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들려주면 가수 이름과 제목 알려줘 광고 유치.. 창립 13년에 기업가치 1조원

윤예나 기자 2016. 10. 1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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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니콘 기업인 샤잠은 음악을 인식해 정보를 알려주는 문자메시지 서비스로 출발해 지금은 다양한 미디어의 광고 시장까지 진출한 첨단 기술 기업으로 부상했다. <사진 : 샤잠 공식 홈페이지>

1990년대 청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 ‘월플라워’ 속 주인공 찰리와 샘, 패트릭은 어느 날 밤 드라이브를 즐기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 한 곡에 푹 빠져 환상적인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날 이후 그 노래의 제목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노래 제목과 가수 이름을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은 몇 달이나 지난 뒤였다. 이들이 ‘샤잠(Shazam)’을 사용하는 세대였다면 아마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휴대전화를 열어 2580으로 전화를 걸고 음악을 들려주면 문자메시지로 ‘데이비드 보위의 히어로즈(Heros)’라는 노래 제목을 받을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지금은 샤잠의 스마트폰 앱을 실행해 음악을 들려주면 가수 이름과 노래 제목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곧장 해당 곡의 음원을 내려받을 수 있는 음원 시장으로 연결된다. 영미권에서는 ‘샤잠하다’는 말이 ‘모르는 음악을 검색하다’를 뜻하는 표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스마트폰이나 앱스토어가 나오기 10년도 전인 1999년 MBA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이 ‘닷컴버블’ 세대 스타트업은 2016년 9월 29일 10억다운로드를 기록한 앱을 개발한 회사로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이제 샤잠은 영국에서 손꼽히는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 기업 가운데 하나다.


‘음악 인식+모바일’ 가치 일찌감치 주목

샤잠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기본은 창립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음악 인식’이다. 1999년 여름, UC버클리대 경영전문대학원(MBA)에 다니던 크리스 바튼(Chris Barton)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당시 유행하기 시작하던 휴대전화와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언제, 어디에서든 휴대전화를 활용해 궁금한 음악을 검색할 수 있는 세상을 열겠다는 목표였다. 그는 친구인 디라지 무커지(Dhiraj Mukherjee), 필립 잉겔브레흐트(Philip Ingelbrecht)와 함께 사업 계획을 구체화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숱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음악 인식 기술을 개발했다.

당시 샤잠은 서비스 이용자가 음원 구매까지 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신기한 서비스를 수익이 나는 ‘사업’으로 안착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디지털 음원 구매가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환경인데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음원의 양과 가격은 일반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에 비해 극히 제한적이었다. 첨단을 걷는 사용자들이 샤잠을 이용해 찾은 음악의 벨소리를 구매하는 정도였다. 특히 모바일 산업과 음악 산업을 연결하려는 서비스가 유망하다고 본 투자자는 드물었다. 투자자 유치에 난항을 겪던 샤잠은 당시 미국에 비해 선진 모바일 기술 시장으로 꼽히던 유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당시는 노키아가 휴대전화 시장 최강자로 군림하던 시기였고,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 사업에 뛰어들기도 전이었다.

첫 투자자를 유치한 2002년, 영국 런던에서 샤잠이 공식 출범했다. 사용자가 휴대전화에서 2580을 누르고 수화기로 노래를 들려주면, 샤잠이 곡명과 음악가의 이름을 문자메시지로 보내주는 것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 애호가가 많은 영국에서 샤잠은 금방 입소문을 타는 데 성공했다. 런던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2년 뒤에는 AT&T, 버라이즌 등 미국 최대 통신사와 제휴를 맺어 미국 시장으로 진출했다. 샤잠은 이후 아예 휴대전화 제조업체들과 직접 제휴를 맺고, 다양한 기기에 샤잠 프로그램을 내장해 사용자와의 접점을 늘려나갔다.



1990년대 청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 ‘월플라워’ 주인공들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제목을 몇 달 만에야 겨우 알아낸다. 지금은 샤잠 앱을 실행해 수화기에 음악을 들려주기만 하면 곧바로 음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진 : 영화 월플라워 스틸컷>

성공비결 1 |
애플·안드로이드 등 모바일 선두 주자와 제휴

2008년 7월 10일.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지 1년여가 지난 시점이자, 아이폰 3G 출시 하루 전날이었다. 이날 애플은 500개의 응용 프로그램이 등록된 ‘앱마켓’을 선보였다. 앱마켓에 가장 먼저 등재된 앱 가운데 하나가 바로 샤잠이다. 샤잠은 앱마켓을 공략하면서 몇 가지 기능을 추가했다. 음악을 단순히 검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음원을 구매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기술은 과거 샤잠이 활용했던 문자메시지와 비슷했지만 확장성이 훨씬 컸다. 그리고 그 몇달 뒤에는 애플 아이폰 3G의 TV 광고에 샤잠이 등장했다. 아이폰으로 샤잠을 이용하는 모습을 담은 이 광고는 순식간에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앱마켓 개설 전까지 1500만명에 불과했던 샤잠 이용자수는 그해 9월 말 2000만명으로 늘었다. 샤잠은 2008년 10월 안드로이드 앱마켓, 2009년 2월 블랙베리 앱마켓에도 앱을 출시했다. 그리고 2009년 10월, 샤잠 이용자는 5000만명까지 증가했다. 샤잠은 이후 애플의 시리(Siri), 구글 안드로이드의 ‘OK, 구글’ 등 음성 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에 기본 프로그램으로 내장됐다. 애플워치 출시 당시 유일하게 기기에 기본으로 탑재된 앱이기도 하다.


성공비결 2 |
핵심 기술 확장… 모바일 넘어 스크린으로

모바일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인 샤잠은 음악 인식 기술을 좀 더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았다. 활용하는 기술이 단순히 음악을 구분하는 것이 아닌, ‘녹음된 소리 인식’ 기술이라는 점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다. 샤잠은 NBC, HBO 등 방송사와 제휴를 맺은 뒤 다양한 소비재 브랜드를 대상으로 광고 시장을 공략했다. 2010년 2월 미국 최대 스포츠 축제인 수퍼볼 경기 때는 리바이스 다커스(Levi’s Dockers)의 TV 광고 한편에 샤잠의 로고가 등장했다. 샤잠 앱 사용자가 광고 때 앱을 실행하면 리바이스 상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알려주고 구매까지 이어지는 웹페이지로 연결하도록 한 것이다. 광고를 ‘샤잠’한 이용자 가운데 27%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제품을 구매했고, 46%는 다시 한 번 그 광고를 시청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그 뒤로도 미국 사이파이(SyFy) 채널에서 방영한 드라마 유레카(Eureka) 방영 기간에는 수만명의 시청자가 1.5초 정도 짧게 지나가는 샤잠 로고를 놓치지 않고 ‘샤잠’해 보너스 영상을 시청했다.

샤잠은 2013년 리치 라일리 CEO 취임 후 광고 시장 역량을 더 강화해나가고 있다. 우선 소리 인식 기능에 사진과 동영상 등의 시각 인식 기능을 더해 활용도를 높였다. 샤잠은 디즈니와의 제휴를 통해 영화 ‘앤트맨’ 홍보에 샤잠을 활용했다. 샤잠 사용자가 영화 포스터를 샤잠 앱으로 스캔하면 영화 주인공과 셀카를 찍을 수 있게 하거나, 영화 주인공이 등장한 명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올해는 ‘브랜드를 위한 샤잠’ 서비스를 출시해 타깃, 나이키, BMW 등 다양한 브랜드의 홍보에 샤잠을 활용하게 하고 있다. TV 광고, 라디오 방송, 인쇄물 광고, 혹은 제품 패키지를 ‘샤잠’하면 사용자가 해당 브랜드에 노출되는 다양한 이벤트를 함께 기획하는 방식이다. 코카콜라의 경우, 병 레이블에 쓰인 노래 가사를 샤잠 앱으로 스캔하면 사용자가 해당 곡에 맞춰 립싱크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릴 수 있게 한 이벤트가 큰 인기를 끌었다. 또 광고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스마트폰 사용자 위치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장비인 ‘비콘(beacon)’을 인식하는 기능을 앱에 추가하기도 했다. 비콘은 옥외광고 전문업체 익스테리온 미디어, 방송사 폭스(FOX) 등과 협력해 ‘쿵푸팬더 3’를 홍보할 때 큰 역할을 했다. 비콘이 탑재된 영국의 2층버스에 탄 사람이 샤잠 앱을 실행하면, 자동으로 영화 예고편이 상영되도록 한 것이다.


샤잠은 음성 인식 기술을 시각 영역으로 확장해 다양한 마케팅 이벤트에 활용하고 있다.
병 레이블을 샤잠 앱으로 스캔하면 사용자가 해당 곡에 맞춰 립싱크로 노래하는 영상을
촬영할 수 있게 했던 코카콜라 이벤트도 화제를 모았다. <사진 : 샤잠 공식 홈페이지>

광고 사업의 호조 덕분에 샤잠의 앱 다운로드 건수는 10억건을 기록했고, 연일 적자에 시달리던 실적도 흑자로 전환했다.

2014년 3600만파운드(약 49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도 148만파운드(약 20억원) 적자를 냈던 샤잠은 최근 세전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 흑자전환했다고 밝혔다.

라일리 CEO는 “우리의 미래는 광고 시장에 달렸다”고 말할 정도로 샤잠의 광고 사업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그는 “우리는 계속해서 사용자와 광고주에게 마법 같은 경험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 기술력과 마케팅 전략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사업처럼 샤잠의 미래를 신나게 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샤잠은 올여름에만 아이하트미디어, 엔터컴, 선브로드캐스트그룹 등 유력 라디오 방송국과도 제휴를 맺어 라디오 광고 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마친 상태다.



샤잠은 음원 검색을 요청하는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히트곡을 예측하는 서비스도 출시했다. 사진은 샤잠이 예측했던 2014년 그래미상 수상곡들. <사진 : 샤잠 공식 홈페이지>

성공비결 3 |
이용 데이터 기반해 히트곡 예측

샤잠의 인기 서비스 가운데 또 하나는 히트곡 예측 서비스다. 앱스토어 등록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사용자 덕분에 축적된 데이터를 샤잠의 새로운 수익 사업으로 바꿨다. 샤잠의 음악 부문을 총괄하는 피터 스자보는 롤링스톤과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샤잠 검색 건수를 바탕으로 집계한 음원차트를 보면 33일 정도 뒤 빌보드 100위 차트의 히트곡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예를 들어 ‘샤잠’으로 검색된 곡이 검색되는 횟수가 많아져 샤잠의 차트에 오르고 나면 한 달 정도 간격을 두고 빌보드 차트에 오른다는 것이다.

샤잠은 이런 정보를 활용하면 음반 회사들이 출시한 노래가 어느 정도의 히트를 기록할지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여러 음반 레이블사에 관련 정보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를 통한 검색의 경우 지역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활용, ‘히트곡 지도’까지 선보였다. 히트곡이 된 노래가 가장 처음 인기를 얻은 지역은 어디인지 보여주는 지도다. 가령 현재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곡이 가장 처음 ‘샤잠’된 지역이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며, 히트곡의 탄생 과정을 추적해나가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사업군으로 발을 뻗고 있지만 샤잠 사업의 기반이 되는 기술은 변하지 않았다. 바로 음원 인식 기술이다. 라일리 CEO는 최근 와튼스쿨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샤잠에 있어 음원 인식 기술은 구글로 치면 검색 기능과 같은 핵심 기술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세계 최고의 음원 인식 기술을 갖춘 기업이 되자는 겁니다. 이 원칙은 샤잠에 있어 종교와도 같은 신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라이벌 기업들과 약간 차이 나는 정도의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유지해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plus point

영국을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들


스카이스캐너 Skyscanner

에든버러에 본사를 둔 항공권 가격 비교 웹사이트. 최근 1억2800만파운드(약 1억5827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 뒤, 2016년 1월 10억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다. 세쿼이아캐피털, 스코티시에쿼티파트너스, 야후가 주요 투자자다.


트랜스퍼와이즈 TransferWise

P2P 환전 플랫폼 기업. 2015년 1월 10억달러 이상으로 가치를 평가받았다. 앤드리슨 호로비츠, 인덱스벤처스 등 9개 벤처캐피털 회사가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샤잠 Shazam

샤잠은 2002년 출범한 뒤 1억2600만파운드(약 1억5579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2015년 2월 10억달러 이상으로 가치를 평가받았다. 주요 투자자로는 IDG벤처스가 있다.


펀딩서클 Funding Circle

P2P 방식의 중소기업 대출 중개업체다. 공식적으로 기업 가치가 공개된 적은 없지만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2015년 4월 이후 이 기업의 가치가 1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블랙록, DST글로벌 등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파페치 Farfetch

명품 부티크 업체들이 포진해 있는 온라인 패션 쇼핑몰. 2015년 DST글로벌이 8600만달러를 투자한 뒤 기업 가치가 10억달러로 평가됐다. 파페치는 최근에도 추가로 1억100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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