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미중 줄타기 성공할까..드러난 실용주의

(서울=뉴스1) 김윤정 기자 = "굿바이, 아메리카"
"우리는 항상 일본편"
"필리핀 경제의 유일한 희망은 중국"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 순방에서 했던 종잡을 수 없는 발언들이다. 막말과 비외교적 수사,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행동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순방을 마친 두테르테 손에 들려있는 두둑한 선물 꾸러미를 보면 말이 달라진다. 양국 모두에 엄청난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오랜 미국 편향에서 벗어나 중국 및 일본과 등거리 외교를 유지하며 경제적, 정치적 실익을 추구하는 두테르테의 '실용주의 외교노선'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 경제협력 앞세워 민감한 안보문제 피해가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 순방에서 우선순위로 강조한 것은 '경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순방 전 인터뷰에서 "대부분 경제 협력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일본으로부터 210억엔(円)차관 지원을 통한 경제협력 약속을 받아냈다. 중국 방문 땐 240억달러(약 27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경제지원으로 실리를 취했다.
또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南沙群島)의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주변 해역 조업 관련과 관련해 긍정적 답변을 얻어냈다.
요구할 것은 분명하게 요구하는 반면 민감한 문제는 원칙론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이다. 그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선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과 국제법 준수를 강조했다. 실리를 위해 불필요한 논쟁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연일 반미를 외쳤지만 선을 넘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방중, 방일 기간 내내 미국을 향해선 "더이상 목줄에 묶인 개가 아니다"라는 등 강경 발언을 이어갔지만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외교관계 자체를 끊어버리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필리핀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나라와도 군사동맹을 맺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실리외교 자신감은 어디서?
두테르테의 자신감 있는 실리외교 행보는 필리핀의 지정학적 조건과 미래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에서 필리핀의 입지는 매우 중요하다. 미국 입장에서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할 수 있는 군사적 기지다. 두테르테의 '결별' 선언에 미국이 화들짝 놀라는 이유다. 두테르테는 이 점을 간파하고 미국과의 동맹 유지라는 점은 확고히 한 채 중국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다.
필리핀의 풍부한 매장자원도 두테르테의 자신감이다. 미국 CNBC는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일본과 중국의 환대 뒤엔 필리핀 민다나오의 매장 자원이 있다고 분석했다. 바나나, 망고 등 식량 자원뿐만 아니라 구리, 금, 철, 알루미늄 등 그 가치가 1조달러(약 1144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카를로스 도밍게즈 필리핀 재무장관은 "식량자원과 광물자원 모두 개발 대상"이라며 중국이 최근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일본은 이미 투자 및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 中·日 언론 두테르테 재평가…美는 '평가 절하'
두테르테의 외교적 성과에 그를 재평가하는 분석도 늘어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두테르테의 외교 행보에 정통 스타일이 아닌 색다른 실용주의"라고 평가했다. 전통적 관점에선 두테르테의 막말이 비외교적 수사로 들리지만, 날카로운 실용주의 외교 전략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매체는 "일본과 미국은 두테르테의 발언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그는 오직 격동 속에서 필리핀의 실리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두테르테의 변하지 않는 생각 하나는 '전쟁은 이롭지 않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두테르테의 외교에 대해 "반미 발언은 그치지 않았지만 남중국해 등 예민한 안보문제는 피하면서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내는 등거리 외교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은 아시아의 안정적 우방국이 흔들리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도 필리핀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두테르테의 격미(隔美)외교에 대해 "실용주의 전략이라고만 볼 순 없고, 개인의 어릴적 경험이 한 몫 했을 것"이라고 분석하며 평가절하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인 민다나오에서 겪은 미군의 무슬림 학살 사건이 그의 반미 감정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도 28일 두테르테의 오락가락 외교에 대해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국가 지도자로서 매우 이상한 행보이며, 두테르테의 시각은 '미국이 필리핀을 대우해주지 않았다'는 필리핀 국민들의 분노만 대변하고 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y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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