 세밀한 표현은 어려웠지만, 쓱쓱 그리는대로 화면에 표시되는 게 마치 만화가가 된 기분이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평소에 끄적거리는 걸 좋아한다면 이것도 하나의 창작도구로 괜찮을 것 같다.
이렇게 만들어진 글이나 그림은 JPG나 PNG, PDF, WILL 등의 파일 형식으로 내보낼 수 있다. 갤러리에 저장하거나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다른 앱으로 파일을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용법 익히기 쉽지 않지만 아이디어 형상화에 최적
단점을 꼽아보자면, 먼저 동봉돼 있는 설명서가 다소 빈약하다. 한 장 분량의 설명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언어의 다양성(?)을 지나치게 추구한 나머지 여러 개 국어로 번역하느라 분량은 한 권이다.
아직 국내 미출시 제품이라 제품을 구동하는 방법을 다룬 콘텐츠가 거의 없다. 유튜브에 접속해 'Bamboo Slate'를 쳐 보길 권한다. 영상 체험기를 보면서 사용법을 익히면 좀 수월해진다.
펜은 끝부분을 돌려서 사용하는 구조기 때문에, 손에 힘을 줘서 쓰다 보면 심이 안으로 점점 말려 들어간다. 틈틈이 다시 돌려서 올려주거나 살살 쓰면 된다. 필압을 1천24단계까지 구분한다고는 하지만 미세한 표현은 무리가 있는 듯하다.

표현할 수 있는 색깔이 검정색 한 가지밖에 없다는 것도 아쉽다. 손에 힘을 뺀다고 해도 명도가 낮아지지 않는다. 색깔을 엷게 칠하면 가느다란 선이 입력되고, 세게 칠하면 굵은 선이 입력되는 식이다.
이 기기에는 손글씨를 텍스트로 변환해 주는 '잉크투텍스트(Ink to Text)'라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그림을 벡터 형식으로 변환해 주는 '잉크투벡터(Ink to Vector)' 기능도 추가 가능하다. 둘 다 유용한 기능이지만 유료라는 단점이 있다.
전체적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직군에 적합한 기기로 보인다. 광고나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이 간단하게 구상 작업을 하는 데 좋지 않을까. 마인드맵을 그리거나 간단한 밑그림이나 개념도를 그릴 때 편리할 듯하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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