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못 찾는 한국경제]경제 '위기'..정부는 '실종'

박병률 기자 2016. 10. 16.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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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수출 급감·산업 구조조정 불안에도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 ‘올인’
ㆍ법인세 놔두고 서민 증세만…편파 정책에 청·경제팀 신뢰 추락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최근 대통령에게 경제 전반에 대한 보고를 한 게 언제냐”고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물었다. 유 부총리는 “간접적으로 청와대 경제수석실을 통해 수시로 보고하고 있지만 직접 한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 유 의원은 “부총리가 비상한 위기의식을 갖고 (대통령과) 이야기를 하라”며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체를 구성해, 정부가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나갈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까지 나서 위기의 한국 경제에서 정부가 하는 역할이 없다는 쓴소리를 하는 상황이 왔다. 한국의 양대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동시에 흔들리고, 수출 급감에 산업 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 위기론이 커지고 있지만 위기를 극복할 주역도 대안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0.1%포인트 낮췄다. 올 초 내놓은 첫 전망(3.2%) 이후 석 달에 한 번 발표할 때마다 계속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경제’는 국정 우선순위에서 뒷전에 밀려나 있다.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에 ‘올인’하고 있고, 경제부총리는 대통령을 독대하지도 못한다.

경제대책들은 사실상 ‘멈춤’ 상태다. 지난 9월 내놓겠다던 조선·해운업 대책은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부실과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를 보면서 1997년 1월 한보철강이 부도난 뒤 10개월 만에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에 빠진 상황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안보위기와 경제위기가 동시에 오면서 “그때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라는 우려마저 나오지만 정부의 체계적인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등과 같은 미래전략은 ‘창조경제’에 뒤섞이며 어느새 실종됐다.

서민들은 빚에 허덕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난 2분기 가계부채는 1257조원까지 불어나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90%대를 넘어섰고,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청와대와 경제팀에 닥친 더 큰 문제는 신뢰의 상실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 순위를 보면 지난 1년간 정부 신뢰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 정책투명도는 40위에서 43위로, 정부 정책의 적절성은 45위에서 46위로 후퇴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정부 신뢰 지표도 공무원 의사결정의 편파성(80위→82위), 공공자금의 전용(66위→69위), 비정상적인 지급 및 뇌물(46위→52위) 등 후퇴한 지표가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정부를 신뢰하는 한국의 청년(19~25세)들은 17%로 전체 43개국 중 42위다.

정부 정책의 편파성 우려도 커졌다. 법인세는 그대로 두고 담뱃값 인상 등 ‘꼼수·서민 증세’에 나서는 한편 성과연봉제 도입, 쉬운 해고 등 노동분야에 대해서만 유독 강한 회초리를 들면서 ‘친기업 성향’이 더욱 강해졌다. 현대차노조, 화물연대, 철도노조 파업이 꼬리를 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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