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주택시장③]강남 거품논란 속 양극화, '족집게 대책'은?
(서울=뉴스1) 진희정 기자,김희준 기자 = "8·25 가계부채 대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은 합당하지 않다. 작금의 상황은 부동산 과열이 아닌 강남3구와 그 밖의 지역 간의 양극화로 보는 것이 맞다."
지난 1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8·25대책에 집단대출 규제 및 전매제한 등의 규제가 빠지면서 부동산시장이 대책 시행 이후 오히려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해명이다.
임 위원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가계빚은 잡지 못한채 집값 급등만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8·25 대책의 핵심은 공공택지 공급물량을 축소해 주택공급을 적정선으로 유도,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수요자들에게는 공급 감소가 곧 희소가치로 받아들여지면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재건축과 분양시장의 경우 매도자가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이고 있는 등 투기시장으로 변질됐다.
정부가 부랴 부랴 나서 시장에 추가 대책을 시사하자 과열의 진앙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권이 움추러드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숨고르기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시각과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서울 14개구 매매값 전고점 돌파, 전체 시장은 하방 국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3.3㎡당 1877만원(10월7일 기준)으로 전 고점인 2010년 3월 1848만원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014년 1월 3.3㎡ 당 1622만원까지 떨어진 이후 반등해 지금에 이르렀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완화와 청약제도 개편, 재건축 연한 단축, 민간부문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규제 완화 정책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5개 자치구 중 전 고점을 넘은 자치구는 Δ서초 Δ마포 Δ성동 Δ중 Δ동작 Δ강서 Δ서대문 Δ동대문 Δ성북 Δ관악 Δ은평 Δ구로 Δ중랑 Δ금천 등 14곳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로 접어 들면서 당분간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상승 분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라면서 "그러나 주택시장이 과열되면서 정부의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대책도 나올 수 있어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과 달리 지방까지 살펴보면 2006년 부동산 급등기 때처럼 전체시장이 상승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지난 한달 간 서울 매매가격 상승률이 1.21% 오른 반면 전국 평균은 0.59%에 불과하다.
분양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각하다. 서울 일부 단지는 수백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방 중소도시는 이른 한파가 매섭다. 지난달 충북 진천에서 270가구를 분양한 건설사는 청약률 '0'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2순위에서도 청약자는 1명에 불과했다. 4월 제천에서 740가구를 분양한 건설업체도 청약자를 단 한 명도 받지 못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전국 24개 지역을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청주·제천·광주 북구·경북 영천·경남 김해 등 지방 16곳이 포함됐다. 서울 강남 등 투기과열지구 지정 검토와 대조적이다.
◇이상 과열지역만 '콕'…족집게 규제 필요성 대두 이같은 상황 때문에 국토부도 초강경 규제론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현행 지표를 볼때 시장에 과도한 칼을 대는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빠른 시일 내에 정부가 부동산시장 점검회의와 가계부채협의채를 열어 부동산 추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력한 대책으로 거론되는 것이 청약통장 재당첨 제한과 1순위 요건 강화, 전매제한기간 강화 등의 조치다.
먼저 청약경쟁률이나 일정 기간 집값 상승률이 높은 읍·면·동에 한해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거나 재당첨을 일정 기간 금지하는 것이다. 지금은 강남구 재건축 단지에 당첨된 후 곧바로 서초구 재건축 단지에도 또 당첨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1~5년간 재당첨 제한을 두겠다는 것이다.
청약통장 1순위 자격조건을 다시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월부터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1년만 넘으면 수도권 1순위 자격을 부여하면서 아파트 청약을 투기화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 지정은 집값 하락·건설경기 위축 등 내수시장을 침체에 빠뜨릴 수 있어 고려하지 않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주택공급계약 체결이 가능한 날부터 5년간 분양권을 팔 수 없다. 당첨 뒤 청약통장에다시 가입해 1년만 지나면 1순위 자격이 부활하는 것도 제한된다.
특히 재건축 조합원들이 조합원 물량을 팔 수 없게 되고, 최대 3가구까지 가능한 조합원 분양가구수도 한 가구로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LTV(주택담보대출 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도 강화된다.
즉 과거 2006년 주택시장 급등기에 쏟아냈던 일반적이고 획일적인 규제가 아니라 과열을 빚고 있는 해당 지역과 주택상품에 대해서만 족집게식으로 선별적인 규제가 나올 수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단지에는 청약경쟁률이 수백대 1까지 오르는 등 과열현상도 있는데 재당첨을 제한하거나 청약통장의 1순위 요건을 강화할 경우 경쟁률을 낮추는 효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수요자 피해 줄여야…분양권 거래소 도입 주장도 일각에선 정부의 어쩡쩡한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점검회의 등을 열어 추가 대책에 대한 시그널을 시장에 내보내면서도 정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택시장마저 활기가 죽으면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불씨마저 꺼뜨릴 수 있다는 걱정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지만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지 않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체 주택시장을 잡으려고 하기보다 거품이 낀 이상 과열지역을 대상으로 규제를 하는 정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정부가 하루 빨리 전매제한 강화, 청약제한 강화, DTI 상향 등 종합적인 투기방지책, 가계부채 증가 방지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공공분양 아파트 전매제한의 경우 5년까지 늘려야 하며, 청약제도도 지금보다 강화해야 투기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며 "수도권은 1년, 지방은 6개월마다 1순위 청약자격 획득이 가능한 현재의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면피성 정책보다는 시장 정상화의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세차익을 노린 불법 거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분양권 거래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현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분양권 불법전매의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자에게 돌아간다"면서 "무허가 떴다방의 투기조장을 통해 이뤄지는 불법행위와 양도세 등 세금이 투명하게 납부되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매금지 기간을 늘리는 것만으론 과열 양상을 막기 어렵다"면서 "등록된 거래소를 통해 거래하도록 해 투명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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