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방위산업의 실태.
[앵커]
속수무책의 상황, 남들과 다른 애국심으로 국가를 위해 일했지만 국가는 달랐습니다.
열심히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근본 없는 부당이득금.
박조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5월, 국민신문고가 만난 황부길 사장은 벼랑 끝에 서 있었습니다.
[황부길 : 법과 원칙에 따라 해왔단 말이에요. 해왔는데 하소연할 데가 없는 것이에요. 근데 가만히 있으면 회사 문을 닫게 생겼고, 회사 문만 닫는 것이 아니라 집안까지 파산되는 것이죠.]
대기업 A사가 육군에 납품하는 ‘제독차’.
황 사장의 회사는 이 제독차에 들어가는 작은 부품을 만들어, A사에 10여 년 동안 납품해 왔는데, 1년 전 돌연 방산비리 업체로 몰렸다고 했습니다.
[감사원 직원 : 그거 안 내놓는다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내놓지 말라고요. 그럼 필요 없으니까. 대신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하게 되는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셔야 될 것이야. (대기업한테) 절대 계약서 써주지 말라고 그럴 테니까 알아서 해.]
감사원이 이런 협박에 가까운 조사를 밀어붙인 이유는, 무기 품질이 잘못됐다거나 검은 돈 거래 있었다든지 하는 그런 비리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를 삼은 건 다름 아닌 ‘인건비’
계약 이후, 생산 과정에서 당초 계약보다 인건비가 적게 들었는데, 황 사장이 계약서에 약속된 납품가를 받아갔으니, 이게 바로 ‘비리’ 라는 것이 정부의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황 사장은 인건비가 적게 들었다는 명확한 근거도 없고, 설령 인건비가 적게 들었다 해도 부품만 납품하면 계약된 돈을 받아가는 방식인데, 이게 왜 죄가 되느냐고 항변했습니다.
[황부길 : 내가 낸 자료가 원가 계산 자료를 제출했는데 거기에 부정요소가 있다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죠.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조건 와서 내놔라. 잘못했지 않느냐. 네 죄를 실토하라는 고압적인 자세로 요구하는 걸 전 도대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거죠.]
우리는 방송을 통해, 감사원의 고압적인 민간 기업 조사, 그리고 대기업과 하청업체가 확정 계약을 맺은 경우
정부가 하청 업체에 직접 원가를 조사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방송이 나가고, 방사청은 황 사장 회사에 대한 직접적인 원가 조사를 중단했는데요.
과연, 황 사장은 위기에서 벗어났을까요?
방송 넉 달 뒤.
다시 찾은 황부길 사장의 회사에는 적막함이 감돌았습니다.
[황부길 : 좀 심난할 때는 가끔 와서 혼자 앉아 있어봅니다. 다들 잘했다. 정의롭다. 해야 할 일을 네가 대표로 해서 방위산업에 전반적 애로 상황을 네가 이야기해줬다는 격려 전화를 수도 없이 많이 받았지만, 막상 겪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상당히 힘이 들죠.]
공장 3곳 중 2곳이 지난 달 멈춰 섰고, 남은 생산 라인을 지키고 있는 직원들도, 곧 떠나보내야 할 처지입니다.
[황부길 : 저희 직원들 전부다 데리고 가기가 힘이 드니까 회사가. 20% 정도를 감원을 시켜야 겠구나 판단 되서 지난 두 달 전에 희망퇴직을 받았는데, 지금 두 달이 지나도록 한 사람도 신청을 하는 사람이 없어요. ]
비리가 드러나 회사를 정리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방송 이후 넉 달 동안 정부는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부당이득금 112억 원은 취소되지 않았고, 설상가상, 황 사장이 거래해온 대기업들도, 정부 눈치만 보며, 올해 계약을 무기한 중단해버린 겁니다.
[황부길 : 지금 이게 괘씸죄지 뭐겠습니까 이 결과가. 지금 우리 공장의 현실이. 회사의 현실이 괘씸죄에 걸려 있는 것이죠. 점차적으로 문 닫아야겠죠. 그게 정부에서 바라는 방향 같아요.]
하지만 황 사장은, 여전히, 무슨 죄인지, 어떤 결론도 통보 받지 못했습니다.
그저 ‘열심히 일하면, 죄가 되는 구조’ 멈춰선 공장에 홀로 앉아, 이런 결론을 내렸을 뿐입니다.
[황부길 : 지금 하고 있는 행위를 가만히 지켜보면, 중국 어선들이, 서해안 앞바다에서 쌍끌이 어선들이 완전 밑바닥을 파헤쳐 버리는, 어장을 황폐화 시키는 이런 행위로 밖에 저는 진단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끝까지 싸울 겁니다. 회사 운명이 어찌되든 끝까지 싸울 겁니다. 이게 제가 30년 넘게 살아온 군인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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