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 화재사고>'비상구 대신 유리창..깨고 나가라' 예외규정 문제있다

2016. 10. 1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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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유리 창문 깨기 어려워" 안전 독소조항..일본·유럽은 비상구 설치 의무화
<관광버스 화재사고> 일본 시내버스에 설치된 비상탈출구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관광버스 화재로 승객 10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버스 내 별도의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일본 시내버스 뒤편 운전석 방향에 설치된 비상문 모습. 일본에서는 어린이 버스와 30인승 이상 버스에 출입문과 별개로 비상구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2016.10.14 ['Ham Story' 블로거 제공=연합뉴스] wink@yna.co.kr

"강화유리 창문 깨기 어려워" 안전 독소조항…일본·유럽은 비상구 설치 의무화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불이 난 관광버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10명의 승객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비상구만 있었다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법률은 버스 내 별도의 비상구를 설치하는 대신 강화유리로 된 창문을 비상구로 대체한다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어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3일 밤 경부고속도로 언양 분기점 인근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사고는 멈춰선 버스의 출입문이 콘크리트 분리대에 막히는 바람에 승객 탈출이 힘들어 사상자가 많았다.

반대쪽 비상구만 있었다면 승객들이 빠져나와 인명피해가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새카맣게 불탄 관광버스 내부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13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경부고속도로 언양 분기점에서 경주 IC 방향 1㎞ 지점을 달리던 관광버스에 불이 나 10명이 사망했다. 사고 버스 내부가 새카맣게 불에 타 있다. 2016.10.14 yongtae@yna.co.kr

현행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의 비상구 규정을 보면 버스를 포함한 승차정원 16인 이상의 자동차는 차체 좌측면 뒤쪽이나 뒷면에 기준에 적합한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

이는 버스 오른쪽 앞 출입문이 이번 사고처럼 장애물 등으로 막힐 경우 반대편 비상구로 탈출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너비 40㎝ 이상, 높이 120㎝ 이상의 비상구는 밖으로 열리는 구조에 열쇠 등 기타 특별한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열 수 있어야 한다.

또 비상구 부근에는 탈출에 방해되는 장치와 문턱이 없어야 하고, 비상구 주변 좌석은 쉽게 접힐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상구 설치규정에도 불구하고 총면적 2㎡ 이상, 최소 너비 50㎝ 이상, 높이 70㎝ 이상의 강화유리로 된 창문이 있는 경우 비상구를 설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예외규정이 있다.

버스 제조회사는 이를 근거로 별도의 비상구를 차체 왼쪽 면이나 뒷면에 만들지 않고 창문 1∼2개만 만들어 비상구 설치규정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특히 시속 100㎞ 이상의 고속주행을 하는 관광버스나 고속버스의 경우 소음이나 공기저항 최소화 등을 이유로 버스 옆면이 창문 대신 통유리로 제작되는 실정이어서 화재가 발생하면 망치로 유리를 깨지 않는 이상 탈출이 힘든 구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승객 안전보다는 버스 제작사의 비용절감이나 편의에 치우친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관광버스 화재사고> 뼈대만 남은 처참한 관광버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13일 오후 10시 11분께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경부고속도로 언양 분기점 경주 IC 방향 1㎞ 지점에서 관광버스가 중앙분리대 등을 들이받고 불이 나 형체만 남아 있다. 이 사고로 탑승자 20명 중 10명이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2016.10.14 [정경식씨 제공=연합뉴스] wink@yna.co.kr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강화유리를 비상구로 대체한다면 쉽게 깰 수 있어야 하는데, 비상 시 망치를 찾아 유리를 깨는 것이 쉽지 않다"며 "제조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승객 안전을 위해서 비상구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버스 강화유리는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보통 선팅필름을 바르는 경우도 많은데 선팅필름 때문에 망치로 때리면 잘 깨지지 않는다"며 "일본은 버스 출입구 반대편에 비상탈출구를 만들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몇몇 나라 등은 버스가 옆으로 눕는 전도사고에 대비해 천정에도 비상 탈출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김 교수는 "비상탈출용 망치를 야광으로 만들어 눈에 잘 띄게 하고, 시민을 상대로 화재나 긴급상황을 가정한 버스 대피 교육을 받도록 해 사고 발생시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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