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전 오늘.. 김영삼의원 제명, '유신정권' 종식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역사 속 오늘]뉴욕타임즈 기자회견서 박정희 지지철회 주장…국회의원 제명후 부마항쟁·10·26 사태 도화선]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나를 제명하면 박정희는 죽는다."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국회의원 제명된 지 2주만인 1979년 10월 16일 부산·마산의 학생들이 당시 박정희 정권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은 그가 가장 신임했던 부하 김재규로부터 저격당한다.
37년 전 오늘(1979년 10월 4일)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의원직을 제명당했다. 그가 의원직에서 제명당한 후 부마항쟁(10월16~20일)과 10·26사태 등 한국 현대사를 바꿀 일들이 줄이어 일어났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제명은 그가 9월 12일 한 외신과의 인터뷰 때문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뉴욕타임즈와의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압력을 통해 박 대통령을 제어해줄 것"이란 강한 메시지를 내세웠다.
당대 민주화 운동의 '상징'과 같았던 김 전 대통령과 유신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정적과 다름이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이전부터 있었다. 같은 해 8월11일 발생한 일명 'YH사건'이 그 발단이다. 1970년대 초 가발 무역으로 급성장한 YH 무역은 원 2000여명까지 고용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 사업이 어려워지자 직원을 500명까지 줄이게 됐다. 일자리를 갑자기 잃게 된 YH무역 여공들은 이에 반발, 김 전 대통령이 총재로 있던 신민당 당사 앞까지 찾아와 농성을 벌였다. 김 전 대통령은 이들을 당사 안으로 들여 '우리가 여러분을 지켜주겠으니 걱정말라'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박정희 정부의 생각은 달랐다. YH무역 여공들이 신민당사 안에 들어간 날부터 경찰 정보과 직원들이 신민당 주변을 감시했고 관할서인 마포경찰서장도 총재를 설득하기에 나섰다. 김 전 대통령은 이들의 뺨을 올리는 등 격하게 항의하면서 이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2000여명의 경찰이 신민당에 투입됐고 YH직원들은 모두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연행을 피해 옥상으로 올라간 노동자 김경숙씨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의 뉴욕타임즈 기자회견은 그를 정치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결정을 가속화시켰다. 10월 4일 공화당과 유신정우회는 김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서 본분을 일탈하여 반국가적인 언동을 함으로써 국회의 위신과 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며 제명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제명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은 배제당했다. 신민당 의원들은 이날 제명안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 본회장을 점거했지만 백두진 국회의장이 구두로 법제사법위원회에 징계동의안을 회부했다. 3분 후 소집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의원들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40초 만에 통과시켰다.
이후 야당의원들이 점거하고 있는 본회의장 대신 여당 총회장인 146호실을 본회의장 대신 사용해 야당의원 진입을 차단시킨 채 투표에 들어갔다. 이날 진행된 무기명 투표에는 여당 의원 159명이 참석해 찬성 159표를 던져 제명안을 통과시켰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은 신민당 총재직과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가택연금을 당했다. 이는 정치권은 물론 대학생들에게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10월 13일 김 전 대통령의 제명안에 반발해 신민당 의원 66명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고 10월15일부턴 경남 일대 대학생들도 이에 동참했다.
이틀 뒤인 10월 15일 부산대학교 학생들이 민주선언문을 배포했고 이 일대 학생들과 함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이는 삽시간에 경남 마산과 창원시까지 확산됐다. 이른바 '부마항쟁'이다.
이로부터 열흘 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권력을 내려놓게 됐다. 그의 부하인 김재규로부터 저격당했기 때문이다.
이미영 기자 my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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