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초-순수-애절한 몸짓.. 완벽했던 '50대의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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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미오와 줄리엣’ 2막에서 파드되(2인무)를 추고 있는 알레산드라 페리(오른쪽)와 에르만 코르네호.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 공연에서 세계 최고의 줄리엣으로 불려온 알레산드라 페리가 줄리엣을 연기했다.
연속 동작 뒤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맨살이 노출된 등에서 세월의 흔적이 보였다. 그게 전부였다. 나이를 엿볼 수 있었던 순간은. 그는 무대에서만큼은 10대 줄리엣 그 자체였다.
천진난만하게 유모와 노는 표정에서 10대의 청초함, 로미오와 사랑에 빠진 눈동자는 10대의 순수함, 연인을 반대하는 부모 앞에서 괴로워하는 몸짓은 10대의 불안함을 나타냈다.
손끝과 발끝이 말을 건다. “사랑에 빠졌어요.” 눈썹이 바깥쪽으로 살짝 치켜 올라간다. “받아들일 수 없어요.” 토해낸 숨을 멈춘다. “어쩔 수 없군요.” 몸이 살짝 떨리며 가만히 서 있는다. “그대에게 달려가고 싶어요.” 이처럼 그는 신체를 100% 사용해 깊은 감정을 표현해냈다.
마지막 3장에서 관객은 숨을 죽였다. 약을 먹고 죽은 것처럼 가사 상태에 빠져든 줄리엣. 뒤늦게 발견한 로미오가 그를 안고 마지막 춤을 춘다. 페리는 힘을 빼고 로미오에게 몸을 맡긴다. 무대에서 중력이 사라졌다. 공간은 그에게 모든 것을 내줬다.
막이 내린 뒤 다시 깨달았다. ‘줄리엣=페리.’
기립박수는 물론이고 ‘브라보’ 소리에 귀가 아플 정도였다.
이번 공연에서 파트너로 나선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수석무용수 에르만 코르네호는 페리와 완벽한 호흡을 빚어냈다. UBC 단원들도 줄리엣에게 반한 듯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2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공연에서 페리는 26일 한 차례 더 무대에 선다. 줄리엣을 더 붙잡고 싶은 마음뿐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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