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출간 30주년, 조정래 "과분한 사랑 받으며 문학했다"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태백산맥' 필사본 보내주던 독자들 사랑 감사" …30주년 기념본·청소년판 '태백산맥' 출간]

"러시아 여인들이 톨스토이를 '자기의 영원한 연인'이라고 한대요. (톨스토이) 문학관 자원봉사를 신청하면 3년은 기다려야 한다고요. (그 일이) 영원한 영광이래요. 그런데도 (톨스토이 문학관에는) 필사본은 없었어요. 제가 소설을 잘 썼는지, 대한민국 국민들의 끈기가 대단한지는 모르겠으나 (태백산맥) 필사본을 계속 쓰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과분하게 사랑받으면서 이 땅에서 문학을 하고 있는 거죠."
전남 보성군의 '태백산맥문학관'에 마련된 '작가의 방' 전시공간에는 독자들이 직접 보내온 태백산맥 전권 필사본이 전시돼있다. 6년 전쯤 한 중년 여인이 노트 30여권을 촘촘히 채워 보내온 필사본이 시작이었다. 2년 만에 9명의 추가 필사본이 더 들어왔다. 기존 전시공간이 가득 차자 출판사로도 필사본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전시공간을 확장했다. 현재 문학관에는 22명의 필사본이 전시돼있다.
전체 10권, 3400여쪽에 이르는 책을 필사하는 일은 작품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고통스러운 노동일 뿐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독자들의 필사 행렬은 1986년 첫 출간한 '태백산맥'이 30년 동안 꾸준히 받은 사랑을 방증한다.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태백산맥 출간 30주년 기념본·태백산맥 청소년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작가 조정래는 "처음 책이 나와서 많이 팔릴 때 집사람이 '영원히 팔리는 책이 없다'고 했는데 지금도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며 "행운이라면 이렇게 큰 행운은 없는 것 같다"고 출간 30주년 소감을 전했다.
조정래는 '태백산맥' 독자에게 들은 인상깊은 감상으로 "소설이 뒤로 갈수록 아까워서 아껴가며 읽었다", "'태백산맥'을 읽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가보로 보관하고 있다"는 소감을 꼽았다. 그러면서 "글 쓴 보람을 크게 느끼고 '문학하는 것이 이렇게 굉장한 것이구나' 라고 느꼈다"고도 했다.
'태백산맥'은 그에게 무려 11년 동안 송사에 휘말리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1994년 국가보안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됐다. 검찰은 2005년에서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조씨는 "2014년 '태백산맥'으로 만든 뮤지컬이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데 '작가의 말'을 하라고 해서 무대에 올라간 적이 있다"며 "나를 철저하게 수사하던 기관이 바로 (국립극장) 건너편에 있었다. 그들이 보는 앞에서 '태백산맥'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은 상상도 못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감개무량하다고 했다"고 회고했다.
조씨는 "당시 무혐의를 받은 것은 검찰이 원하는 자료를 100% 내기도 했지만 이미 300만부 이상 팔린 작품을 법적으로 처벌하는게 마땅치 않아서 포기한 것 같다"며 "독자들이 나를 에워싸고 보호해 준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예술은 독자나 애호가, 수용하는 사람들의 힘이 결국 그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라며 "(그동안) 제 소설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에게 진정으로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해방 이후 남한의 단독정부가 수립된 1948년 10월부터 6·25 전쟁 이후 분단된 1953년 10월까지, '태백산맥'은 민족사가 매몰되고 현대사가 실종된 시대를 배경으로 우리 민족의 이념대립과 내부모순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해냄출판사는 올해 출간 30주년을 맞아 고급양장본으로 제작된 기념본과 청소년들을 위한 태백산맥 소설을 새롭게 출간했다.
박다해 기자 doal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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