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스톰 뚫고 갈 경제팀 구축 3大 제언
◆ 대한민국 턴어라운드 ③ ◆
◆ 책임질 경제부총리 필요하다
경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데도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첫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주재했다.
격주로 하던 경제장관회의 사이에 회의를 하나 더 만든 것. 하지만 유 부총리의 '결기'를 기대했던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오히려 이날 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처리 문제를 놓고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이견이 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안감을 더했다. 유 부총리가 구조조정 방안 발표를 불과 나흘 앞두고도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순실 사태로 박근혜정부 전반의 정책 추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경제팀이 누구보다 더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경제만큼은 전권을 갖고 책임감 있게 이끌어 갈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경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은 '변양호 신드롬'의 영향이 크다"며 "최순실 사태로 관료들이 더욱 몸을 사리게 될 것이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전 고려대 총장)는 "경제사령탑은 비전을 제시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변양호 신드롬을 경계하고 구조조정 등 현안에서 스스로 존재감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컨트롤타워가 경제부처를 다잡고 이끌면서 '여소야대' 국회를 설득해 시급한 경제 현안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와 경제 위기 극복을 별개로 보고 경제 살리기 법안과 내년 예산안을 빨리 확정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여름 대비한다고 해서 겨울에 여름옷을 계속 입고 있으면 되겠나." 2014년 6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인선 발표가 난 뒤 이렇게 말했다. 전문가들이 가계부채가 급증한다고 비판했지만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부동산 가격 상승은 최경환 경제팀이 기대했던 경기 회복과 성장률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가계부채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부동산 규제 완화를 발표한 지 반년이 지난 2015년에 들어서야 최경환 경제팀은 공공·금융·노동·교육 등 4대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 취임 후 2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단기 부양책에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구조 개혁의 골든타임을 낭비한 셈이다. 만시지탄이었다.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했던 노동 개혁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됐고, 교육 개혁은 다음 정권으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근시안 정책은 일자리 분야로도 이어졌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었지만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지난해 정부가 청년 일자리 예산으로 1조98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새로 만들어진 청년 일자리는 4만8000개에 그쳤다. 직접 나눠줬다면 1인당 연봉 4125만원을 줄 수 있는 예산이다.
성장률 숫자에 집착해 지난 4년 동안 박근혜정부가 내놓은 재정 보강만 무려 122조원이나 된다. 세 차례나 추경을 편성했지만 정부가 목표로 한 성장률은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큰 그림 후 세부 실천 계획 짜야
박근혜정부 초기 경제팀은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실패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정부 출범 후 1년이 지나서야 나왔고, 4대 개혁은 2년 뒤에 시작됐다.
구체적인 실천 계획도 부족했다. 대표적인 예가 '창조경제'다. 광역지자체별로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을 짓고 신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해당 산업을 어떻게 미래 먹거리로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그 결과 몇 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정도에 그쳤을 뿐 우리 사회를 변혁할 만한 패러다임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분석이다. 세밀한 준비 없이 정년 60세 연장을 덜컥 시행했다가 청년고용 절벽이 현실화되자 그제서야 보완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실패 사례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너무 많은 어젠더를 두서없이 제시하다 보니 금세 개혁에 관한 내용이 잊히고 말았다"며 "결국 관료들의 보고서에만 살아 있을 뿐 국민에게 전달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새로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스케줄을 세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필상 교수는 "성장기반이 와해된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순수 경제논리에 따라 청사진을 그린 후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짜고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 이향휘 차장 / 조시영 차장 / 신헌철 차장 / 고재만 차장 / 전정홍 기자 / 김규식 기자 / 정석환 기자 / 김세웅 기자 / 안병준 기자 / 정슬기 기자 / 김윤진 기자 / 김태준 기자 / 나현준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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