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주목한 '음식 산업' 구글도 신성장 산업으로 농업 지목 - 2015년 12월 5일자

2016. 10. 1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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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미국 실리콘밸리는 구글이 창업 4년 차의 작은 벤처기업 하나를 인수하려다 퇴짜를 맞았다는 소식에 술렁였습니다. 실제로 판매하는 제품조차 없는 이 회사는 구글이 제안한 인수 가격 2억~3억달러(약 2300억~3400억원)가 너무 낮다며 매각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죠.

이 콧대 높은 기업은 ‘임파서블 푸즈(Impossible Foods)’, 식품 벤처기업입니다. 임파서블 푸즈는 소로 만든 ‘진짜 고기’가 아닌 식물로 만든 ‘고기 아닌 고기(fake meat·페이크 미트)’를 넣은 햄버거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미래 신성장 산업 중 하나로 농업을 지목한 구글이 관련 기술을 가진 벤처 회사를 물색하던 중 이 회사를 사려 했는데 회사 측은 자기들의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식물로 고기·마요네즈 만드는 회사 각광

최근 실리콘밸리의 핵심 키워드로 ‘음식 산업’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음식료 프랜차이즈가 아닙니다. 기술력을 갖춘 음식 벤처, 특히 육류, 달걀, 치즈 등 동물에서 얻던 음식을 식물로 똑같이 만드는 회사가 대세입니다. 미국의 ‘국민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햄버거를 식물로 만든 고기 패티와 치즈를 넣어 만드는 회사나 달걀노른자 대신 식물 재료를 넣어 마요네즈를 만드는 벤처 회사에 거물 투자자들과 벤처캐피털이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임파서블 푸즈는 2014년 10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홍콩 최고 부자인 리카싱(李嘉誠)의 투자사 호라이즌스 벤처스, 구글 벤처스, 코슬라 벤처스 등에서 7500만달러(약 860억원)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어 2015년 10월 기존 투자자를 비롯해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 대표, UBS, 바이킹 글로벌 인베스터스 등으로부터 1억800만달러(약 1200억원)를 추가 유치했죠. 스탠퍼드대 생화학과 교수 출신인 패트릭 브라운 임파서블 푸즈 최고경영자(CEO)는 대학 근처 레드우드시티에서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그는 30년 넘은 채식주의자입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실험실에서 식물을 원료로 개발 중인 햄버거 패티를 두고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음식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육식을 하는 사람이 고기 대신 먹고 만족할 수 있는 음식이라는 것이죠.

“채식주의자들이 먹는 콩으로 만든 고기는 퍽퍽하고 고기 맛이 나지도 않아요. 우리가 만드는 식물 고기는 육식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빠져들 만큼 맛이나 생긴 모양, 향 등이 진짜 고기와 거의 같습니다. 육식을 포기하지 않고도 건강과 환경에 좋은 고기를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먹는 고기를 동물에게서만 얻어야 할까?’ 식물성 모조 고기 개발에 뛰어든 창업자가 하나같이 품었던 의문입니다. 2014년 5월 미국 유기농 수퍼마켓 체인 홀푸드는 매장에서 판매하던 치킨 샐러드 제품 두 종류를 리콜해야 했습니다. 하나는 진짜 닭고기, 또 하나는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닭고기 대체품이었는데, 이를 구분하지 않고 판매한 게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진짜 닭고기 맛이 나는 모조(模造) 고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제품을 산 소비자 누구도 진짜와 모조 닭고기의 차이를 알아채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가짜’ 닭고기를 만든 곳은 이선 브라운이 2009년 창업한 ‘비욘드 미트(Beyond Meat)’란 회사입니다. 완두콩과 시금치, 브로콜리 등을 넣어 만든 햄버거도 팝니다. 이 회사는 빌 게이츠와 코카콜라에 팔린 유기농 차(茶) 브랜드 ‘어니스트 티’ 창업자 세스 골드먼, 벤처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 등에서 투자를 받았습니다. 2015년 10월에는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에번 윌리엄스와 비즈 스톤이 세운 투자사 아비어스 벤처스, 김정주 NXC 대표에게서 1700만달러(약 200억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브라운 CEO는 “사람들이 고기를 먹는 건 동물성 단백질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기 씹는 맛과 풍미를 원하기 때문이다. 식물 원료를 이용해서도 얼마든지 고기 대체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먹기 위해 동물 기르는 것은 비효율적 행위”

마요네즈는 달걀노른자가 주원료지만, ‘햄프턴 크릭(Hampton Creek)’이 개발한 마요네즈에는 달걀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식물 10여종을 혼합해 만든 식물 마요네즈 ‘저스트 마요’는 홀푸드와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 수퍼마켓 체인 세이프웨이, 월마트 등에서 일반 마요네즈 제품과 나란히 진열돼 팔리고 있습니다. 2011년 창업한 후 3년 만에 주요 판매점에 진입했습니다. 햄프턴 크릭은 미국 최대 식품 서비스 회사인 콤파스 그룹에 마요네즈 외에 식물성 베이커리 제품과 드레싱을 공급하는 계약도 맺었습니다. 자금을 투자한 투자자들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햄프턴 크릭은 빌 게이츠, 호라이즌스 벤처스, 코슬라 벤처스,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 세일즈포스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 등에게서 총 1억2000만달러(약 1400억원)를 투자받았습니다.

‘동물 대신 식물로’를 외치는 창업자나 투자자들은 단지 사람이 먹기 위해 동물을 기르는 것은 자원 활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고 환경 파괴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육식이 건강에도 안 좋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단점을 알면서도 육식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늘려준다는 측면에서 식물 모조 고기의 경쟁력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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