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금융판 미르' 의혹에 "전·현직 대통령과 연결고리 없어"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은행권이 4000억원을 출연해 만든 비영리재단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하 은청단)이 '금융판 미르'라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기금을 운용하는 투자사를 정부 쪽에서 추천받은 것은 물론 이 운용사들이 간접 투자한 기금 중 일부가 전·현직 대통령의 친인척이 운용하는 회사로 흘러들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수십억대 재단운영비를 문제 삼으며 전·현직 대통령과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은청단은 재단운영비를 공개하는 등 관련 의혹 해명에 적극 나서며 불길을 끄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논란이 스타트업 육성에 악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JTBC의 시사프로그램인 '썰전'에서 은청단이 '금융판 미르'라는 의혹을 집중 조명하자 관련 업계가 불 끄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썰전 방송 당시 전원책 변호사는 "은청단의 누적 운영비가 189억원에 달하는데 1년에 50억원을 쓴 셈"이라며 "재단 자금 운용을 확실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방만경영' 의혹을 제기했다. 전 변호사의 이날 발언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금융판 미르' 의혹을 다시 꺼내 든 것이다.
김해영 의원실이 은청단으로 받은 투자현황 자료에 따르면 은청단에 출연된 자금 중 대부분은 간접투자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 중 3500억원이 박근혜 정부에서 벤처 생태계 촉진을 명목으로 추진한 '성장 사다리 펀드'에 투자될 계획이며, 현재까지 집행된 금액은 1324억원이다. 성장 사다리 펀드에 집행된 은청단의 자금 중 일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의 아들인 J씨가 대주주로 있는'컴퍼니케이파트너스'에 총 93억원이 투자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K씨가 대표로 있는 'LB인베스트먼트'에는 24억원이 투자됐다.
김 의원은 "은청단의 자금을 운용한 운용사들은 지식경제부, 여신금융협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가 추천한 운용사들"이라며 "간접투자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관(官)의 입김이 얼마만큼 작용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은청단은 "우리 재단은 전 현직 대통령과 전혀 연결고리(커넥션)가 없다"며 "재단의 허브인 디캠프를 통해 창업자를 지원하는 일을 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투자운영사 선정에 대해선 "외부 전문가들로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이들이 낸 점수를 합산해 뽑는다"며 "이 과정에 외부 입김이 개입될 소지는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논란의 중심인 재단 운영비 189억원에 대해 "2012년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4년 4개월 간 쓴 금액"이라며 "임대보증금과 등록면허세, 용업사업 비용 등의 고정비를 제외하면 연간 30억~40억원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30억~40억원은 임대료와 총직원 14명에 대한 인건비, 각종 사업비 등"이라며 "초기 창업자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초기기업을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운영과 창업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썼다"고 말했다. 특히 "재단이 하는 일에 비하면 결코 많은 돈이 아니다"며 관련 의혹을 부정했다.
은청단으로부터 출자받은 업체들 또한 해당 자금이 '특혜성 출자' 의혹으로 번지지 않을지 우려하며 출자 과정 등을 공개하고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의혹을 접한 이들은 스타트업이 무슨 특혜를 받아서 디캠프로부터 출자 받은 것으로 생각할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 작은 불씨가 모든 벤처캐피털과 은청단과 같은 출자자들을 싸잡아 태워버릴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2년 5월 출범한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창업 생태계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재단으로 18개 전국은행연합회 회원 금융기관이 4000억원의 자금을 출자했다. 투자와 인프라 구축, 스타트업 육성 등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활동이 주업무로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성장사다리펀드 출자, 전문 운용사와 함께 하는 간접 투자, 초기기업 매칭 투자 등을 담당한다. 정채희기자 poof3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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