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들였는데 뒤통수만 친 컨설팅 보고서의 '아이러니'
[경향신문] ㆍ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조선업 경쟁력 강화 등 맥킨지에 의뢰
ㆍ정부·기업 등 정책 추진 ‘발목’

정부와 기업들이 경영진단이나 문제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의뢰한 외국계 컨설팅 보고서가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와 뒤통수를 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컨설팅에 거액의 비용을 들였지만 그에 걸맞은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혼선과 논란만 빚고 있기 때문이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민주당은 “한국거래소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의뢰한 외국계 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보고서에 언급된 문제점 해소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지주회사 전환은 어렵다”는 입장을 정했다. 거래소는 최근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맥킨지에 10억원가량을 주고 경영진단을 받았다. 이 보고서는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이 적합하지만 문제점으로 예산과 인력 편성이 복잡해지고 사업부문 간 이기주의 발생 시 잠재적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이달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의 심사를 앞두고 거래소가 지주회사 물꼬를 트기 위해 컨설팅을 의뢰했다가 도리어 발목이 잡히게 된 셈이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조선업 경쟁력 강화 방안 역시 고가의 컨설팅 비용을 들이고 혼선만 초래했다. 한국조선협회가 올해 초 맥킨지에 의뢰한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생존이 사실상 어렵다’는 부정적 내용이 담기자 업계는 강력 반발했다. 대우조선을 살려둔 전날 정부의 최종 발표에 맥킨지 보고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정부 발표는 오히려 긍정적 전망을 담은 조선·해양 분석업체 클락슨의 자료를 기초로 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정부 발표가 맥킨지 컨설팅 보고서의 기본 내용과 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관련 정보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해 구조조정이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계 컨설팅 보고서를 두고 뒷말이 나오는 건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2007년 남용 부회장이 취임하면서 맥킨지에 컨설팅을 받았다. 맥킨지는 마케팅에 주력하라고 조언했고, 그 결과 차세대 기술 개발은 뒷전으로 밀려 LG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컨설팅 비용은 300억원으로 알려졌다.
국내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국내 경영컨설팅업의 매출액은 2007년 2조4190억원에서 2014년 5조9276억원으로 2배 넘게 성장했다. 국내 컨설팅 기업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영세한 상태이고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베인앤컴퍼니, AT커니 등 외국계 업체들이 컨설팅 사업을 사실상 독차지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임원진이 자신만의 생각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우니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무작정 경영진단 등을 맡기곤 한다”며 “컨설팅 회사의 보고서가 대부분 교과서적인 내용이어서 돈만 몇십억원씩 낭비하는 결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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