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오르고, 태풍에 뛰고..장바구니 물가 '빨간불'

유진우 기자 2016. 10. 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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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태풍이 조용히 지나가나 했는데, 장 보러 와 보니 심란하네요.”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 상인이 고랭지 채소를 손질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올 여름 폭염 여파로 껑충 뛰었던 장바구니 물가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연이은 태풍으로 치솟고 있다. 이미 채솟값이 급격히 오른 가운데 배추, 무, 시금치 등 농작물과 갈치, 멸치, 전어 등 수산물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강서농수산물시장.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이 채소 매장을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 일주일 사이 고추나 호박 등 식탁에 항시 오르는 농작물 가격이 2배 가까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수산물 매장을 찾는 주부들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9월 말 16호 태풍 말라카스가 남해에 강한 비를 뿌리면서 남해 일대 어민들은 거의 조업에 나서지 못했다. 이 때문에 서울로 보내는 갈치나 멸치, 전어 등 생선값이 뛰어 매장을 찾는 손님이 줄었다.

장을 보러 온 유화정(35) 씨는 “상추를 사려고 들었다가 가격을 보고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며 “반찬 하나 만드는 것도 겁이 날 정도로 많이 오른 것 같다. 김장 때까지는 내려야 할 텐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 배추·무 가격 작년의 2~3배

식탁 물가는 지난 7~8월 폭염·폭우가 이어지면서 추석을 앞두고 이미 한차례 급등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생선·조개류·채소·과일 등 51개 품목 가격을 따로 조사한 신선식품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20.5% 올랐다. 2011년 2월(21.6%) 이후 5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특히 배추(198.2%)와 풋고추(109.1%), 시금치(107.5%), 호박(97.3%), 오이(72.9%) 등 밥상에 자주 오르는 농작물들의 상승 폭이 컸다.

추석 이후 잠시 잠잠해지나 싶었던 농작물 가격은 9월 말 이후 태풍이 잇달아 경상도 일대를 지나며 다시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다. 6일 서울시가락동도매시장 상품 일별 평균경락가격을 보면 지난해 10월 10kg당 4838원이었던 배춧값은 현재 1만160원을 기록 중이다. 무는 18kg당 8622원에 거래되다 2만7478원으로 218% 올랐다. 경상도가 주산지인 건고추 가격도 52% 뛰었다.

전문가들은 5일 경상도 일대를 강타한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당분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직원이 회를 진열하고 있다. 올여름 내내 계속된 기록적인 폭염과 5일 남해안을 휩쓴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일대 양식장은 큰 피해를 입었다. /연합뉴스 제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경상남도 일대는 한국에서도 대표적인 특용작물 생산지인데, 이번 태풍 때문에 겨울을 대비해 지어놓은 하우스와 컨테이너 등이 무너진 곳이 많다고 들었다”며 “시설 복구로 현지 작업량이 줄어들면 추가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배춧값을 잡기 위해 10월 중순까지 배추 8000톤을 시장에 푸는 한편 11월부터 김장철 수요에 대비한 비축 물량을 미리 공급할 방침이다.

◆ ‘가을 전어’ 몸값 고공행진…돌돔·광어, 양식장 피해 커

수산업은 이번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지난 27일부터 태풍 때문에 조업을 드문드문 나가다보니 생선 값은 벌써 고공행진 중이다.

9~10월이 가장 맛있어 ‘가을 전어가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명성을 얻은 전어는 올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10월 기준 1상자(75미 내외)에 4만7000원 수준이던 산지 시세가 이달 기준 6만원으로 30% 올랐다.

전어는 성질이 급해 수족관에서 하루 이상 버티지 못한다. 이 때문에 살아있는 생물 전어는 드물 뿐 아니라, 비싼 값에 거래된다. 여기에 조업 금지까지 겹쳐 제철 임에도 서울과 수도권 등 연안에서 먼 횟집에서 가을철 별미 전어를 구경하기 어려운 상황이 종종 벌어지는 실정이다.

여기에 태풍 차바가 5일 새벽 제주와 경상남도 일대를 관통하면서 돌돔, 광어, 우럭이 떼죽음을 당했다. 우리나라 전복 양식의 81%를 담당하는 전남 완도 일대도 태풍 경보가 내려지며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 역시 이미 여름을 지나며 이상고온에 따른 적조 현상으로 1차 피해를 본 곳이다.

수협노량진수산 관계자는 “태풍으로 온도 조절에 쓰이는 발전기가 고장나면서 한 양식장에서 돌돔 1만마리, 또 다른 양식장에서는 광어 2만마리가 폐사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며 “태풍이 지나간 곳에 주요 양식장이 몰려있어 당분간 수산물 가격이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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