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거국내각의 운명은




박 대통령 탈당, 총리 임명 놓고 여야 줄다리기 예상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야권에서 박근혜 대통령 '비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해법으로 내놓은 '거국내각' 구상에 새누리당이 적극 호응하고 나서면서 정국에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야당은 애초에 이번 사태 수습방안으로 거국내각을 먼저 제안했다. 추이를 관망하던 새누리당이 갑자기 야권 제안의 수용 의사를 밝히자 이번엔 오히려 야권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거국내각보다는 사태의 진실 규명이 먼저라는 얘기로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대표 등 야권 대선주자들은 박 대통령의 최순실 관련 대국민 사과 이튿날인 26일부터 박 대통령에게 앞다퉈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국민의당도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을 전제로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해왔다. 새누리당에서도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거국내각을 원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30일 박 대통령에게 거국내각 구성을 요청하기로 당론을 정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그간 야당은 당연히 여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새누리당의 거국내각 제안 방침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부랴부랴 긴급 최고위를 열고 거국내각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2선 퇴진 없이는 거국내각을 논의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비선실세 논란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새누리당이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 등을 총리 후보로 추천한 것도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나아가 민주당은 거국내각 구성을 특별법에 의한 최순실 특검과 어버이연합 청문회, 세월호 진상규명 등 다른 현안과 연계해 협상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도 '선 최순실사건 철저조사와 대통령의 당적이탈- 후 거국중립내각'이란 조건을 내걸며 한발 물러섰다.
이에 새누리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31일 "야당은 자기들이 먼저 제안했던 거국중립내각을 우리 당이 수용하니 바로 걷어 차버리는 딴죽 걸기,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야당의 태도 변화를 비판했다.
이처럼 야당이 거국내각 구성을 위한 전제조건을 내걸면서 여야가 협상을 통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특히 야당이 요구하는 박 대통령 새누리당 탈당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탈당에 관해서는 아직 선을 긋고 있는 반면 야당들은 향후 탈당 압박 공세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거국내각을 이끌 국무총리 자리를 놓고도 정부여당과 야당들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가급적 친정부 성향을 띠는 인사를 선호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새누리당은 중립성향, 야당들은 친야권 인사를 원할 것으로 예상돼 총리 자리를 둘러싼 기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의당은 거국내각 구성 가능성을 일축하며 아예 박 대통령 하야 후 과도내각을 구성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여야가 양보하며 협치의 정신을 구현해야 거국내각 구성이란 결실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에 대해 "원래 거국중립내각은 대통령이 손 떼는 게 전제다.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지 말라고 거국중립내각을 하는 것"이라며 "그러니 국가를 생각한다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야당이 (거국내각을) 못하는 이유는 사실 거국내각에 참여하면 자신들이 1년반 동안 정권을 갖는다는 인식을 (유권자들에게) 줄까봐 그런 것"이라며 "문재인을 대통령 시켜야하는데 대통령 못 시킬까봐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가 얼마나 위중한지를 인정하고 모든 것을 국가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있는 한 외교도 없다. 지금 외국에서 박 대통령과 얘기를 하겠나"라며 "그러니 이런 사태를 빨리 수습해야 한다. 그것(거국내각)을 안 받으면 공당으로서의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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