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차기정부 앞두고 북핵 출구전략 모색하나
■ 北美 말레이서 비공개 회동…대화채널 재가동 주목

한·미는 전날 외교·국방(2+2) 장관회의와 연례 안보협의회(SCM)를 열어 북한 핵·미사일을 "직접적 위협(direct threat)"으로 규정하고 단호한 응징을 다짐했다. 이러한 가운데 북·미는 21일 제3국에서 만나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 미국이 남북한과 직간접으로 대화에 나선 것이다.
이번 회동은 미국 대선을 불과 보름여 앞두고 국제사회가 북한 5차 핵실험에 맞서 강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을 논의 중인 상황에서 이뤄졌다.
일단 북·미 양측은 이번 회동의 북한 측 '수석대표' 격인 한성렬 외무성 미국국장이 한국 취재진에 밝힌 대로 '상호 관심사'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을 통해 대선을 앞두고 미국 조야에서 쏟아지는 대북 강경론의 '강도'를 파악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 대북 '선제타격론'까지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라 북한 측에서도 구체적으로 정세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비록 전직이긴 하나 미국 측 인사와 접촉할 유인이 있는 셈이다. 또 얼마 남지 않는 미국 대선의 향배는 물론 민주·공화당의 대북정책을 전망하기 위해서도 북한이 북·미 접촉에 나설 필요성은 다분하다.
미국으로서도 북한이 추가적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등 고강도 도발을 위협하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 측의 의중을 외무성 당국자들을 통해 들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핵 상황에 밝은 전직 정부 인사들로 하여금 북측 당국자들을 만나게 함으로써 외교적 부담을 덜고, 만일 북측이 전향적 입장을 보인다면 정부가 나서 단계적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북·미 양측이 매년 몇 차례씩 이 같은 1.5트랙 회동을 지속적으로 했고 이러한 회동이 '정부 대 정부'의 공식 협의가 아닌 점을 감안하면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신중론도 상당하다. 정부는 미국 측과 정보를 공유하며 북·미 간 말레이시아 1.5트랙 접촉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회동 상황을 주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미 접촉 사전 인지 여부에 대해) 정부 대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트랙2)의 대화를 당국이 확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다만 한·미 정부는 (관련 상황에 대해)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핵 보유국' 등 통상적인 주장을 할 것으로 보이고 미국도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각자 의견을 재확인하는 '동문서답'식이 될 것 같다"며 회동 결과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북·미 말레이시아 회동에 나선 북한 측 한 국장은 미국·유엔 외교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대표적 '미국통'으로 평가된다. 한 국장은 과거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 재직 당시 미국 측 특사와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양측 간 협의 통로인 이른바 '뉴욕 채널'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리용호 외무상 승진 기용 이후 한 국장이 부상으로 승진해 미국·유엔 외교를 실무적으로 총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측에서 말레이시아로 날아온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는 지난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를 극복한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주역이다. 갈루치 전 특사는 지난 2013년 9월에도 독일 베를린에서 당시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리용호 외무성 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 등을 만나 1.5트랙 회동을 한 바 있다.
[김성훈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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