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통령이 문화사업 지연 질책.. 안종범, 급하게 재단 추진"
10대 그룹 고위 관계자 A 씨는 28일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콘텐츠 사업이나 스포츠 사업을 도와 달라’고 했다”며 “그런데 한중 정상회담(지난해 10월 31일)을 앞두고 ‘그건(문화체육 사업)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물었을 때 실제 진행된 사업이 없으니까 안 수석이 굉장히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A 씨는 “이후 안 수석이 부랴부랴 여기저기(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기업들) 해가지고 당시 급하게 두 재단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허가받는 것도 굉장히 서둘러서 이뤄지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24일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대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 21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간담회 목적은 문화체육 부문 투자 활성화와 평창 올림픽 지원 요청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4일에도 재계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불렀다.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17곳이 모두 출범한 것이 계기였지만 이 자리에서도 ‘문화융성’이 재차 강조됐다. 박 대통령은 이달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두 차례 간담회를 통해 문화, 체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기업인들에게 부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서울에서 열린 박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문화체육 산업 활성화를 위해 양국이 함께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이 임박하자 박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에게 부탁했던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 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7월 처음 얘기가 나온 뒤 지지부진하던 미르재단 설립은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지난해 10월 27일 완료됐다.
미르 사무실 계약(지난해 10월 24일), 전경련의 출연금 모금 공문 발송(25일), 출연 기업들을 한데 모아 서류 작업 및 설립 신청(26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종 승인(27일)까지 고작 나흘이 걸렸다. 안 수석 등 청와대가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A 씨의 말은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전언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도한 창조경제혁신센터 프로젝트에 안 당시 경제수석이 깊이 관여한 것 역시 최 씨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에서 매주 한 번씩 대관 담당자들을 불러 회의를 열었다”며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준다는 명분이었지만 미래전략수석보다 경제수석이 더 적극적이어서 의아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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