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에 계속 포함시켜
美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상당한 경상흑자·현저한 對美 무역흑자가 근거올해 상반기 95억달러·작년 7월부터 1년간 240억달러 매도 개입 추정

한국이 미국 재무부로부터 환율 문제와 관련해 '관찰 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계속 남게 됐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현저히 크고, 미국과의 무역에서 상당한 경상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게 미국 측이 제시한 핵심 근거다.
미 재무부는 환율보고서를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정기적으로 발간한다. 한국은 지난 4월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됐다. 관찰 대상국은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제재를 받는 '심층분석 대상국'보다는 한 단계 낮은 것으로, 특별한 제재는 없지만 미 재무부의 면밀한 감시(closely monitor) 대상이 된다.
미국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각) 공개한 '주요 교역 대상국의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의 GDP 대비 경상흑자는 2015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7.9%로 2014년 6월부터 작년 6월까지 기록한 7.0%에 비해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 상반기 GDP의 8.3%로 주요 20개국(G20) 중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고, 이는 지난해 상반기의 7.9%보다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미 재무부는 이어 "한국이 지난 6월까지 1년간 미국에 대한 상품 수출로 거둔 누적 흑자는 302억달러"라면서 "서비스를 포함한 전체 무역에서 한국이 같은 기간에 낸 흑자액은 이보다 적은 210억달러"라고 했다.
미 재무부는 한국 정부가 올해 상반기 95억달러, 작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는 240억달러의 매도 개입을 실시했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올해 상반기 원화의 절상·절하를 모두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원화가치는 달러화 대비 6.5% 강세를 보였고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는 3.0% 강세"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 재무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보고서를 인용해 실질실효환율 기준 원화 가치가 경제 기초여건에 따른 적정 수준보다 4∼12%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미 재무부 장관은 종합무역법과 올해 2월 발효된 교역촉진법에 따라 반기별로 주요교역국의 경제·환율정책에 관한 보고서를 자국 의회에 제출하고 있다. 이 법안에서는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을 ①현저한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 ②상당한 경상수지 흑자 ③지속적·한 방향 환율시장 개입 등 세 가지로 정하고 있다.

각 항목의 상세 요건은 ①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200억달러를 초과할 것 ②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할 것 ③환율을 조작하기 위해 사들인 외화자산 순매수액이 GDP의 2%를 초과할 것 등이다. 이번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됐다.
이 기준에 따라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을 심사한 결과, 3가지 요건에 모두 해당되는 나라는 없었다. 미국은 세 가지 항목을 모두 충족하는 나라가 없어 환율조작국(심층분석 대상국) 지정은 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을 비롯해 독일, 일본, 중국, 대만, 스위스 등 6개국이 그 아래 단계인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됐다.
한국을 비롯해 독일과 일본이 ①과 ② 항목을, 대만과 이번에 새롭게 포함된 스위스가 ②와 ③항목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항목 ①에만 해당됐지만, 지난 4월에 두 가지 항목을 충족시켜 향후 개선 여부 평가를 위해 포함됐다.
미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한국에게 "외환시장 개입은 무질서한 시장환경 발생시로 제한하고, 외환 운용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원화 절상은 비교역 부문으로의 자원 재분배를 통해 수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완화하는데 기여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충분한 재정 여력을 감안해 내수활성화를 위해 가능한 정책수단을 모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로 인해 원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고전하고 있는 한국 상품의 수출 경쟁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종전처럼 외환당국이 환율의 '미세 조정'에 나섰다가는 미국 정부로부터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
이번에도 환율조작국 지정은 면했지만, 대미 무역 흑자국을 향한 미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불공정 무역'이 이번 미국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유력 대선 후보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가릴 것 없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옹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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