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의 세계(1)]돌아오지 않는 연어..노르웨이 세계최대 연어양식장에 가다

올레순|이인숙 기자 입력 2016. 10. 9. 16:44 수정 2016. 10. 1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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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세계 최대 연어양식업체인 노르웨이 마린하베스트의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100만 마리의 연어가 파이프로 공급되는 사료를 받아먹으며 자란다. 자연산 연어의 트레이드마크인 분홍빛은 크릴새우에게서 나오지만, 양식연어는 그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빛깔을 낸다. 이 회사에서 ‘만들어진’ 연어가 서울의 대형마트에 진열되기까지는 7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경향신문은 2015년 ‘지구의 밥상’ 시리즈를 통해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의 글로벌화가 우리 먹거리에 농축돼 있음을 보여줬다. 콜라식민지가 된 섬에서부터 경제제재로 인해 본의 아니게 ‘미래 먹거리의 실험장’이 된 쿠바까지, 밥상을 규정하는 거대 산업과 그 속에 숨겨진 차별을 들여다봤다. 이번에는 우리 밥상 위의 생선과 고기, 채소와 과일이 어떻게 세계화의 톱니바퀴 속에 물려 들어가고 있는지를 살핀다.



세계의 ‘닭공장’이 된 브라질에서 이민자들의 물결은 축산업의 흐름을 바꾸었다. 주스와 빙수와 디저트를 넘어 제사상에도 오르게 된 새로운 ‘국민과일’ 망고는 필리핀 노동자들의 손에서 뜨거운 증기에 소독돼 한국으로 향한다. 북아프리카의 수단에서는 지평선까지 펼쳐진 참깨밭에서 생산한 참깨를 거대 공장에서 타작한다. 콜리플라워, 브로콜리, 아티초크 등 식탁 위를 다국적 언어로 채우는 채소들의 고향 격인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는 슬로푸드 운동이 한창이다.



한때 ‘녹색 혁명’의 성공사례로 꼽히던 인도의 농촌은 세계 농업의 모든 문제점이 집약된 곳이다. 데칸고원의 농민들이 벌이는 씨앗지키기 운동은 지구의 미래를 위해 씨앗을 보관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와도 맞닿아 있다. 10회에 걸친 이번 ‘밥상 위의 세계’ 시리즈 마지막회에서는 ‘노아의 방주’로도 불리는 북극권 스발바르 섬의 종자보관소를 찾아가본다.

루베르트 이작센(52)이 연어를 처음 먹어본 것은 3살 때였다. 그 어릴 때 일이 머릿 속에 남은 건 맛이 “기이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어부였다. 아버지의 아버지도, 그 아버지의 아버지도 어부였다. 노르웨이 북부 작은 어촌 마을 호브(Hovden)에서 나고 자란 그는 “동네 친구의 아버지는 어선 냉동기계에 다리를 다쳐 세상을 떠났고 또 다른 친구의 아버지는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했다”고 했다.

꼬마 루베르트는 1960년대 인기 어린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배운 동요 ‘세 마리 작은 물고기(tre sma fisk)’를 흥얼거리곤 했다. 이 노래는 노르웨이 사람들이 아침에 빵과 곁들여 즐겨 먹는 고등어통조림 광고에도 쓰였다. 10대 때 처음으로 한 아르바이트는 공장에서 대구 턱살을 잘라내는 일이었다. 한때는 노르웨이 서부 해안을 오가는 120년 역사의 여객선 후르티구르텐에서 일했다. 지금은 수산업 수출을 지원하는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에서 디지털마케팅을 맡고 있다.

9월16일 노르웨이 서부 쿠르시쿠이 해안가에 위치한 마린하베스트 바다양식장에서 관리자들이 양식장을 살펴보고 있다.

그의 삶은 늘 바다와 엮여있었다. 어린 시절 가족의 밥상에는 1주일에 5번은 생선이 올라왔다. 주로 아버지가 노르웨이의 찬 바다에서 잡아온 대구, 명태 같은 흰살 생선이었다. 어쩌다 아버지가 강에서 잡아 온 기름진 연어는 낯설었다. 집에서 직접 연어를 훈제해서 먹었다. 참나무, 자작나무를 태운 뜨거운 연기에 연어가 바로 익어버리지 않도록 연기를 모으는 관을 길게 만들고, 연어를 매단 상자에 연결해 향이 배게 했다.

■연어는 ‘만들어진다’

낚시꾼을 유혹하는 탄력 넘치는 붉은살은 연어가 다음 세대를 위해 비축해놓은 에너지의 결과물이다. 연어는 10~12월 알을 낳기 위해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올 때 아무 것도 먹지 않기 때문에 그 전에 엄청난 양의 지방을 축적해둔다. 그래야 강의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고난의 행군’을 끝낼 수 있다. 이런 연어의 독특한 회귀는 종종 문학작품이나 노래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연어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강 곳곳에 댐이 생겼고 강물은 오염됐다. 야생연어는 남획 탓에 보호의 대상이 됐다.

연어는 크게 그린란드로 갔다가 강으로 돌아오는 대서양 연어와 베링해로 갔다가 강으로 돌아오는 태평양 연어로 나뉜다. 북쪽 그린란드 같은 몇몇 곳을 빼면 야생 대서양 연어는 거의 사라졌다. 왕연어, 은연어, 홍연어 등 태평양 연어는 미국 알래스카와 러시아 동부 정도에만 남아 있다. 이작센은 “노르웨이에서 연어낚시는 이제 마니아들과 돈 있는 사람들만 즐기는 고급 스포츠”라고 했다. 정부의 보호방침에 따라 연어낚시를 하려면 하루에 최대 4000크로네(55만원)를 내야 한다. 한국에서도 연어는 포획금지생물종이다.

그 대신 연어는 세심하고 철저하게 계획된 공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우리가 대형마트와 초밥집에서 보는 신선한 오렌지색 살토막은 원산지가 노르웨이건 캐나다건 칠레건 스코틀랜드건 모두 양식된 대서양 연어다. 연어는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오는 대신에 플라스틱 상자에서 부화되고 커다란 수조에서 사료를 먹으며 성장기를 보낸다. 다 자라면 배에 실려 해안 가두리로 옮겨진다. 사료로 몸집을 키워 주변 가공공장에서 생을 마친다.

지난해 한국에서 소비된 연어의 40%는 이런 사계절 양식의 산물인 생연어다. 그 생연어의 99.2%가 노르웨이의 피요르 가두리에서 자란 대서양 연어다. 양식 생연어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들어오기 전까지 한국인의 밥상에 올라오는 연어는 알래스카 자연산 연어 통조림이나 냉동 양식연어로 만든 훈제연어 위주였다. 이마트의 김상민 수산팀 바이어는 “한국에서 생연어를 많이 먹기 시작한 지는 10년 정도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연어는 오메가3가 많은 ‘수퍼푸드’라는 홍보가 웰빙 바람을 타고 소비자들에게 먹혔다. 1~2년 새 연어 무한리필집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지난해 수산물 수입의 ‘큰손’ 러시아가 서방 제재로 노르웨이 연어를 수입하지 못하게 되면서 시장 공급량이 늘어 연어가격이 떨어진 것도 국내 연어붐을 도왔다.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은 이미 노르웨이 양식연어에 길들여졌다. 롯데마트 신호철 MD는 “알래스카 홍연어나 뉴질랜드의 왕연어 같은 자연산은 양식연어보다 비싸고 맛도 좋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오렌지빛 살에 흰색 줄무늬가 있는 노르웨이 연어가 각인돼 있어 큰 호응이 없다”고 말했다. 자연산은 양식연어와 달리 선홍빛을 띠며, 지방이 많은 사료를 먹지 않기 때문에 흰색 줄무늬가 선명하지 않고 가늘다. 맛도 담백하다.

■예방주사 맞는 연어

9월 16일 노르웨이의 수산도시 올레순의 루테빌카야(Rutebilkaia) 부두를 찾았다. 쾌속보트에 올라, 아르누보 양식으로 지어올린 알록달록 장난감같은 마을을 벗어나 깊고 잔잔한 피요르로 향했다. 한 시간 가량 물살을 가르자 피요르의 끝, 스테인스비크(Steinsvik) 마을에 다다랐다. 하얀 구름띠가 허리에 걸린 가파른 산이 거울같은 수면에 그대로 그려지는 한적한 시골, 주민은 고작 50명 남짓이다. 그런데 마을 입구 선착장 옆에 이질적인 회색 공장 두 채가 서 있다.

세계 최대 연어양식 기업 마린하베스트가 버려진 신발공장 부지를 사들여 지난해 새로 만든 시설로, 알에서 깨어난 치어가 자라는 곳이다. 세계 양식 연어 4분의 1을 수출하는 마린하베스트는 유전자, 알, 치어, 사료부터 양식장과 도살·가공공장까지 ‘연어의 모든 것’을 직접 통제한다. 이 회사가 자랑하는 것은 자기들만의 품종 ‘무비(Mowi)’다. 노르웨이 최대 연어 서식지 중 한 곳인 보수(Vosso)강에서 채집한 연어를 수십년간 교배로 개량한 것이다.

이 회사는 무비 암컷의 배에서 알을 채취해 수컷의 정액과 섞어 수정한 뒤 이곳으로 옮긴다. 공장의 위생관리는 강박적이었다. 갈아신은 실내화에 비닐캡을 씌우고 머리에도 비닐캡을 쓰고 손을 닦았다. 인공부화실 앞에 놓인 스폰지를 밟자 거품이 나와 신발 비닐캡을 또 한번 세척한다. 부화실은 서늘했다. 성장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온도는 5℃ 안팎으로 맞춰져 있다.

스테인스비크 공장 인공부화실에서 치어들을 살피고 있는 직원.

플라스틱 서랍이 16개씩 들어있는 철제 선반 10개에 든 치어는 320만 마리. 약 713억원의 가치를 지닌 ‘귀한 몸’들이다. 플라스틱 서랍을 꺼내보니 투명한 오렌지색 영양주머니인 난황낭을 단 치어들이 꼬물거린다. 연어가 양식 물고기의 대표선수가 된 것은 알이 크고 영양분이 많아 부화시키기 쉽고, 몇 주 동안 먹이 없이도 자랄 수 있는 이 난황낭이 있기 때문이다. 직원 2명이 스포이트로 죽은 치어를 골라내 컵에 담고 있었다.

이곳에서 두달 정도를 보내고 치어가 사료를 먹을 수 있는 크기(0.2~5g)로 자라면 둘레 15m, 깊이 4~5m 수조로 옮겨진다. 스몰트(smolt)라 불리는 이 시기 연어는 사람으로 치면 10대다. 크기별로 4단계를 거쳐 네 개 수조를 옮겨 다니다 몸무게가 200g이 되면 바다로 간다. 사료도 점점 커지고 성분도 처음에는 단백질이 많았다가 지방이 늘어난다. 바다에서 보는 연어는 은빛과 올리브색이 섞여 반짝거리지만 민물에서 자라는 치어는 어두운 녹색이다. 강에서 살 때 진화시킨 보호색이다. 빛을 싫어하는 새끼 연어를 위해 수조가 있는 공간도 어둑했다. 수조마다 사료 탱크가 있고, 거기서 나온 긴 관이 걸쳐져 있다. 관에 한 줄로 뚫린 작은 구멍에서 몇 초마다 사료가 떨어진다.

바다로 나가기 직전 단계의 새끼들은 일주일 전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했다. 연어가 다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물에 수면제를 넣어 잠들게 한 뒤 펌프로 끌어올려 컨베이어벨트에 놓으면 기계가 연어의 배를 찾아 주사를 놓는다. 연어는 박테리아 감염병인 절종증 등에 걸리기 쉬운데 과거에는 사료에 항생제를 넣어 문제가 됐다. 1980년대 후반 노르웨이 수의협회가 연어 백신을 개발한 뒤 항생제 사용은 크게 줄었다. 농업부에서 어류 건강 담당을 맡았던 수의학자 파울 미틀링은 세계보건기구(WHO) 기고에서 “연어의 수가 노르웨이 사람보다 2배는 많은데 노르웨이 사람이 1년에 섭취하는 항생제는 5만kg인 반면, 연어에 사용되는 항생제는 1000kg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9월16일 노르웨이 서부 포스나보그에 위치한 세계 최대 양식기업 마린하베스트의 연어 가공공장에서 직원들이 도살된 연어의 내장을 제거하고 세척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100만 마리가 자라는 양식장

바다 양식장은 배로 30분 떨어진 구르시쿠이(Gurskøy)에 있었다. 가두리 9개와 통제센터 역할을 하는 배, 그물을 청소하는 기계가 달린 배, 가두리를 옮겨다니는 이동식 ‘선상 사무실’이 주요 시설이다. 가두리에서는 은빛 연어가 쉴 새 없이 물 위로 뛰어올랐다. 둘레 160m, 깊이 40m의 거대한 가두리 한 개당 17~18만 마리가 들어 있다. 6개 가두리가 가동 중이니 이 양식장에만 약 100만 마리가 자라고 있는 셈이다. 18~20개월이 지나 4~6kg이 되면 가공공장으로 간다.

양식장의 조건은 꽤 까다롭다. 움직임이 격렬한 연어가 밀집되지 않도록 가두리는 해수 97.5%, 연어 2.5%로 구성되야 한다. 항생제는 쓸 수 없다. 한 세대의 양식 사이클이 끝나면 해저환경을 위해 3개월 간 양식장을 놀려야 한다. 마린하베스트가 노르웨이 전역 양식장 120개 중 동시에 가동하는 것은 100개 정도다. 연어 배설물로 바다가 오염된다는 문제 제기에, 2007년부터 양식장 바로 아래 바닥과 500m 떨어진 곳의 바닥 샘플을 채취해 정부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양식장 운영은 모두 기계가 한다. 상시 근무직원 2명은 감독만 할 뿐이다. 통제센터 모니터에는 가두리별로 몇 마리가 언제 들어왔고 지금까지 사료를 얼마를 줬는지, 모든 상태가 숫자로 표시된다. 가두리마다 카메라가 있어 조이스틱으로 상태를 살필 수 있다.

양식장에서는 ‘쉭쉭’ 바람 부는 듯한 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렸다. 통제센터에서 발전기를 이용해 각 가두리에 연결된 관으로 사료를 밀어내는 소리다. 연어 100만 마리가 하루에 먹는 사료는 40~50톤. 피요르 연안을 오가는 사료공급선은 매주 두차례 이곳을 지난다. 가두리 청소는 12일에 한번씩 한다.

사료는 마린하베스트가 노르웨이와 스코틀랜드에 설립한 공장에서 만든다. 과거에는 피요르의 청어 따위를 갈아서 줬지만 이 식욕 넘치는 물고기를 살찌우기 위해 야생 물고기가 남획되자 비판이 일었다. 이 때문에 점차 식물성 성분을 늘리고 있다. NSC에 따르면 사료는 콩단백질 25% 등 식물성 단백질과 탄수화물 50%, 식물성 기름 19%, 사람이 먹지 않는 생선머리나 부위를 갈아 만든 어분(魚粉)과 물고기 기름 29%로 돼 있다.

양식 연어가 바다 양식장에서 먹는 사료.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에 따르면 사료는 콩단백질 등 식물성 성분이 50%, 식물성 기름 19%, 사람이 먹지 않는 생선머리나 부위를 갈아 만든 어분(魚粉)과 물고기 기름 29%로 구성돼 있다.

연어의 트레이트마크인 오렌지색도 ‘만들어진다’. 연어살이 붉은 빛을 띠는 것은 먹이인 크릴새우와 플랑크톤 속 항산화물질 아스타잔틴 때문이다. 마린하베스트의 가이르 홀 홍보매니저는 “크릴에서 나오는 성분과 유전적·생물학적으로 동일한 성분을 복제해서 만든다. 인체에는 100% 무해하다”고 설명했다.

연어가 다 자란 뒤에는 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 바다 양식장에서 가공공장까지 1~2시간, 공장에서 도살·가공되는 데는 10분이면 된다.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하고 상처가 나지 않게 하려고, 도살하기 전 먼저 물에 이산화탄소를 넣어 의식을 잃게 한다. 홀은 “연어를 도살할 때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동물권을 존중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피와 내장을 제거하고 세척된 연어는 아이스박스에 담긴 채 트럭에 실려 7시간만에 오슬로 공항에 도착한다. 전용 터미널에서 직송 항공기에 실려 한국의 세관·검역을 통과해 도매업체를 거쳐 매대에 오르기까지는 7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인천-오슬로 직항 여객기는 여름 한철 운행되지만 생연어가 타고 오는 직항은 연중 주4회 대한항공이 화물기를 띄운다.

노르웨이 올레순 시내에 지난해 문을 열었다는 한 일식당에서 내놓는 초밥. 마린하베스트가 생산한 연어와 이 지역에서 잡힌 고등어가 쓰였다.

■고등어 컨베이어벨트

강에서 태어난 연어가 살아서 바다에 갈 확률은 1%다. 양식은 이런 자연의 방정식을 깼다. 노르웨이는 연어양식을 가장 먼저 시작한 나라다. 1970년 7월 히트라 섬에서 오베·시베르트 그론트베드 형제가 자연산 연어 새끼 2만 마리를 모아 양식에 성공한 것이 최초다. 1960년대부터 품종개량을 연구해 온 하랄 셰르볼트와 트뤼그베 예드렘은 41개 강에서 연어 종을 채집한 뒤 사료를 적게 먹이면서 빨리 성장시키는 미국의 동물 사육 원리를 가져와 성장 속도를 극대화시킨 연어혈통을 만들어냈다. 노르웨이는 30년만에 세계 연어의 절반을 생산하는 1위 수출국이 됐다. 해안선 8만3000km에 걸쳐 연어 양식장 1076개가 들어서 있다.

양식 연어 2위 생산국은 칠레다. 노르웨이와 정반대편 남반구 끝에 있는 이곳 앞바다에서도 대서양 연어가 자란다. 원래 남미에 연어는 없었다. 차가운 물에 사는 연어가 적도를 넘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르웨이가 개발한 품종이 칠레, 뉴질랜드 등 세계 각지로 수출됐다. 노르웨이 해안이 양식장으로 붐비고 규제가 심해지자 노르웨이 연어회사들은 규제가 덜하고 노동력이 싼 곳으로 진출했다.

9월 14일 올레순 인근 엘링소이 섬의 닐르 스페르 공장에서 트롤어선이 잡아온 고등어가 박스에 담겨 포장되고 있다.

북해유전으로 돈을 버는 산유국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노르웨이의 뿌리는 바다다. 1946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산부를 설치했으며 수산업은 석유, 가스에 이어 3번째 수출산업이다. 수산물 대국 노르웨이는 이제 한국의 밥상에서 ‘국민생선’ 고등어의 자리도 차지할 참이다. 한국 연근해에서 1990~2000년대 평균 18~20만톤씩 잡히던 고등어는 최근 5년 새 평균 12만톤 정도로 감소했다. 덜 자란 고등어까지 싹쓸이한 남획 탓이다. 2011년까지 수입 고등어의 절반은 중국산이었는데 이제는 국내에서 팔리는 고등어 4마리 중 1마리가 노르웨이산이다.

9월이면 노르웨이에서는 고등어철이 시작된다. 고등어의 지방 함량이 30% 가까이 돼 가장 맛있을 때다. 9월 14일 올레순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엘링소이(Ellingsøy) 섬에 들렀다. 마침 수산물 가공기업 닐스스페르(Nils Sperre) 공장에 올해의 첫 고등어가 들어온 날이었다. 공장과 연결된 부두에는 트롤 어선이 들어와 있었다. 닐스스페르 같은 업체들은 유통시간을 줄이기 위해 어부들이 만든 온라인 경매 ‘실델라갓’에서 바로 생선을 사들인다.

아침부터 하늘을 덮고 있던 먹구름에서 가을비가 세차게 쏟아졌다. 그러나 고등어는 비를 맞을 일이 없다. 공장 입구에 설치된 고압 펌프가 배 아래 5℃ 차가운 물탱크에 담긴 고등어 350톤을 바로 끌어올려 공장 컨베이어 벨트에 쏟아놓았다. 일본 도쿄의 수입업체에서 온 바이어가 연신 고등어의 배를 갈라보며 선도를 점검하고 있었다. 공장을 함께 돌아보던 사장 하랄 스페르(63)는 여름휴가에서 이제 막 돌아왔다. 그는 일본 바이어를 가리키더니 “저이는 일주일 전부터 와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며 “고등어 수확이 시작되는 매년 9월부터 끝나는 11월까지 28년째 이곳에 와 고등어를 살핀다”고 귀띔했다. 이 시기 공장은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돌아간다.

고등어는 레일을 지나며 200~600g까지 크기별로 4단계로 나뉘어져 20kg짜리 박스에 담긴다. 선반에 차곡차곡 쌓인 고등어 상자는 커다란 냉각팬이 -24℃ 냉풍을 뿜어내는 터널로 들어가 18시간 안에 꽁꽁 얼려진 뒤 냉동고로 향한다. 지난해 이곳에서 만들어진 고등어 필레 3만톤의 절반이 한국으로 수출됐다.

하랄은 1923년 이 회사를 세운 닐스 스페르의 아들이다. 바닷가 작은 나무창고에서 소금에 절여 말린 대구인 ‘바칼라우’를 만드는 것이 시작이었다. 지금은 온풍기로 말리지만 아버지 시절에는 대구를 소금물에 푹 절여 돌에 널어 말렸다. 포르투갈어로 대구를 말하는 바칼라우가 노르웨이어로는 ‘바위(klipp)’과 ‘생선(fisk)’이 합쳐진 ‘클립피스크(klippfisk)’라 불리는 이유다.

■어촌의 삶은 기다리는 삶

9월16일, 올레순 북쪽 부두에 정박해 있던 루랑(LoRan)호는 출항 준비로 분주했다. 이 배는 스톨라 오토 디브(55)와 세 자녀가 함께 운영한다. 일종의 가족기업인 셈이다. 디브 가족은 주변 작은 섬 구도이(Godøy)에 터잡고 살아온 어부 집안이다. 30명 안팎인 섬 주민은 모두 디브 집안의 어선에서 일했다. 삼남매 중 둘째인 루벤(30)은 “우리 할머니의 일생은 기다리는 것이었다. 어릴 때는 바다에 나간 아버지를, 결혼한 뒤에는 남편을 기다렸고 나이 들어서는 아들을, 지금은 손자를 기다린다”며 웃었다.

9월16일 노르웨이 올레순 북쪽 부두에 정박해 있는 원양 주낙어선 루랑호 앞에서 선장 스톨라 디브(맨 오른쪽)와 장남 트론트(왼쪽에서 두번째), 둘째 아들 루벤(맨 왼쪽), 막내딸 토냐(오른쪽에서 두번째)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선장 스톨라는 “물고기는 자연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며 이날 밤 선원들과 바닷길에 나섰다. 길이 51m의 대형 주낙어선 루랑은 북극해인 바렌츠해까지 나가 대구, 해덕대구, 핼리버트(넙치) 따위를 잡는다. 주낙의 길이는 50km에 달한다. 루랑호에서 잡아올린 대구의 70%는 올레순의 공장에서 바칼라우로 만들어진다. 장남 트론트(33)는 “청정한 바다에서 우리가 잡는 생선에는 어떤 항생제도 없고 주낙으로 하나씩 건져 올리는 생선은 가장 신선하다”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홍일점인 막내 토냐(24)는 아버지와 오빠들처럼 선장이 되기 위해 견습 중이다. 토냐는 15살부터 배를 탔다. 거칠고 험한 바닷일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었다.

모든 어선은 어획량 쿼터가 정해져 있다. 30여년 전만 해도 제한이 없었지만 물고기가 급감하면서 규제가 생겼다. 북대서양 국가들이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만든 국제해양개발위원회(ICES)의 자료를 토대로 해마다 각국이 어획량을 합의하면 정부는 어선들에 쿼터를 배분한다. 노르웨이에서 할당량은 ‘물고기 보호장벽’이면서 어업을 폐쇄적인 구조로 만드는 ‘경제장벽’이다. 할당량은 어부가 아닌 배에 속한다. 배가 상속되면 할당량도 상속돼 하나의 재산권이 됐다. 그래서 어촌에는 가족기업이 많으며, 어민들은 상대적인 고소득층이다. 최근 저유가로 석유산업이 기울자 어업의 주가는 더 올라갔다.

9월14일 노르웨이 서부 해안도시 올레순의 한 생선가게에서 직원이 해산물을 포장하고 있다. 매대에는 노르웨이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생선인 대구, 연어, 핼리버트, 늑대물고기 어묵 등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올레순 시내 부둣가는 과거 매일 아침이면 배에서 잡아온 생선을 파는 노천시장이 열렸지만 이제 시장은 사라지고 관광객을 위한 요트들이 즐비하다. 올레순 시내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구하려면 이 가게를 찾거나 차로 10~20분 거리의 대형마트로 가야 한다.

바다는 언제까지 아낌없이 ‘선물’을 내줄 수 있을까. 지구의 70%는 바다이고 어업은 먼 바다에서 일어나는 까닭에 우리는 물고기의 일에는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씨뿌리고 김매고 농약을 칠 일 없이 거두기만 하면 되니 공짜인 것만 같다. 중금속이 없고 안전하다면 물고기는 마음껏 먹어도 되는 것일까.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고등어에 버금가는 ‘국민생선’ 명태는 2000년 이후 어획량이 제로다. 맥주 안주로 사랑받는 쥐포의 재료 말쥐치는 한때 잡히면 버릴 정도로 흔한 생선이었지만 1980년대 이후 급감해 지금은 잡히지 않는다. 이제 명태는 러시아에서, 쥐치는 베트남에서 온다. 고등어는 국산에서 중국산, 노르웨이산으로 옮겨왔다. 노르웨이 고등어마저 씨가 마르면 다른 바다를 찾을 수 있을까. 세계자연기금(WWF)은 “국제 어선단의 조업 능력은 지금 바다가 지탱할 수 있는 수준의 2~3배를 넘어서 전 세계 바다의 절반이 고갈됐다”고 지적한다.

노르웨이 연어산업의 기틀을 닦은 사육학자들은 양식이 해법이라고 봤다. 마린하베스트의 슬로건은 ‘파란 혁명(blue revolution)을 선도한다’다. 업계는 연어 1kg을 얻는 데 필요한 탄소발자국(2.5)이 소(30), 닭(2.5), 돼지(5.9)보다 훨씬 적다고 주장한다. 양식업계는 유전시추 기술을 접목한 심해 양식장, 완벽한 환경 통제가 가능한 육지양식장 개발까지 시도하고 있다. 이제는 품종개량을 넘어 유전자조작(GM)까지 넘본다. 미국 회사 아쿠아바운티가 개발한 GM연어 ‘아쿠아어드밴티지 연어’는 지난해 11월 미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았다. GM연어는 성장속도가 야생 연어의 11배, 기존 양식 연어의 2배 가까이 빠르다. 지난 5월 캐나다도 GM연어의 판매를 승인했다.

연어치어시설, 바다 양식장과 가공공장은 연어산업의 거대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관리는 치밀했고, 과학적이었다. 하지만 세상 사람 모두가 이렇게 많은 돈과 에너지가 투입된 연어를 먹어야 할까, 지구 저편에서 비행기타고 온 생선을 먹어야만 할까 하는 생각이 내내 머릿 속에서 돌아다녔다.

■자연산과 양식연어가 섞이면

연어양식의 규제망이 예전보다 촘촘해진 것은 맞지만 연어, 참치 같은 먹성 좋은 물고기를 대량 사육하는 것이 지속가능한지에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연어를 키우느라 바다생물을 싹쓸이한다는 비판이 일자 이제는 사료의 절반 이상을 옥수수, 콩 따위로 채우고 있다. 전 세계 콩의 70%가 가축 사료로 쓰이는 지금 양식 물고기까지 살찌우려면 더 많은 숲이 사라지고 콩밭이 들어서야 한다. 참치의 경우는 살 1kg을 얻는데 사료 20㎏이 필요하다.

노르웨이 남서부 수산도시 올레순. 올레순은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1905년 대화재로 마을의 건물 850채가 불타버린 뒤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아르누보 양식을 가져와 도시를 예쁘게 재건했다.

연어 항생제 문제도 해결되지 못했다. 미국 최대 도매업체 코스트코는 지난해 항생제 사용이 지나치다며 칠레 양식 연어의 수입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올 상반기에는 칠레 양식장에서 연어가 전염병으로 집단 폐사해 연어값이 뛰었다. 백신으로 항생제를 대신한다 해도 문제는 끊이지 않는다. 지금 연어 양식장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바다물이(Sea lice)’다. 연어의 피부에 기생하는 바다물이는 양식업 규모에 비례해 무섭게 번식했다. 양식장 연어가 모두 폐사할 위험은 물론 야생 연어에도 옮는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이 때문에 연어 생산량이 5% 줄었다. 정부는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양식장 허가를 더 이상 내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양식장에서는 살충제를 뿌리거나 바다물이를 잡아먹는 ‘청소 물고기’를 가두리에 집어넣거나 온수를 분사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아직 해법을 찾지 못했다. 비싼 레이저 기계를 양식장에 투입하는 방법까지 등장했다. 업계가 지난해 바다물이 문제에 쏟아부은 돈만 50억 크로네(6800억원)다.

연어가 가두리를 탈출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사람이 주는 사료를 먹고 통제된 환경에 길들여진 연어가 야생 연어와 유전적으로 섞이면 연어는 언젠가 자연에서 살아남는 능력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현지 환경단체 그린워리어의 소셜미디어에는 자체 제작한 감시선이 노르웨이 연안을 오가며 연어 배설물이 깔린 양식장 바닥을 찍어 고발하는 영상이 계속 올라온다.

WWF는 1995년 세계 최대 수산기업인 유니레버와 제휴해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기준을 정하는 비영리단체 해양관리협회(MSC)를 만들었다. MSC인증이라는 환경라벨을 붙여 소비자를 움직이고 그 힘으로 기업을 움직이는 것이다. 2010년에는 양식관리협회(ASC) 인증제도가 탄생했다. 구르시쿠이 양식장 사무실 벽에는 2012년 6월 ASC인증을 얻었다는 증서가 걸려 있다. 노르웨이 전체 수산업 양식장 1069개 중 ASC인증을 받은 양식장은 76개로 7% 수준이다. 마린하베스트는 2020년까지 모든 양식장에 ASC인증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해초 사료, 초식 물고기 양식, 물고기 배설물을 분해하는 해초 등 지속가능한 양식을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어차피 인증제도는 판촉수단일 뿐이라며 불신의 눈길을 보낸다. 그린피스 북유럽지부의 할바르 루어븐트 북극해 캠페이너는 “ASC 인증에는 바다물이를 없애기 위해 쓰이는 과산화수소 등 화학약품에 대한 규제가 없다”며 “이런 인증은 자칫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생선을 먹는다는 착각을 하게 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가능한 해산물 리스트를 만드는 미국 캘리포니아 몬테레이만 수족관의 해산물감시위원회(Seafood Watch)는 노르웨이의 ASC인증 연어를 인정하지 않는다. 양식장 2곳을 뺀 노르웨이 양식 연어는 ‘피해야 할 생선’으로 붉은 딱지가 붙어 있다.

인구는 더 늘어나고 사람들은 더 많은 물고기를 먹게 될 것이다. ‘생물’ 물고기의 미래와 ‘식품’ 물고기의 미래 사이 균형점은 어디일까.

■특별취재팀: 구정은 박경은 이인숙 정환보 남지원 이재덕 기자

<올레순|이인숙 기자 sook9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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