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산-하가점하층 문화, 고조선과 연결짓는 건 무리"
[동아일보]
중국 요서 지역의 고대 문화와 고조선의 관계에 관한 학술대회가 8일 열렸다.
한국고고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역사연구회 등 고고학계와 사학계가 함께 구성한 ‘고고학·역사학 협의회’는 이날 이화여대에서 학술대회 ‘요서 지역의 고고학과 고대사’를 열었다.
재야 사학계에서는 제왕운기에 나오는 고조선 건국 시기(기원전 2333년) 등을 들어 기원전 2000년∼기원전 1400년 청동기시대 전기 문화인 하가점하층(夏家店下層) 문화를 고조선 문화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송호정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이날 대회에서 “하가점하층 문화는 채색토기나 나무 판재로 무덤곽을 짜서 매장하는 등 비교적 중원문화와 유사성을 보이며, 지석묘나 석관묘를 주로 만든 예맥족의 문화나 한반도 지역의 문화와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기원전 4500년∼기원전 3000년 지금의 중국 네이멍구 지역에서 번영한 신석기 문화인 훙산(紅山) 문화를 둘러싼 발표도 나왔다. 김정열 숭실대 사학과 교수는 “고조선이 문자 기록에 등장하는 중국의 전국시대와 훙산문화는 2500년의 시간적 거리가 있고, 이후 고조선이 훙산문화를 계승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야 사학계는 홍산 문화를 고조선과 연관짓고 있다. “한민족의 무덤 형태인 적석총(돌무지무덤), 단군 신화와 관계된 곰 모양이 머리 부분에 새겨진 동그란 옥 장식품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고교 역사 교과서의 ‘고조선 관련 문화’ 지도에 대한 분석도 있었다. 실제 이 지도에는 두만강 건너 연해주가 포함돼 있지만 비파형동검, 세형동검이나 고인돌이 발견됐다는 표시는 없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연해주를 고조선 문화권으로 볼 근거는 희박하다”며 “1990년 교과서에서 고조선 문화 범위에 연해주가 빠졌다가 1년 만인 1991년 재야사학자들의 요구를 수용해 다시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를 주관한 한국상고사학회 성정용 회장(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은 “기원전 2세기 고조선은 넓은 강역을 가진 고대 국가로 보이지만 그 모습을 그보다도 2000년 더 전까지 투영하는 것은 위험하다”라며 “섣부른 민족주의가 아니라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기원전 9세기 이전 요서 지역인 다링 강(대릉하) 중류를 중심으로 형성된 십이대영자(十二臺營子) 문화를 고조선 관련 문화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부분은 학계에서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향후 논의가 주목된다.
조진선 전남대 문화인류고고학과 교수는 “요서 지역의 비파형동검 문화인 십이대영자문화가 기원전 300년경 급격하게 쇠퇴하고 대신 전국시대 연나라 문화가 등장한다”며 “이는 연나라 장수 진개의 고조선 침입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십이대영자 문화는 요동 북부, 지린 성 중남부, 한반도 중서부의 세형동검 문화로 이어지므로 우리 민족의 형성과 관련이 깊다는 게 조 교수의 주장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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