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 이야기>송글송글? 송골송골! 닐리리? 늴리리!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영화제가 임박해서인지 얼굴엔 긴장감이 ….
서울 시민의 건강한 삶을 위한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제2악장 닐리리 만보’다.
10월이면 여러 지자체에서 많은 축제가 열리는데요. 그중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한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BIFF는 지난 2년간 부산시와 독립성 침해 공방으로 갈등을 빚은 데 이어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시설물 설치가 늦춰지는 등의 곡절 끝에 6일 개막했습니다.
첫째 인용문은 9월에 이뤄진 김동호 BIFF 이사장 인터뷰 기사의 일부인데요. 때늦은 더위에 팔순 노장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은 ‘송글송글’이 아니라 ‘송골송골’로 써야 합니다. 땀이나 소름, 물방울 따위가 살갗이나 표면에 잘게 많이 돋아나 있는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는 ‘송골송골’입니다. 절로 그 모습과 소리가 연상될 만큼 우리말은 의태어·의성어가 아주 발달돼 있지요.
둘째 인용문은 서울시가 8일 개최하는 ‘서울 시민 건강 한마당’의 슬로건인데요. 만 보 걷기 등 건강 약속을 실천하는 데 흥을 돋우기 위한 것으로 재치가 느껴집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바로 ‘닐리리’인데요. 퉁소, 나발, 피리 따위 관악기의 소리를 흉내 낸 부사는 ‘늴리리’가 맞습니다. ‘늴리리야’를 후렴구로 가진 경기 민요 늴리리타령은 슬픈 노랫말과 달리 후렴구 덕분에 구성지면서도 흥겨운 느낌을 줍니다.
경북 경주시의 지진과 뒤이은 수백 차례의 여진으로 내가 사는 집이, 동네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엔 때늦은 10월 태풍으로 인명 피해까지 났습니다. 하루하루가 별다를 것 없는 일상 같은데 신문을 읽다 보면 어느 한 곳 조용한 구석이 없는 듯합니다. 매일 낮과 밤의 길이가 조금씩 짧아지고 길어지는 것처럼 세상사 또한 단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는데요. 그게 바로 우리가 살아 있다는 방증이겠지요.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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