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좌담 - 한국경제 도전과 과제>"4차산업 전혀 준비안돼..'현상유지' 관성이 가장 큰 리스크"

기자 2016. 11. 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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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악화일로다. 안으로는 내수 침체 속에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밖으로는 글로벌 저성장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참석자들은 국내 경제의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면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도전으로 장기 성장동력 부재 상황과 위기 극복을 위한 의지와 실천력 부재를 지목했다. 이들은 시장 논리에 따른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과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기득권과 관성의 함정을 떨쳐내 정부와 기업, 노조 등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위기 극복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지분이 늘어나면서 단기 성과와 배당을 중요시해 장기 투자를 줄인 것이다. 대기업이 다 외국인 주주의 영향을 받으면서 장기간 베팅하는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서 인수위원회 때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고, 이게 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평균 35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우선 신성장동력에 대한 대기업 투자와 새로운 주체가 등장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중국이 국민 안전이나 보건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하려는 조치다. 중국이 우리 기업에 요구하는 화장품 투과율만 하더라도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데, 어쨌든 우리 기업에 불리하게 적용한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이후 자동차 등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과 비교했을 때 프리미엄 제품의 경쟁력은 잃었지만 범용제품의 경쟁력은 높아지면서 세계시장에 진출할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한국의 외환보유액이나 여러 지표를 보면 건전하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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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창간 25주년을 맞아 10월 20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문화일보 5층 편집국에서 진행된 특별좌담에서 강인수(왼쪽부터) 현대경제연구원장,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대해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유병규 산업연구원장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진행 : 김충남 경제산업부 차장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악화일로다. 안으로는 내수 침체 속에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밖으로는 글로벌 저성장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문화일보는 창간 25주년을 맞이해 이 같은 우리 경제의 대내외 리스크(위험)에 대한 진단과 함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10월 20일 경제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국 경제 도전과 극복 과제’라는 주제로 특별좌담을 진행했다. 좌담에는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유병규 산업연구원 원장,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참여해 2시간여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국내 경제의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면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도전으로 장기 성장동력 부재 상황과 위기 극복을 위한 의지와 실천력 부재를 지목했다. 이들은 시장 논리에 따른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과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기득권과 관성의 함정을 떨쳐내 정부와 기업, 노조 등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위기 극복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또한 수출 부진 해소를 위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신흥시장 발굴과 함께 가격경쟁력 확보, 제품 차별화 전략 등으로 맞서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총평한다면.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이하 강 원장)=현재 상황만 보면 국내 경제가 외환위기 때처럼 리스크가 가시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저성장 장기화 기조가 회복될 것 같지도 않다. 우리 연구소 보고서 중 하나가 이를 ‘늪지형 성장’으로 규정했다. 지금 분명히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위기의식을 크게 못 느끼면서 점점 가라앉고 있다. 당장 죽지는 않지만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것이다. 뭔가 돌파구가 있어야 한다. 경제 방향성도 불확실하다. 치고 올라가는 건지, 떨어지는 건지 확실한 사인(신호)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와 현대자동차 파업 여파는 수출에 분명히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 중요한 시점이다. 모멘텀을 만들어 치고 올라가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꺼림칙한 게 내년에 대선이 있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또다시 포퓰리즘 얘기가 나올 것 같다. 부문별로 보면 소비를 늘리기는 쉽지 않고, 실질소득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나온다. 가계부채는 지금 1257조 원인데, 내년엔 200조 원 가까이 늘어 1500조 원 언저리까지 갈 것 같다.

△이근 교수(이하 이 교수)=우리 경제가 대외 요인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갤럭시 노트7과 현대차, 해운업 이슈로 부정적인 요인이 커지고 있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이하 유 원장)=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신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적으로 보면 저출산·고령화도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다 어렵다고 하면서도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안 하고 있다. 다들 그 현상을 즐기고 있다. 기득권의 함정 또는 관성의 함정이다. 현재 누리고 있는 기득권과 관성을 누구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끓는 냄비 속 개구리’와 같다. 이게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대내외 리스크를 꼽는다면.

△유 원장=대내외 여건 변화 자체가 리스크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극복할 것인가 하는 의지와 실천력이 더 중요한 요소다. 누구도 위기 극복에 대한 실천 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상 유지를 하려고 한다. 이게 가장 큰 리스크다.

△이 교수=리스크 요소가 여러 가지 있다. 현재 선방하고 있는 산업 분야는 과거에 쌓았던 성장동력 덕분이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휴대전화는 우리가 먼저 했다. 지금 가장 큰 리스크는 앞으로 성장동력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4차 산업도 하나도 준비가 안 돼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미국이나 중국이 먼저 잡은 것도 우리에게 리스크다. 그 원인 중 하나가 기업들이 단기 지향적인 성과주의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지분이 늘어나면서 단기 성과와 배당을 중요시해 장기 투자를 줄인 것이다. 삼성전자도 50% 이상이 외국인 주주다. 단기 성과에 대한 압박이 크다. 구글처럼 장기 투자를 하지 못한다. 대기업이 다 외국인 주주의 영향을 받으면서 장기간 베팅하는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 구조를 바꿔야 한다. 과도한 주주 자본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유 원장=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과거에 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10∼20년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경제 민주화와 정치 민주화가 왜곡돼 정책의 일관성이 약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정부가 창조경제를 한다고 했지만 벌써부터 정책이 (다음 정부에) 이어지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각 정부가 비슷한 정책을 쓰면서도 일관되게 유지하지 못하는 게 큰 문제다. 비효율적인 투자만 반복하고 있다. 지속성이 없으니 성과도 안 나온다. 둘째, 기업 측면에서 보면 지배구조 문제가 있다. 쉽게 말해 경영세대가 달라졌다. 과거 창업세대는 과감하게 투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기업을 키웠다. 그런데 지금은 기업이 어느 정도 커지면서 새로운 투자 수요도 많지 않다. 경영 목표도 투자 확대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지키는 데 주력한다. 그래서 (새로운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도 어렵다.

△이 교수=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서 인수위원회 때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고, 이게 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평균 35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이건 단순히 경제정책 선택뿐만 아니라 통치구조의 문제다. 의원내각제 하면 (기간이) 줄어든다고 한다. 또 대통령제라도 책임제로 해서 정당이 대통령을 선출할 필요가 있다고 행정학자들은 말한다.

△강 원장=장기적인 성장동력이 없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메커니즘도 없다. 정부, 기업, 학계 등 모든 부분에서 인센티브 구조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창업을 권장하고 있지만 망했을 때 재기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있다. 인센티브 구조를 자기 노력에 대한 대가와 보상이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데 이제는 정부가 ‘내가 할 테니 따라와라’라는 식으로는 안 된다. 과거에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성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안 된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아직도 끝까지 버티면 정부가 해주겠지 하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시장 주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인가.

△강 원장=맞다. 끝까지 버텨도 안 통한다는 걸 (정부가) 보여줘야 한다. 결국 한진해운도 정리절차에 들어가지 않았나. 이걸 문제 삼는 사람들은 물류대란을 얘기한다. 하지만 (관료들이) 내 임기에서만 안 터지면 난 청문회 안 나가도 되고 퇴직자로 잘살 수 있다고 버티는 것보다는 나은 것 아닌가.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다. GM이 파산했을 때, 미국 정부가 500억 달러 정도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당시 정부가 한 것은 이를 ‘굿 컴퍼니’와 ‘배드 컴퍼니’로 나눈 것이다. 일본도 샤프를 그런 방식으로 했다. 정부는 그 역할까지만 한 것이다. 실제 기업을 회생시키는 노력은 민간 전문가가 했다. 또 중요한 건 노사 간 합의가 됐다는 점이다. GM 근로자도 200억 달러 이상 급여를 반납했다. 노사가 서로 손해 보는 것에 합의하면서 재기가 가능했다. 우리는 이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분위기가 잘 안 돼 있다.

―어떤 식의 구조조정이 바람직한가.

△유 원장=기업 부실화 단계까지 가기 전 상시에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인센티브 구조를 시장 원리에 의한 것으로 바꿔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시장 중심이 아니고 정치 논리 중심이다. 일관성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 산업 발전이나 구조조정에 제약 요소다. 1970∼1980년대는 정부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주요 기업 총수를 불러 시키면 됐다. 1990년대 외환위기 때는 다 죽은 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했다. 금융기관을 통해 칼을 휘둘러 했다. 지금은 살아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 과거 같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 앞으로 금융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지금은 기업이 잘될 때 금융회사가 돈을 대주고 어려울 때 빼앗는 구조다. 그런 구조여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는 (기업 관리) 능력이 취약하다. 기업하고 파트너가 돼야 한다. 기업 금융 투자 기능을 잘해야 한다.

△이 교수=이런 위기가 온 것은 뭐든지 단기적으로만 하기 때문이다. 정부 출연 연구비도 그렇고 모두 단기자금이다. 미국은 단기투자 때문에 망한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연간이 아닌) 분기 배당한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유 원장=정부는 이제 구조조정을 잘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전과 다른 게 ‘기업활력제고특별법’(기활법)이다. 이 법은 사업구조를 바꿔 공급과잉 업종의 기업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러 가지 법적 제약이 있는데, 사업재편을 잘할 수 있도록 이를 풀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또 우리나라는 이런 제약을 풀어주면 기업 특혜로 인식하는데, 사실 이게 특혜가 아니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앞길을 열어주는 것뿐이다. 경제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만드는 건 기업이다. 반기업 정서는 앞으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 교수=일본이 구조조정을 잘한 나라다. 우리도 일본과 비슷한 기활법을 만들었지만 국회에서 이게 다 누더기가 됐다. 큰 효력이 없도록 만들었다.

―대우조선해양 문제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해법을 마련해야 하나.

△강 원장=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과 비교하는 것을 기분 나빠 한다고 한다. 문제를 자초한 건 대우조선해양의 저가수주다. 낙하산 문제와도 얽혀 있다. 이런 게 문제가 돼 기업의 거버넌스(지배구조)도 엉망이 됐다. 이런 걸 다 알지만 정리를 못 하고 있다. 지역경제도 통째로 거덜 나고, 실업자도 몇만 명 수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 표하고도 연결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 되지만 먼저 노사 문제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정부가 굿 컴퍼니와 배드 컴퍼니를 구분해 살릴 건 살리고, 죽일 건 죽여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면 결국 면피용밖에 안 된다.

△이 교수=철저한 자구 노력이 있어야 한다.

△유 원장=우리나라 산업은 곧 기업과 일치한다. 조선산업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조선 3사가 갖고 있는 경쟁력에 차이가 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을 왜 가만 놔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있다. 뭔가 결단을 내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발표해야 한다. 다른 조선사는 몇 년 전부터 엄청난 구조조정을 했다.

―구조조정과 별개로 신성장동력 육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교수=우선 신성장동력에 대한 대기업 투자와 새로운 주체가 등장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대학생 등 젊은이들의 창업이 가능하지만, 창업해서 언제 대기업이 나오겠는가. 미국에서는 대기업에 있던 사람이 나와서 창업을 한다. 또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 한다. 차등의결권도 줘야 한다. 차등의결권을 줘야 주주에 신경 안 쓰고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제도가 없다. 1주 1%에 막혀 있다. 현재 단기자본인 외국인 주주의 압력이 크다. 유럽은 워낙 단기자본에 휘둘려 장기주식 보유자에 대한 우대 혜택을 마련했다. 2년 이상 보유하면 의결권과 배당금을 더 주는 것이다. 한국은 이런 제도를 논의도 안 하고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못 하는 이유는 불안한 탓도 있지만 이런 의결권 문제도 있다.

△강 원장=정부가 의결권을 포함해 기업의 투자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노사 문제 등도 정부가 정비해야 한다.

―수출 문제를 얘기해 보자. 수출 돌파구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유 원장=단기적으로는 교역 대상국을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무역역량을 키우는 게 가장 큰 대책이다. 또 수출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물량보다 ‘글로벌 가치 사슬’(Global Value Chain)이 더 중요하다. 스마트폰 무역의 역설이 대표적이다. 아이폰 같은 경우 중국에서 생산하고, 중국이 미국보다 수출 물량이 더 많다.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미국보다 크지 않느냐는 분석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GVC 측면에서 보면 실익을 챙기는 건 미국이다. 우리도 지금 현지 생산을 많이 하고 있다. 수출 물량보다 GVC에서 고부가가치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 또 하나 대기업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중소기업 수출 역량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대기업을 우리 경제의 부정적인 측면으로만 볼 게 아니다. 대기업은 물적 자본과 인재 등이 축적돼 있다. 이걸 중소기업과 공유하고 연계해서 상생해야 한다. 긍정적인 관점에서 이런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교수=수출에 어려움이 많다. 고부가가치로 가는 방향이 맞다. 눈에 보이는 수출보다는 눈에 안 보이는 수출, 과거 제조업이었다면 서비스 수출 등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서비스 수출 규모가 너무 작다. 최종재에도 한류를 넣어야 한다. 그냥 휴대전화가 아니라 ‘김수현 폰’처럼 문화적인 걸 결합해야 고부가가치 상품이 된다. 그런 식으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강 원장 = 중국과 교역에서 기술적 장벽(TBT)이 급증했다. 위생 검역도 많이 늘었다.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들이다. 중국이 국민 안전이나 보건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하려는 조치다. 이런 스탠더드를 만드는 과정에 우리도 어떤 형태로든 개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시장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시장 규모가 크다. 차이나 스탠더드를 만들고 있다. 이런 정보는 중소기업에서 캐치 업(catch up)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정부가 정보 공유를 해줄 수 있다. 중국 수출 비중을 점차 낮출 필요가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중요하다. 고부가가치 쪽으로 집중하는 건 당연한데, 시장성이 큰 건 소비재다. 중국이 우리 기업에 요구하는 화장품 투과율만 하더라도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데, 어쨌든 우리 기업에 불리하게 적용한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이런 기술적 장벽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단기간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컬래버(협업)도 중요하다. 창조경제란 대기업의 효율성과 벤처기업의 혁신성이 결합한 결과물을 말한다. 이것을 범위를 넓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기업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교수 =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면 아세안이 가장 유망하다. 인도네시아만 봐도 인구가 2억5000만 명이다. 수도 자카르타에서 3시간 떨어진 반둥에 가봤는데, 한류가 알려져 있고 한국말도 조금씩 다 한다.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문화적 교류를 해야 한다. 저변을 넓혀야 중국 위주에서 벗어난다.

△강 원장 = 인도네시아에 가보면 ‘기장’이라는 자동차가 널려 있다. 토요타가 인도네시아 현지용으로 만든 것이다. 일본이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인도네시아에 직접투자를 많이 했다. 현대차 시장점유율은 3%도 안 된다. 아세안에서 수출경쟁력을 키우려면 한류를 활용해야 한다.

△유 원장 = 지역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자동차의 경우 아세안 시장이 커지고 있다. 아세안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쟁력을 분석해 봤더니 우리가 중국에 밀렸다. 아세안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건 범용제품이다. 결국 가격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이후 자동차 등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과 비교했을 때 프리미엄 제품의 경쟁력은 잃었지만 범용제품의 경쟁력은 높아지면서 세계시장에 진출할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제품 중심보다는 현지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품질과 제품 등 차별화 전략으로 가야 한다.

△강 원장 = 인도네시아를 보면 나라가 크고 자원이 많아 원조를 하겠다는 나라가 줄을 서 있다. 인도네시아에 대한 일본의 원조가 우리나라의 100배다. 일본이 아시아권 전체 연결망을 구축하는 사업을 시작한 지도 오래됐다. 인도네시아에는 일본이 100% 출자한 연구소가 있다. 여기에서 거점 도시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 인도네시아 정부와 긴밀하게 협상하고 있다. 일본은 미얀마나 스리랑카 등에도 무상으로 많은 공항을 건설해 줬다. 중국도 대규모로 돈을 빌려주고 부정부패를 하건 안 하건 관여를 안 한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 돈을 좋아한다고 하더라.(하하) 미얀마도 마찬가지다. 아세안 시장에 대해 우리가 일본, 중국처럼 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니치마켓(틈새시장)은 있다.

―우리 경제의 내수 부진은 어떻게 봐야 하나. 특히 서비스산업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유 원장 = 내수를 구성하는 건 기업의 투자와 소비다. 소비 부진은 국내 서비스산업의 취약성이 원인으로 꼽힌다. 결국 우리나라가 고비용·저효율 체제로 가면서 국내 투자가 급속히 줄어드는 현상이 내수 부진의 원인이다. 서비스산업이 낙후돼 고용 확대도 어렵다. 소득 수준과 함께 서비스 수준도 향상돼야 고급 소비가 늘어난다. 그러나 지금 그게 안 되고 있다. 또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소비 성향도 낮아지고 있다.

△이 교수 = 비즈니스에 대한 규제가 너무 많다. 막힌 게 많아 안 돌아가는 것이다. 그것만 풀어도 창업이나 기업 성장환경이 개선된다. 특히 의료나 헬스, 핀테크(기술금융) 등에서 규제가 지나치게 많다. 규제 방식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바꾸라고 해도 안 바꾸지 않는가. 크라우드펀딩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2년 동안 잠자고 있다가 통과된 지 얼마 안 됐다. 이렇게 해서 내수가 활성화되겠는가. (크라우드펀딩으로) 사람들이 손해를 보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한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 대부분이 소액투자다. (정부가) 과감하게 (정책을) 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같은 경우도 사람이 죽어도 계속 진행하지 않느냐.

―결국 서비스산업 발전은 법안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강 원장 = 서비스산업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익집단 간 갈등이 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규제 권한을 가진 공무원 탓도 있지만, 이익집단의 기득권도 문제다. 이를 조정할 메커니즘이 없다. 정책이 지연된 것도 한 이유다. 35개월을 끌고 있는데 뭐가 되겠는가. 서비스 비중도 커지고 있고 거기서 고용이 증가한다.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가 안 나오는 것이다. 음식점 서비스나 허드렛일 일자리가 생기는 건 서비스산업 발전이 아니다.

△유 원장 = 의료, 교육, 관광 이런 분야가 독점화돼 있다. ‘지대 추구(기득권 추구)행위’가 심하다. 의료와 관련해 뭘 한다고 하면 이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막 반대한다. 둘째, 우리나라가 제조업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고급 의료 등 서비스산업 일부를 호화 사치로만 보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 부자들만 누리는 것이라고 정서적으로 반대한다. 또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기보다 공짜라는 의식이 있다. 양질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강 원장 = 2013년에 정부가 7대 유망 서비스 육성 정책을 발표하면서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서비스 등록 규제 건수는 2013년 6월 3601개에서 2015년 3월에는 4086개로 더 늘어났다. 말과 행동이 따로 가는 것이다.

―부동산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유 원장 = 가계부채와 부동산 경기는 내수 활성화 측면에서 얽혀 있다.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잘 맺으면 내수에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어느 선을 넘으면 화근이 된다. 그런 양면성이 있다. 가계부채를 너무 겁내면 내수 활성화 정책이 약화된다. 문제는 너무 빨리 증가하고 있고, 취약계층의 부채가 늘어나는 것이다. 가계부채를 전면적으로 두려워하기보다 부분적으로 취약 요소에 대한 모니터링과 사전 대응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 또 부동산 관리를 잘하는 게 가계부채 대책이다. 부동산이 과열되는 것을 막으면서 동시에 꺼지는 것도 막아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부동산 투자도 증권 투자처럼 투자자 책임 원칙을 강조해야 한다. 수요가 있어 투자가 일어나는 것이다. 또 어느 나라나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은 과열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지나치게 과열되는 건 문제다. 투자자 책임 원칙을 강조하면서 그 열기를 식혀 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 교수 = 투기적 수요가 많으니까 전매제한이 필요한 것 같다. 전매를 검토하겠다는 구두 개입만 해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강 원장 = 소득 증가율에 비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높아서 문제다. 속도 문제다. 우려되는 부분은 올해 아파트 신규 인가가 사상 최고치였다. 이게 준공돼서 나오는 내년 하반기가 피크가 될 것이다. 70만 가구가 이 시기에 쏟아진다고 한다. 단기간에 그 물량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언젠가는 가격이 내려앉을 것을 다 안다. 폭삭 꺼지면 은행권이 망할 거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6개월∼1년 사이에 현실화할 가능성은 없지만 이 추세로 가면 언젠가 대형사고가 터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정부도 가계부채 질을 관리해서 원리금을 같이 갚도록 하고 있다. 또 분양권 전매제한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에 대한 신호를 확실히 줘야 한다. 그래야 연착륙할 수 있다.

△유 원장 = 부동산의 시장 기능을 복원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미국 부동산 경기는 경기 순환 사이클에 맞춰 흘러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의 정책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움직인다. 한때는 수요와 공급을 완전히 다 죽이고, 부동산 정책도 죽이다가 한때는 그걸 다 풀려는 정책을 편다. 극단적인 두 정책을 오가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시장에 따라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큰 짐을 안고 가야 한다.

―어떻게 시장 기능이 작동하도록 해야 하는가.

△유 원장 =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전에 부동산이 과열되니까 죽이는 정책을 폈고, 또 너무 죽으니까 살리는 정책을 폈다. 진폭이 컸다. 정부가 미세 조정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이 교수 =(부동산 경기에) 실수요가 많이 반영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강 원장 = 12월에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물가와 고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여기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 내년에도 지금 예상으로는 최대 두 번이다. 동시에 그렇게 못할 수도 있다. 미국 경기가 정말 괜찮은 건가. 기업이익률을 보면 꺾이고 있다. 추세적으로 보면 (기업)이익률이 내려가면 금리를 올리기 여의치 않을 수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 돈이 들어오면 달러 강세가 되고,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런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이 중국에 문제 삼는 부분은 환율조작국이라는 것이다. 무역 마찰이 커질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수출 측면에서 다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는 우리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한국의 외환보유액이나 여러 지표를 보면 건전하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 큰 동요는 없을 것이다. 한 번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일정 기간 가는 게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이 교수 = 여건상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를 수 없다고 본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얘기가 나온 지도 1년이 넘었다. 최근 중국 경제 지표도 더 나빠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대외경제 여건도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 같은데, 문제는 대내 리스크가 크다는 점이다.

△유 원장 = 비슷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점진적이고 제한적이라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금융 완화정책을 펴야 한다. 내년 미국 경제가 더 관심사가 돼야 할 것이다. 고점에서 내려갈 것인지 경기 흐름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시기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사실 구조 변화의 문제다. 앞으로 중국 성장률은 더 떨어질 것이다. 예전처럼 과도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다만 중국 경제의 구조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재정과 통화정책은 어떻게 펼쳐야 하는가.

△이 교수 = 통화와 재정정책은 다 알려진 변수라 별로 효과가 없다. 결국 산업의 변화를 읽고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구조개혁 정책을 펼치고 성장엔진을 창출해야 한다.

△강 원장 = 지난번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렸을 때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실제로도 그랬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다고 해서 경제가 확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 재정정책도 마찬가지다. 돈을 풀어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나는 것은 단기 효과에 그친다. 다만 심리적으로 경기가 위축되는 걸 막기 위해 재정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이 40%를 조금 넘었다. 다른 나라보다 괜찮은 수준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앞으로 복지나 연금 등 의무지출이 계속 늘어난다. 국회나 기획재정부에서 추산한 걸 보면 2040년에 부채비율이 160%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이를 감안하면 추가경정예산이든 뭐든 편성해서 정부 지출을 땜질식으로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도 추경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산업 구조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유 원장 =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게 관건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 생산성이다. 사회제도와 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 물질자본보다 지식과 사회자본을 키우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재정·통화 양적 투입에 대한 논란보다는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정리 =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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