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어선 '충돌공격'에 고속단정 침몰..사건 은폐 의혹

2016. 10. 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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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사고 당일 비공개..언론 보도 뒤 31시간 만에 공개 해경 관계자 "국민안전처 윗선이 통제..절대 안 된다고 해"
불법조업 단속 중 침몰한 고속단정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서해 상에서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인천해양경비안전본부 소속 고속단정이 지난 7일 중국어선과 충돌해 침몰했다. 다행히 해경의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고속단정을 고의로 충돌한 중국어선은 본국으로 달아났다. 사진은 이번에 침몰한 인천해경 3005함 소속 넘버1 고속단정의 평상시 훈련 때 모습. 2016.10.9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제공=연합뉴스] son@yna.co.kr

해경 사고 당일 비공개…언론 보도 뒤 31시간 만에 공개

해경 관계자 "국민안전처 윗선이 통제…절대 안 된다고 해"

불법조업 중국어선 나포하는 해경[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서해 상에서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고속단정이 중국어선의 '충돌 공격'을 받고 침몰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해경과 국민안전처가 하루 넘게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해양경찰청 해체 이후 해양경비안전본부를 흡수한 국민안전처 고위층이 이번 사건 공개를 통제했다는 해경 내부 관계자의 주장도 나왔다.

9일 해경에 따르면 7일 오후 3시 8분께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서방 76㎞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인천해경 3005함 경비정 소속 4.5t급 고속단정 1척을 100t급 중국어선이 고의로 들이받았다.

당시 고속단정에는 조동수(50·단정장) 경위 혼자 타고 있었으며 나머지 해경특수기동대원 8명은 이미 다른 중국어선에 올라 조타실 철문 앞에서 중국선원들과 대치하던 중이었다.

중국어선의 충돌 공격으로 조 경위는 고속단정이 전복되는 순간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다른 고속단정에 구조됐지만 하마터면 중국어선에 부딪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주변에 있던 다른 중국어선 수십 척이 몰려와 우리 해경의 다른 고속단정까지 위협했고 해경은 사고 방지를 위해 중국어선에 승선해 있던 대원 8명을 3005함으로 철수했다. 그 사이 중국어선들은 유유히 중국해역 쪽으로 배를 몰고 돌아갔다.

국민안전처 [연합뉴스TV 캡처]

해경은 사건이 발생한 7일 언론에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통상 해경이 중국어선 1척을 나포해도 당일 곧바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실적을 홍보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였다.

해경은 사건 다음 날인 8일 오후 10시 20분께 언론에 당시 상황을 알렸다. 사건 발생 31시간 만이었다. 이미 같은 날 오후 4시 30분께 한 언론사가 서해 상에서 고속단정이 침몰한 사실을 보도한 지 6시간이 지난 뒤다.

국민안전처도 해경이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20분 뒤 비슷한 내용의 자료를 기자단에 보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 관계자는 "사건 발생 당일 보도자료를 만들어뒀는데 내부 사정으로 배포하지 못했다"며 "다음날 한 언론사 보도 이후에도 보고와 자료 수정 과정에서 언론에 알리는 시점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경 내부에서는 국민안전처 윗선과 정부 당국 고위층이 이번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통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해경의 한 관계자는 "사건 발생 후 인천해경을 시작으로 중부해경, 해경본부, 국민안전처 장관, 국무총리, 청와대까지 보고가 됐다"며 "무슨 이유인지 국민안전처 고위층에서 '절대 외부에 나가면 안 된다. 공개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경청이 해체된 이후 최종 결제권한이 없어 자체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안이 대부분"이라며 "이번 일도 결국 해체된 이후 해경의 힘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해경 관계자는 "최종 판단은 국민안전처가 하면서 욕은 모두 해경이 먹는 꼴"이라며 "세월호 사고 때 많은 걸 숨기다가 호되게 당하고도 아직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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