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기온 상승 1.5도 내로 지키자] 기후 변화가 낳은 '재앙'은 이미 시작되었다

2016. 10. 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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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국제사회 기후변화 대비 절실 / 대재앙 부르는 기후 변화.. 인류 재난으로 인식 대응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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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나라 온열질환자는 지난해보다 두 배나 급증했다.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2015년 1056명(사망 11명)에서 올해 벌써 2125명(사망 17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기후변화 영향이 한반도에 본격화했다는 신호다.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재난 수준의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기후변화를 국제적 재난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이다.

◆20년간 60만명 죽음으로 몰아간 기후재난

지난 20년간 최소 60만명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재난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국제적인 재난 수준으로 치달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5일 유엔 국제재해경감전략기구(UNISDR)의 ‘기후 관련 재난의 인간비용 1995∼2015’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세계적으로 6457건의 기후 관련 재난이 발생했다. 지진, 쓰나미, 홍수, 산사태, 화산 폭발, 가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UNISDR에 따르면 이런 재난들로 60만6000명이 숨졌다. 매년 3만명 꼴이다. 기후 재난으로 다치거나 집을 잃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도 41억명에 달했다.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울산에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곳곳이 침수됐다. 목까지 물에 잠기는 중구 우정동에서 소방관들이 고립된 시민을 구조하고 있다.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울산 시내가 물에 잠긴 5일, 중구 태화동의 한 거리에서 주민들이 겨우 걸어서 안전한 곳으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
기후 재난의 발생 빈도는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 2005∼2014년 사이엔 매년 평균 335건이 발생했다. 이는 앞선 10년(1995~2004년)보다 1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1985∼1994년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기후 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30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초강력 허리케인 '매슈'가 4일(현지시간) 카리브 해의 빈국 아이티를 강타하자 수도 포르토프랭스 시민들이 강을 건너 대피하기 위해 다리 위를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
초강력 허리케인 '매슈'가 북상함에 따라 미국 동남부 지역에 초비상이 걸린 가운데, 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메리트섬을 빠져 나오는 대피 차량이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다. AP=연합
빈부의 격차는 기후 재난에도 차이를 나타냈다. 지난 20년간 홍수로 23억명의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이들은 대부분 아시아에 살고 있었다. 또 같은 기간 태풍으로 사망한 24만2000여명 중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했다. 아시아에 큰 강이 많이 위치해 기후변화에 취약하며 강 유역에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폭염과 한파도 심각했다.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들의 기후 재해 사망자 중 76%는 폭염과 같은 극심한 온도 변화 탓이었다.
지난 1월 최고 100㎝가 넘는 폭설과 눈폭풍으로 미국 11개 주에 비상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미국 동부 도시인 필라델피아에서 한 여성이 차량 운행이 통제된 도로를 걸어가고 있다.
필라델피아=AP연합뉴스
보고서는 “기후 재난은 가난한 나라나 부유한 나라에 상관없이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기후 재난에 대한 대비와 지구온난화의 완화, 조기 경보체제 구축을 통해 미래에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분쟁과 난민발생 기저에 깔린 기후변화

기후변화는 단순한 기후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도 비화한다. 국제사회에서 ‘기후난민’이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기후난민은 기후변화로 생존을 위협받고 불가피하게 삶의 터전을 떠나는 사람을 말한다. 대표적 사례로는 태평양 섬나라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이주하는 문제부터 산불이나 홍수로 살 곳을 잃은 사람들, 기후변화에 기인한 분쟁으로 삶이 전쟁터로 바뀐 사람들이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해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앞두고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북극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유럽이 씨름하는 난민사태가 극단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물도, 식량도 없이 오로지 생존을 위해 한 부족이 다른 부족과 싸우면 그 지역에 어떤 상황이 빚어지겠느냐”며 기후변화가 분쟁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가 정치적·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된 시대라는 얘기다.

최근 유럽에 늘고 있는 시리아 난민 문제도 그 배경에는 기후변화가 있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뒤 정부군의 무차별적인 공습과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잔혹한 행위에 사람들은 피난길에 올랐다.

미국 콜롬비아대 리처드 시거 교수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기후변화와 시리아 최근 가뭄의 시사점’ 논문에서 시리아 난민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기후변화라고 결론내렸다. 인류문명의 주요 발상지인 시리아가 속한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에덴동산이 있던 곳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풍요로운 곳이었으나 지금은 불모지가 됐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인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이어진 기상관측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농민들은 삶의 터전을 버리고 도시로 몰려들었다. 시거 교수는 과거 100년간의 강수량과 기온 등을 토대로 기록적 가뭄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지중해 동부 지역에 강수량 감소와 토양의 습도가 줄어들면서 결국 농경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시리아에서 가뭄이 정치 불안의 촉매로 작용했다”며 “기후변화가 내전의 가능성을 2∼3배 이상 높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시거 교수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사회, 종교, 민족을 둘러싸고 어떤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수자원 감소 등 기후변화는 그 가능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노만 마이어스 교수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추세가 이어지면 기후난민이 2억명 이상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기후난민은 시급한 안보문제’라는 논문에서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난민문제가 이 시대 인류의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국 환경 위기 시각 9시47분 '위험 수준'

환경위험 수준을 시간으로 나타낸 한국의 환경위기 시각이 9시를 넘긴 ‘위험’ 수준으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인 9시31분보다 16분이 더 진행된 것이다. 환경재단은 2015 한국 환경위기 시각이 9시47분으로 지난해보다 28분이 더 진행돼 위험한 수준이라고 5일 밝혔다.

환경재단이 일본 아사히글라스재단과 함께 매년 발표하는 이번 조사는 시간대별로 △0∼3시는 양호 △3∼6시는 불안 △6∼9시는 심각 △9∼12시는 위험 수준을 의미한다. 시간이 12시에 가까울수록 인류의 생존이 어려워진다.

환경위기 시각은 학계와 시민단체, 지자체·기업의 환경정책 담당자 등 환경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시각으로 표시한 수치다. 올해 조사는 143개국 1882명이 조사에 응했다. 한국에서는 각계 전문가 45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에서는 우리나라 환경위기 요인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응답자의 38%가 기후변화로 꼽았다. 이어 생물다양성 문제와 생활습관이 각각 16%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평균 환경위기 시각은 9시31분으로 지난해보다 4분이 늦어졌다. 이는 1992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두 번째로 늦은 시각이다. 가장 심각했던 시기는 2008년 9시33분이었다. 세계 조사에서 가장 심각한 환경위기 요인으로는 기후변화(27%), 생물다양성(12%), 환경오염(11%) 등 순으로 나타났다. 대륙별로는 중동 10시6분, 오세아니아 10시1분, 미국 등 북아메리카가 9시58분을 기록했고 이어 남미 9시48분, 서유럽 9시47분, 중앙아메리카·카리브해연안국 9시38분, 아프리카 9시9분, 아시아 9시18분 순이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환경위기 시각이 지난해 대비 28분이나 진행된 것은 환경이 앞으로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반증”이라며 “올해 폭염 등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를 겪은 상황이어서 위기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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