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만 자리서 물러나 주셔야겠습니다" 김종덕, 조양호 조직위원장 사퇴 강요

김경호 선임기자 입력 2016. 11. 2. 06:00 수정 2016. 11. 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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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조 위원장, 이유 묻자 “모릅니다” 답변…최순실 연루 의혹

지난 5월2일 아침. 조양호 2018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사진)이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마주앉았다. 김 장관은 조 위원장에게 “이만 물러나 주셔야겠습니다”라고 했다. 깜짝 놀란 조 위원장이 “이유가 뭡니까”라고 물었지만, “저도 모릅니다”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조 위원장은 다음날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조직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조 위원장이 한진해운 경영 정상화에 전념하기 위해 위원장직을 내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시종 어두운 표정으로 회의를 진행하던 조 위원장은 임직원과 작별 인사를 하면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지난 5월 석연찮은 이유로 물러난 조 위원장의 사퇴 과정에 권력 고위층의 강력한 외압이 가해진 정황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가 평창 동계올림픽의 각종 이권 사업을 겨냥하다 걸림돌이었던 조 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1일 “조 위원장이 당시 김 장관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나갔다. 평범한 조찬으로 생각하고 간 자리에서 사실상의 해고 통보를 받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조 위원장이 3억~5억원대의 각종 용역 및 컨설팅 프로그램에 대한 결재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며 사인을 거부했다”며 “그게 결정적으로 조 위원장의 ‘해고’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 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씨가 의도를 가지고 평창 올림픽에서 사기행각을 벌이며 이권에 개입하는데, 유진룡 문체부 장관과 조양호 올림픽 조직위원장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까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조 위원장이 K스포츠재단에 10억원을 출연하라는 요청을 거절한 게 사퇴 통보를 받은 이유라고 주장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모 재벌 회장이 미르재단에 10억원을 내고, 1000억원 규모의 정부사업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또 내야 하느냐며 반발했다가 교체됐다”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의 이권개입 시도는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씨가 소유한 회사 ‘더블루K’가 스위스 건설회사 ‘누슬리’와 손잡고 3000억원 규모의 평창 올림픽 경기장 오버레이(임시 관중석 및 부속시설) 건설 수주를 따내려고 했다는 의혹은 조 회장의 사퇴와 직결돼 있을 가능성이 짙다. 당시 조 위원장은 문체부 고위 관계자의 소개로 알게 된 누슬리사를 거부하고, 국내 대기업인 대림건설을 설득해 수의계약을 했다.

평창 조직위원회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버레이 사업은 입찰 기업이 없어 조 위원장이 대림건설과 수의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조직위는 이전에 ‘더블루K’의 입찰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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