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리더 열전]⑨ 이홍선 TG앤컴퍼니 대표 "전면 1300만 화소 카메라..셀피족에게 칭찬받을 자신 있다"

전준범 기자 2016. 10. 1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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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는 SK텔레콤이 지난해 9월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보급형 스마트폰이다. 특정 통신사의 전용 모델로 나왔음에도 2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전국의 SK텔레콤 유통점 앞에 세워둔 설현(루나 광고모델) 입간판도 루나와 함께 큰 인기를 얻었다. 전문가들은 루나가 등장한 이후 스마트폰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신경 쓰는 소비자가 제법 늘었다고 평가한다.

이홍선 TG앤컴퍼니 대표가 10월 11일 서울 구기동 TG앤컴퍼니 사옥 옥상에서 ‘루나S’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 대표는 멀리 보이는 북한산 전경을 보기 위해 수시로 옥상에 올라온다고 말했다. / 전준범 기자

설현을 앞세워 루나 돌풍을 이끈 건 SK텔레콤이 맞지만, 한국과 대만을 오가며 이 제품의 탄생을 성사시킨 회사는 TG앤컴퍼니다. TG앤컴퍼니는 TG삼보컴퓨터 출신 직원이 2011년 설립한 회사를 이홍선(55) 현 대표가 2014년 인수해 이름을 바꾼 업체다. 이 대표는 삼보컴퓨터 창업주인 이용태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루나 준비 당시 TG앤컴퍼니는 위탁생산을 맡은 대만 폭스콘과 기획·판매 등을 맡은 SK텔레콤 사이에서 가교(架橋)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기동 TG앤컴퍼니 사옥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이날은 루나의 차기작 ‘루나S’가 출시되기 하루 전날이자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생산·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날이었다. TG앤컴퍼니 직원들의 얼굴에는 루나S에 대한 기대감과 전작(前作)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불안감이 공존했다. 루나S 역시 TG앤컴퍼니와 SK텔레콤, 폭스콘이 힘을 합쳤다.

이 대표는 기자를 보자마자 “가을 날씨가 너무 좋아 사무실에만 앉아 있을 수 없다”며 옥상 야외 휴식공간으로 자리를 옮기자고 제안했다. 180cm가 넘는 큰 키에 시원시원한 성격인 이 대표는 카키색 면바지에 뉴발란스 998 운동화, 청색 가디건으로 멋을 낸 모습으로 성큼성큼 앞장섰다.

이 대표는 루나S의 특징과 개발 과정, 향후 계획 등을 약 1시간 동안 들려줬다.

- 13개월 만에 루나의 후속작 ‘루나S’가 나왔습니다.

“부담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지난해 루나가 기대 이상으로 잘 됐습니다. 제품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가성비 측면에서는 분명 한 획을 그었다고 봅니다. 몇 년 전 루나를 처음 준비할 때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에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규모의 회사가 잘 시도하지 않는 빅데이터 분석에 도전했습니다.

당시 빅데이터 분석으로 알아낸 게 ‘디자인’이었고, 루나를 최대한 이쁘게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이 전략은 잘 통했습니다. 고객 중 상당수가 젊은 연령대의 여성들로 채워진 것이죠. 제품이 이쁘다보니 사용자들도 루나를 갖고 다니면서 보급폰이라며 부끄러워 하지 않았어요.”

- 방금 루나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다고 하셨는데, 불호(不好) 부분이 궁금해지네요.

“사용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나온 지적 중 하나가 카메라 화질이 좀 떨어진다는 것이었죠. 블루투스 연결성이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도 생각납니다. 모두 우리가 인정하는 지적들입니다. 겸허하게 받아들여 루나S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 어떻게 개선하셨죠?

“이번에도 우선 빅데이터 분석으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파악했습니다. 사용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스마트폰 관련 키워드를 추렸습니다. 흥미로운 게, 2013년까지는 ‘예쁘다’ ‘똑똑하다’ 등의 키워드가 주로 뽑히는데 그 이후로는 ‘편리하다’ ‘넉넉하다’ 등의 키워드가 더 높은 연관성을 보입니다.

여기서 ‘넉넉하다’는 메모리, 배터리 등과 관련돼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이 더 늘어났고,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하는 횟수도 증가했다는 걸 의미하겠죠. 실제로 루나 구매자들이 보내온 불만사항을 살펴보면, 메모리가 더 커지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루나의 메모리는 내장과 외장 다 합쳐서 32기가바이트(GB)였는데, 루나S는 64GB로 만들었습니다. 2배 늘렸죠.”

- 루나S에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반영한 사례가 더 있나요?

“스마트폰 이용 행태도 분석했습니다. ‘보다’ ‘찍다’와 같은 표현이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찍다’는 사진 촬영을 의미하겠죠. 이 결과를 보고 애플이 왜 ‘아이폰으로 찍다’라는 문구로 마케팅 활동을 하는지 깨달았습니다. 이번에 우리도 카메라에 대한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찍고 싶어하는 고객이 많을테니까.”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십시오.

“스마트폰 카메라는 픽셀 수도 좋아야 하지만 소프트웨어 튜닝 기술이 아주 중요합니다. 괜찮은 카메라 관련 솔루션을 찾아 열심히 돌아다녔습니다. 이스라엘도 갔습니다. 거기 유명한 카메라 솔루션 회사가 있다고 들었죠. 삼성전자, 화웨이 등이 계약을 체결한 업체라고 하더군요. 계약까지 가진 않았지만, 많이 배우고 돌아왔습니다.

이홍선 대표가 지난해 10월 1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루나의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성우 기자

또 우리는 젊은 사람들이 셀피(자기촬영사진)를 즐긴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기기 전면에 13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이유죠. 이 전면 카메라는 오토포커스 기능도 지원합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지난해 루나를 출시했을 때 카메라 화질에 대한 지적을 좀 받았는데, 이번에는 칭찬 받을 자신 있습니다.”

- 빅데이터 분석에 근거한 개발 과정이 흥미롭네요.

“찍다 외에 ‘충전하다’ ‘연결하다’ 등의 표현도 많이 나왔습니다. ‘충전’은 배터리일 것이고, ‘연결’은 블루투스로 추측됩니다. 그런데 의외로 음악과 관련된 표현은 적었습니다. 가령 ‘보다’와 ‘찍다’가 3만~4만개 정도 노출될 때 ‘듣다’는 2000개 정도 나오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의 오디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는 뜻이겠죠.”

- 그렇다면 루나S의 오디오 기능에는 투자를 덜 하신 겁니까?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나름 퀄컴의 블루투스 코덱을 탑재해 24비트 음원을 무손실 전송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오디오와 관련된 유용한 기능을 추가해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예를 들어 반복 청취가 가능한 어학 기능, 라디오 기능 등이 루나S에 장착됐습니다.”

- 루나S에서 S는 ‘수퍼 프리미엄(Super premium)’을 의미한다고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루나S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습니다. 수퍼 프리미엄급이라는 건 고객이 해줄 말이지 우리가 먼저 자랑할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수의 의견이 이쪽(루나S)으로 모아져서 저도 그냥 따라갔습니다.”

- 그러면 대표님께서는 어떤 제품명을 원하셨나요?

“음, ‘루나 베이식’ 같은 이름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루나S는 사용자가 기본적으로 원하는 걸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충전기 없이 외출해도 집에 돌아올 때까지 배터리 용량이 남아있고, 사진을 많이 찍어도 메모리가 넉넉한 그런 제품 말이죠.

부가 기능들도 사용자의 기본적인 욕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예를 들어 누구나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 옆 사람이 자꾸 힐끔 쳐다봐서 불편했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루나S에 블라인드 모드를 추가했습니다.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창문에 달린 블라인드를 내리듯이 스마트폰 화면을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내리는 기능입니다. 사용자는 내용을 가린 상태에서 자판을 보면서 메시지를 타이핑할 수 있습니다.

또 친구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구경할 때 보여주기 싫거나 창피한 사진들을 볼까 봐 조마조마했던 경험도 있으시죠? 이런 사용자들은 시크릿 모드를 활용하면 됩니다. 일종의 금고에 특정 사진들을 따로 보관하는 개념인데, 금고에 넣어둔 사진들은 엄지 손가락이 아닌 다른 손가락의 지문인식으로만 열 수 있습니다. 발가락 지문도 가능합니다.”

- 루나S의 목표 판매량이 있습니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지난해 루나 관련 기자간담회때 제가 60만대를 언급했다가 나중에 혼쭐이 났죠. 실제 판매량은 20만대였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좀 조심스럽습니다.”

- 출고가(56만8700원)는 어떻게 정하셨나요?

“요즘은 CMF가 매우 중요합니다. CMF는 제품 디자인의 색상(Color), 소재(Material), 마감(Finishing)을 의미하죠. 루나는 웜 실버와 다크 그레이 모델로 출시했는데 루나S는 골드, 실버, 핑크골드, 프로즌블루 등 총 4가지 색상으로 선보였습니다. 이중 프로즌블루는 제가 고집해서 추가한 것입니다. 인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가 입은 드레스 색깔을 보고 영감을 얻었습니다.

루나 출고가는 44만9900원이었습니다. 프리미엄폰의 퍼포먼스를 따라가려고 노력했지만 40만원대 제품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격이 조금 올라가더라도 한 단계 더 높은 퀄리티를 추구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TG앤컴퍼니와 SK텔레콤이 공동 기획한 스마트폰 ‘루나S’ / SK텔레콤 제공

저는 현실을 잘 압니다. 최고의 성능을 원하는 고객은 루나S를 사지 않습니다. 아이폰7이나 V20을 사겠죠. 우리는 그 아래 고객군을 타깃으로 삼은 겁니다. 그래야 말이 되죠. 최상위 프리미엄 제품들과 겨루면 승산이 있겠습니까. 스마트폰 개발 경험이 더 많이 쌓이면 최상위 프리미엄 제품을 만드는 날이 올 겁니다.”

- 근본적인 질문을 하겠습니다. 애초에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뭡니까?

“현재 이 시장은 거의 모든 분야가 모바일로 점철되는 분위기입니다. 다 연결성을 갖고 있죠. 저도 관심은 많았는데 잘 모르니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친분이 두터운 폭스콘의 도움을 받으면 한번 해볼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회장도 함께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 폭스콘은 아이폰을 만드는 회사이니 든든했을 것 같네요.

“심적으로 그랬을 뿐 실제로는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그거(스마트폰 사업) 한번 해본답시고 2년 넘게 여기저기 기웃거렸죠. 주변에선 아이폰 생산하는 폭스콘과 일한다니까 “대충 샘플 받아와서 뚝딱 만들면 되겠다”며 웃었습니다.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폭스콘 내부에서도 맡은 고객사가 다르면 서로 잘 모릅니다. SK텔레콤과 폭스콘 사이에서 의견 조율하고 눈치도 보고 그러느라 마음 고생이 심했습니다(웃음).”

- KT와 LG유플러스도 있는데, SK텔레콤과 일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다들 예상하겠지만 시장 지배력, 자금력 등과 같은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SK는 과거 팬택으로 넘어간 ‘스카이’ 브랜드로 성공을 맛본 경험이 있습니다. 자체 기획폰에 대한 욕구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전자 업계의 분위기와 유행이 변함에 따라 우리도 치열하게 적응해왔습니다. 나중에 어디로 또 가게 될지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스마트폰이 아닌 분야에 대한 도전을 또 할 수도 있겠죠. 스마트폰 출시를 두번 해보니 이제 좀 익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루나에서 루나S로 넘어오면서 나름 많이 안정되고 견고해졌습니다. 당장은 우리의 충성 고객층을 지키겠습니다.”

- 해외 진출 계획은 없으신가요?

“올해 해외 수출도 도전할 계획입니다. 시작은 미국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SK텔레콤과 협력한 것처럼 미국에서도 현지 이동통신사와 협업하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루나S보다는 루나로 진출할 것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大)화면 스마트폰으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일본만 하더라도 큰 사이즈를 싫어하죠. 아이폰조차도 플러스 모델은 잘 팔리지 않습니다. 그런 점들을 다 고려해서 추진할 계획입니다.”

- 궁극적인 목표는 해외 시장이군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국내 시장에서 20만대씩 팔아서 얼마나 클 수 있겠습니까. 사업자라면 당연히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려야죠. 저는 TG앤컴퍼니가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기 전 국내 시장에서 기초체력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과 일주일에 두 번씩 점검회의를 합니다. 1년 반 정도 꾸준히 하니까 모든 직원이 ‘스마트폰쟁이’로 변하더군요. 과거 PC 분야만 알던 직원들도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무식해서 용감했지만, 앞으로는 잘 알면서 용감하겠습니다.”

<이홍선 TG앤컴퍼니 대표 프로필>

- 1961년 출생
- 1988년 미국 남플로리다대 대학원 석사
- 1991년 삼보컴퓨터 해외사업부 부장
- 1994년 소프트뱅크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 2003년 삼보컴퓨터 부회장
- 2004년 나래텔레콤 대표이사
- 2012년 TG삼보컴퓨터 대표이사
- 2014년 TG앤컴퍼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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